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원매자 물색하면서 본입찰 미뤄지고 차입금 늘어 재무 부담 가중…노조 반발도 변수
#본입찰 지연 배경은?
올해 초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50.5%,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그룹이 가진 19.49% 등 지분 69.99%가 매각 대상이다. 인수한 지 7년 차에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28일 기준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8조 4607억 원이다. 매각 대상 지분 가치만 5조 9225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을 포함한 몸값은 최대 8조 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한온시스템 매각 예비입찰이 진행됐다.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LG·SK·한라 등 국내 대기업은 불참했다. 대신 해외 제조업체인 프랑스 발레오, 독일 말레, 일본 니넥 등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매각 주관사로 선임된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는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을 배포했다. 국내외 10여 곳의 SI(전략적투자자)와 FI(재무적투자자)가 IM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기업의 참여로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입찰은 3개월이 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예비입찰 흥행 실패로 인해 추가 원매자를 물색하는 것이 지연 배경으로 꼽힌다.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곳들과도 실사를 거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본입찰 일정이 계속 미뤄진 셈이다. 통상 공개매각에선 예비입찰 후 5~6주의 실사 기간을 거쳐 본입찰이 진행된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자동차가 50 대 50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1996년 기업공개(IPO·상장)로 양사의 지분율은 각각 35%가 된다. 포드 계열 부품사인 비스테온은 1999년 초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진 한라그룹으로부터 만도기계 지분 34.99%를 약 990억 원에 매입했다.
2014년 말 비스테온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그룹 컨소시엄에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을 50.5%와 19.49%로 나눠 매각했다. 가격은 총 36억 달러(3조 9400억 원)다. 한앤컴퍼니는 인수대금 2조 8000억 원 가운데 1조 7000억 원을 금융권 차입으로 마련했다. 한국타이어는 자기자금으로 약 1조 1000억 원 자금을 조달했다. 인수 직후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5 대 1로 액면분할을 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온시스템 대전지회는 9월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에는 생산직과 사무직 모두 참여했다. 부분파업을 진행 중인 평택지회도 향후 대전지회와 함께 전면 파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매각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관련기사 [단독] 한온시스템 노조 무기한 총파업 돌입…매각 변수 되나).
조민제 한온시스템 대전지회장은 “10월부터는 고객사가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대체 인력이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 불량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공장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객사가 영향받기 시작하면 직원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사측은 9월 30일 노조에 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한앤컴퍼니 경영에 대한 불신과 쌓인 불만이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사측이 직원들의 실질 임금을 줄였고, 지나친 배당으로 인해 경쟁력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앤컴퍼니 등 주주들은 2015~2020년간 약 63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온시스템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2014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703억 원, 2904억 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58억 원, 1134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 4549억 원에서 6조 8728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2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에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를 인수해 외형을 확대했지만, 실익을 꾀하진 못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창출능력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배당금, 이자비용 등에 대규모 자금을 썼다. 올해 6월 기준 한온시스템의 차입금의존도는 42.7%, 부채비율은 226.7%다. 총차입금은 3조 2744억 원에 이른다. 차입금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한온시스템은 운영 자금과 채무 상환에 활용하기 위해 회사채 4000억 원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하자 당초 계획 3000억 원에서 1000억 원을 증액했다. 마그나 사업부 인수 자금도 회사채 발행 및 단기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앞서 8월 25일 한국기업평가는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현금흐름이 감소한 가운데 자본적 지출, 배당금 지급, 이자비용 등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면서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인수 이후에도 차입금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간 6000억 원 내외의 자본적 지출과 금융비용(800억~900억 원), 배당금 지급 규모(2000억 원 내외 예상)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 큰 폭의 차입금 감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외부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열관리) 전문 제조업체다. 열관리 기술은 전기차 등 미래차의 구동 방식에 필수요건으로 꼽힌다. 이 분야에서 한온시스템은 일본 도요타 자회사 ‘덴소’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다.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마그나 사업부는 향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한앤컴퍼니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