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오세훈 같은 걸 노렸다
▲ 김문수 지사(왼쪽)와 오세훈 시장. |
박근혜 전 대표는 재보선 정국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며 최대의 ‘수혜’를 입은 주자로 평가받고 있어 이후의 대권행보에 보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재보선 불개입’ 방침을 천명한 것 역시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근혜 전 대표는 강원지사 선거전을 돕는 모양새를 취하며 유력주자로서 ‘할일’을 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러나 재보선이 임박해오며 불개입 입장을 밝힘으로써 선거 결과에 따른 박 전 대표가 받게 될 악영향은 최소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재보선 정국에서 박 전 대표는 조용히 대선 공약 다듬기와 캠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재보선 정국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김문수 지사와 오세훈 시장은 최근 적극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시사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김 지사와 오 시장은 묘하게도 같은 시기(4월 17일~24일)의 미국 방문길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미국 방문 중이던 지난 20일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겠다”(김문수 지사) “서울시장으로서 배양했던 시행착오가 나라를 위해 쓰일 수 있다”(오세훈 시장)라며 각각 대권출마 의사를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양 주자가 같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것도, 대권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묘하다는 평가다.
김 지사와 오 시장 측 모두 “사전에 예정된 일정이었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정가에서는 “재보선 이후 본격화될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 방문일정에서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것 역시 “광역단체장이라는 현재의 신분에서 벗어나 대선주자로서 보다 큰 틀의 외교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2, 3위 자리를 두고 경쟁관계에 놓인 상황. 두 주자의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근혜에 대한 하극상”이라며 ‘견제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치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표라는 독보적 주자에 맞설 야권 주자를 부상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나라당 주자들의 입지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구성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재보선이 임박한 시기에 나온 이들의 ‘동시다발적’ 대권 도전 발언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있으나 두 주자의 입장에선 ‘얻은 것’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정치행보에서 물러나 있던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최근 ‘강연정치’를 재개하며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사실이 전해지며 향후 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이날 이 대통령은 정 전 대표에게 “배수진을 치듯이 열심히 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내가 한나라당 대표를 했고 현역 의원이므로 좋은 말씀을 해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만남이 사전에 예고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더구나 재보선이 임박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향후 친이계 내에서 정 전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