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변태였다” VS “성적 농담도 안했다”
▲ A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B 교수가 <한국 인터넷뉴스>에 제공한 자료 일부. |
한 국립대 의과대학 교수가 엽기적인 성 스캔들에 휘말렸다. 당사자는 특정 암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A 교수다. 폭로를 한 인물은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인 B 교수다. 그녀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A 교수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B 교수와 A 교수는 같이 연구활동을 해왔던 사제지간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A 교수는 B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동시에 B 교수가 거짓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을 폭로해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 내에서 사제 교수들 간에 벌어진 충격적인 ‘성 스캔들’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은 2010년 8월 B 교수가 대학 측에 A 교수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B 교수는 “A 교수는 오래전부터 나를 성폭행하는 등 학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진정서를 내고 중징계를 요청했다. 진정서에는 성폭행 내용 외에도 폭행과 논문표절, 연구실적 부풀리기 등 도덕성과 명예를 최우선으로 하는 대학교수에게 치명적인 내용 17가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성폭행 부분이다. B 교수는 2000년 1월 미국 학회에 동행했을 당시 귀국길에 오사카의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A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교수는 성폭행을 당한 날짜는 물론 서울 ○○호텔, 연구소 등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B 교수가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B 교수는 한 지역 언론을 직접 찾아가 A 교수의 변태적 성향을 폭로하며 “A 교수는 손이나 회초리, 채찍(주로 허리띠) 등으로 히프를 때려야 성욕이 달아오른다며 성폭행시 그런 변태적 행위를 했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B 교수에 따르면 두 번째 성폭행은 2000년 9월 말 캐나다에서 이뤄졌다. 당시 B 교수는 A 교수의 캐나다 학회참석 요구를 거부하지 못해 학회에 참석했다가 밴쿠버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 후에도 A 교수의 연구실과 부산 해운대 J 호텔, 서울 S 호텔 등을 전전하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B 교수는 자신이 박사 후 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날에도 A 교수로부터 성폭행은 물론이고 변태적인 성적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교수가 공항에 데려다 준다는 명목으로 차에 태우고 서울 S 호텔에 끌고 가 음모를 모두 깎는 변태행위를 하고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B 교수는 A 교수가 저지른 그간의 ‘만행’을 기록한 60페이지 상당의 자료를 갖고 있는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교수는 B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우선 A 교수는 B 교수의 성폭행 주장과 관련 “강압적인 성관계건 합의하의 성관계건 간에 B와 성적 접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 성적 농담조차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A 교수는 “B와 주고받은 전자메일을 보면 그녀는 내게 많은 학문적 질문을 해왔고 내가 성실히 답변해준 것을 알 수 있다. 또 적잖은 분량의 메일내용 중 그녀가 주장하는 성폭행 또는 성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 메일을 증거자료로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결국 2월 7일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B 교수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장소까지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도 A 교수는 “B는 미국 출국 전날 서울 S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나는 B가 언제 출국했는지도 몰랐으며 S 호텔엔 투숙한 적도 없다. 투숙기록을 확인해보면 B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B 교수가 여전히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A 교수는 이 사건의 내막에 B 교수와 사적인 관계에 있는 C 박사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 교수는 “폭행과 연구비 횡령, 성폭행 등과 관련된 B의 억지 주장은 모두 C 박사가 사직한 2010년 7월 말 이후 1~2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모두 C 박사의 복직 및 자신의 계약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협박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이다. 학교 집행부에는 자신의 요구만 들어주면 조용히 있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무슨 얘기일까. 우선 A 교수는 2008년에 발생한 ‘폭행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며 그 내막을 설명했다. 오랜 기간 제자로 데리고 있으면서도 목소리 한 번 높인 적 없었던 자신이 B 교수에게 손찌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폭행은 가정이 있는 C 박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원하는 B 교수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것이었다.
“2008년 9월 B는 연구소 초빙교수인 C 박사와 결혼하고 싶은데 C 박사가 부산에서 부인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딜 수 없다며 다음날 부산에 가서 C 박사의 가정을 뒤집어버리겠다고 했다. 나는 B에게 ‘C 박사의 가정을 파괴해서 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도 파멸한다’며 말렸으나 막무가내였다. 오죽하면 다음날 B가 부산에 갈까 걱정이 돼서 연구소로 불러 ‘부산에 가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B는 기어이 부산에 가겠다고 해서 ‘정신차리라’며 두세 대 때렸다. 다음날 B는 전치 3주 진단서를 발부받아 학교 집행부가 보는 앞에서 ‘내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정식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다. 총장님과 여러 처장들 앞에서 잘못을 빌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B와 C 박사의 사적인 관계를 폭로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폭행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그런데 2010년 7월 말 A 교수는 C 박사가 자신의 허락없이 다른 교수들과 공동으로 3편의 논문을 발표한 사실을 알게 됐다. A 교수는 C 박사가 발표한 논문 연구가 자신의 연구소에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그간의 연구노트 제출을 요구했지만 C 박사는 이를 거부했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고 한다.
“B는 C 박사의 사직이 자신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C 박사의 사직서를 내놓으라며 연구소 행정실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내 연구실에 무단침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또 그날 밤 집으로까지 찾아와 C 박사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연구 과제 수행을 목적으로 계약한 초빙교수가 연구책임자에게 연구노트 제출을 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B는 내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A 교수는 이 일로 그간 몸담았던 연구소장직에서 면직처리 된 상태다. 하지만 A 교수의 학문적 소양과 학자로서의 양심, 인격을 익히 알고 있는 많은 제자들은 B 교수의 거짓에 분노하며 A 교수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A 교수의 한 제자는 “교수님은 선물로 드린 싸구려 슬리퍼에 감동하시고 촌스런 가디건을 겨우내 입으며 자랑하던 분이다. B 교수는 잘못된 이기심과 사적인 감정으로 스승에게 치명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A 교수는 “나는 학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내게 숨기고 싶은 치부가 있거나 사회에서 매장될 잘못이 있다면 B의 입을 막기 위해 직위보장과 C 박사의 복직을 들어주지 않았겠는가”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현재 A 교수는 B 교수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