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소진 우려, 증자 시급하다는 지적…파격 혜택보다 차별화된 서비스 출시 관건
#출범 9일 만에 멈춘 대출
토스뱅크는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고 지난 10월 5일 공식 출범했다. 토스뱅크의 출범 시기는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권을 옥죄고 있는 시점이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올해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한정하도록 권고했고, 이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대출 한도를 낮췄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고객들은 토스뱅크를 찾았다.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 최대 2억 7000만 원의 한도와 2%대의 최저 금리(연 2.76~15.00%) 개인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토스뱅크는 고객의 신용등급 대신 상환 능력 중심의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기준으로 대출을 승인했다. 가입 기간이나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연 2.0%의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통장, 월 최대 4만 6500원을 캐시백해주는 체크카드도 내놨다. 파격적인 조건에 고객 수요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신규 대출 서비스를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뿐 아니라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대출, 비상금대출도 모두 중단된다. 금융당국과 약속한 연말까지의 대출한도 5000억 원을 모두 소진한 탓이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대출 한도를 8000억 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토스뱅크는 대출 쏠림 현상의 수혜를 누릴 수도 있었다. 토스뱅크의 자본금이 많았더라면 정부 규제 속에서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었고, 쏠리는 고객 수요도 흡수할 수 있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에 대출 수요가 몰려 한도가 빠르게 소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 총량을 늘리기에는 자본금 규모가 작았다고도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대출 한도를 늘려달라는 토스뱅크의 요구를 거절한 것도 규제 기조에 더해 건전성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통장 개설과 체크카드 발급 등 대출 이외 업무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예대마진이 적어 자본금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예금이 몰리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만 추가적인 대출 이자 수익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자본금이 빠르게 소진돼 대출 영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 토스뱅크의 증자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토스뱅크는 2025년까지 1조 원을 증자할 계획이다. 토스뱅크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필요하다면 더 빨리 증자를 할 수도 있다”며 “주주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토스뱅크의 지분 구조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율 34%로 최대주주고,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가 토스뱅크 지분 각 10%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지분율 9.99%), SC제일은행(6.67%), 웰컴저축은행(5%), 알토스벤처스(4.49%), 굿워터캐피털(4.49%), 한국전자인증(4.01%), 리빗캐피털(1.35%) 등도 토스뱅크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뱅'처럼 크기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강점은 2000만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기반으로 ‘원앱’ 방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만 내놓으면 빠르게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후발주자고, 카카오톡 같은 SNS도 없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처럼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토스뱅크가 파격 혜택을 제공하지만 차별적인 서비스가 없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저금리 대출과 고금리 예금 상품을 통한 가격 경쟁에 그친다면 고객들이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모델이 부재한 것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인 만큼 취급이 용이한 가계대출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파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 또 토스뱅크의 모토인 ‘중저신용자 및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이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았을 때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메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기존 은행들도 비대면 서비스를 다 팔로업했다”며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후발주자고, 토스로 송금하는 사람들도 최근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토스가 표방하는 소호(소규모 자영업)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높고, 여신 취급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며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고신용·고연봉자 대출은 토스뱅크 모델과 맞지 않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취급 금액이 크고 장기간이라 자본이 적은 토스뱅크는 여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토스뱅크의 성패 요인으로 꼽힌다. 파격 혜택에 의존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하는 방법을 성장 전략으로 꼽는다. 예금처럼 돈이 나가는 고객이 아니라 장기간 큰 금액을 대출하는 ‘돈 되는 고객’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대출 상환 여력이 있는 고객을 잘 분별해 부실 자산을 최소화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이 있지만 아직 검증된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내려고 하면 중장기 고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며 “토스의 국내외 송금서비스 강점을 활용하거나 예금과 투자를 결합한 잔돈금융서비스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교수는 이어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이 하지 않는 중소기업 대출도 니치마켓이 될 수 있다”며 “대출서류 절차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차별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차별화된 사업 전략에 대해 “기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를 위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혁신과 포용을 표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