강원도서 등돌린 ‘부처’ 탓?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 중에선 아직도 재보선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장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던 강원도지사 선거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강원도지사의 경우 청와대는 개표 직전까지도 엄기영 후보가 민주당 최문순 후보에게 4~5%p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텃밭인 분당에서 졌다 하더라도 강원에서 승리해 스코어(2:1)에서 앞섰다면 ‘참패’라는 평가는 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는 재보선이 끝난 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놓고 다각도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공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엄기영 후보가 한때 20%p 이상 앞서고 있다가 4월 초 10%p 차이로 줄어들더니 선거 막판 엎치락뒤치락했다”면서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 엄기영 후보 불법선거 논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불교계가 최문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던 것이 결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최문순 후보는 민주당 내 불자모임인 ‘연등회’ 회장이기 때문에 불교계 지지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한나라당 역시 인지도를 앞세운 엄기영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큰 차이로 앞서 나가자 불심 잡기에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정권과 사사건건 부딪혀왔던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최문순 후보를 후원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4월 초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렸던 한 불교집회에서는 노골적으로 “불교계 후보인 최문순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 집회엔 최문순·이광재 등 야권 인사들의 출입만 허용됐다고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선거 중반부터 불교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후보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 불교계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의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불교계가 공개적으로 최문순 후보를 지지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게 사실이다. 엄기영 후보 패배로 불교계 영향력은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번과 같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돌아선 불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