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 일주일 전 근저당 설정 ‘수상’
▲ 가압류 처분된 서울 서빙고동 S 아파트(위). 부인 명의의 논현동 D 아파트는 가압류나 근저당 설정 내역이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윤신 회장의 동양건설산업은 ‘파라곤’ 브랜드 주택사업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시공능력평가 35위의 중견 건설회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나 건설업계 불황을 비켜가며 지난 17년간 흑자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시공하는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4월 15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3일 만의 일이다. 삼부토건 사태 여파로 삼부토건의 연대보증을 한 동양건설산업의 영업활동이 중단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인회생부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최윤신 회장이 “법정관리를 철회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동양건설산업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최 회장이 동양건설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의 서진원 행장을 만나 법정관리 철회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 행장은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나 담보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채권단이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삼부토건의 경우 이미 헌인마을 PF 대주단(채권단)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내놓고 75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기로 합의하고, 법정관리 신청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동사업자인 동양건설산업과 신한은행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동양건설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32.31%를 보유한 최윤신 회장이다. 2대 주주는 지분 11.55%를 보유한 동양고속운수이며 3대 주주는 지분율 6.79%의 동양파라곤이다. 그런데 동양고속운수의 경우 최 회장이 지분 32.1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며 동양파라곤은 최 회장과 두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곳이다. 채권단이 말하는 ‘대주주의 자구안’은 사실상 최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최 회장이 적극적인 사재 출연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최 회장 본인 명의 부동산에 대한 법원의 가압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 회장 명의로 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소재 S 아파트 1×동 80×호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4월 25일자로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 이 아파트 등기부엔 이번 가압류 결정에 대한 채권자가 국민은행이라고 기재돼 있다. 국민은행이 최 회장 명의 아파트에 대해 매매 등의 행위를 금하는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준 셈이다.
최 회장이 1984년 10월 매입한 이 아파트는 전유면적 210.25㎡형으로 다소 오래됐지만 유명 정·관계 인사들이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로 이름나 있다. 한 유명 부동산 사이트엔 최 회장 보유 아파트의 최근 시세가 18억~22억 원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번 가압류 조치를 통해 최 회장을 상대로 국민은행이 청구한 금액은 무려 190억 9739만 1840원이다. 최 회장 명의 S 아파트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가압류 대상은 최 회장 명의 S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명리와 통삼리 일대에 있는 최 회장 명의 토지 역시 가압류에 포함됐다. 가압류 처분에 묶인 최 회장 명의 봉명리 ×번지 외 19필지와 통삼리 5×번지 외 4필지는 약 5만 8000㎡(1만 7576평)에 이른다.
최 회장 명의 부동산을 상대로 한 법원의 가압류를 이끌어낸 국민은행은 동양건설에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가장 높은 은행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반대출 730억 원, PF 100억 원 등 동양건설에 대한 국민은행의 대출금이 총 830억 원에 달한다. 최 회장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처분이 내려진 것은 동양건설산업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10일 만의 일이다. 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결국 가압류 청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명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처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4월 28일자로 미래저축은행과 미래2저축은행을 각각 채권자로 하는 청구금액 10억 원 규모의 가압류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한편 최 회장의 서빙고동 S 아파트 등기부엔 국민은행이 신청한 법원의 가압류 일주일 전인 지난 4월 18일자로 맺어진 채권최고액 49억 9500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 내역도 나와 있다. 여기엔 앞서 언급한 최 회장 명의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명리와 통삼리 소재 땅 5만 8000㎡도 포함돼 있다. 이 설정의 채무자는 최 회장이며 근저당권자는 최 회장 일가 소유의 동양파라곤이다. 최 회장이 법정관리와 가압류에 대비해 개인재산을 지키려 한 조치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로 아는 바 없다”고만 밝혔다.
최 회장은 채권단의 자구 노력 요구를 받고 있지만 본인 명의 부동산이 가압류에 묶여 있는 터라 자연스레 최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나 가족 명의 재산에도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 등기부에 나온 최 회장의 주소지는 서빙고동 S 아파트가 아닌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D 아파트 10×동 160×호다. 전유면적 244.57㎡(약 74평)로, 펜트하우스급이다. 이 집은 최 회장 부인 이 아무개 씨 명의로 돼 있는데 아직까지 이 집 등기부엔 가압류나 근저당권 설정 내역이 전혀 없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