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모이는 윤석열 말실수 연발 불안불안…홍준표-유승민 단일화론, 여론조사 질문방식 주목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대규모 세력전이 아닌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는 단기필마형 전투를 하고 있다. 때문에 홍 의원의 추격 역량에 대한 불안감이 적잖다. 이에 작은 변수 하나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전세를 완전히 뒤집는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다지나 흔들리나
윤석열 대세론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0월 말 기준으로도 일단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로 결정된 이후 전통적 보수정당 지지층이 윤 전 총장에게로 집결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은 33.6%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홍준표 의원은 29.6%, 유승민 전 의원 11.1%, 원희룡 전 제주지사 5.9%를 얻었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이재명 후보 대항마로 윤 전 총장을 정하고 보수 지지층이 결집, 대세론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앤써치는 분석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은 60대에서 56.5%의 지지율을 얻어 19.1%를 얻은 홍 의원을 압도했다. 50대에서도 윤 전 총장은 36.5%를 기록, 24.4%인 홍 후보보다 높게 나왔다.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공고한 것으로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집계하고 있다. 대세론에 이변은 없다는 뜻이다. 매일신문이 소셜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대구 동구·경북 포항시·경북 칠곡군 등지에서 10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모두 앞서는 일관된 형태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에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해준다면, 당원 지지세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윤 전 총장 대세론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윤 전 총장 캠프는 분석한다. 윤 전 총장 캠프 핵심 관계자는 “마지막 경선은 당원 투표가 50%까지 올라간다. 일단 윤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이며 최근 여론조사결과도 나쁘지 않다. 대세론이 끝까지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세론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도 계속 만들어내는 중이다. 당 내외 인사의 영입이다. 10월 21일 5선 출신 심재철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남지사를 지낸 3선의 김태호 의원도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 앞서 5선 중진이자 TK 핵심 정치인으로 불리는 주호영 의원이 선대위원장으로 이미 공식 합류한 바 있다.
호재가 많지만 동시에 걱정도 쌓여가고 있다. 각종 설화에 휩싸이면서 이른바 ‘불안한 후보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탓이다. ‘왕(王)’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10월 19일 부산을 찾았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것.
발언을 두고 경쟁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을 난타했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제가 당대표였다면 제명감”이라고 직격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사과 이후 윤 전 총장의 반려견 SNS ‘토리스타그램’에 윤 전 총장이 토리에게 ‘인도사과’를 주는 사진과 함께 “아빠를 닮아 인도사과를 좋아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사과는 개나 줘라’라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게시물은 삭제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22일 SNS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착잡하다”고 글을 올렸다. 구체적 설명은 없지만 전날 밤 윤 전 총장의 SNS에 올라온 사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캠프 쪽에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윤 후보가 솔직담백하다. 그래서 말을 꼬지 않고 바로 쏜다. 그런데 말을 좀 고급스럽게 하려는 의도인지 자꾸 비유가 섞이는데 그 비유 중에 부적절한 것들이 있다. 전두환 발언도 인재를 골고루 쓰겠다는 의도였는데 엉뚱하게 전두환 옹호가 돼버렸다. 대세론이 살아있는 데다 이제 종반전이라 점수를 더 얻기보다는 점수를 지키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뒷심, 있나 없나
홍준표 의원 측은 4강 후보를 가려낸 2차 컷오프에서 ‘유의미한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판단 중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의 지지세가 강하다는 것이다. 경선 막판에 당원들의 마음만 잡는다면 대세론 뒤집기는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홍 의원 측은 갖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바닥 당원 민심은 홍 의원 쪽으로 오고 있다는 분석도 홍 의원 측이 내놓는다. 특히 홍 의원 측은 국민의힘 당원 절대 다수가 분포하는 TK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홍 의원 지역구가 있는 대구 수성구의 경우 일단 조직 차원으로만 보자면 윤 전 총장 쪽으로 쏠림현상이 뚜렷하지만, 바닥 당원들의 움직임은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의원 중 상당수가 홍 의원 캠프에 들어가 활동 중이다. 대구 시의원 중에서도 대구 수성구의 전경원(수성3) 김태원(수성4) 시의원이 모두 홍 의원 캠프에 있고, 구의원 중에서도 상당수가 홍 의원 지지선언에 동참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당심도 민심을 따라간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시 후보에 대해 거부감도 있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상황을 목격한 당원들이 이 대표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홍 의원이 TV토론에서 윤 전 총장을 압도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당원들 마음도 윤석열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의 최대 약점은 지나치게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단기필마형 전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투를 하려면 세력이 계속해서 붙어주면서 에너지를 공급해 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홍 의원 주변 사람들의 고민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의원 측은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당초 “줄 세우지 않겠다”며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던 홍 의원의 자세가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당내 현역 의원들이 홍 의원 캠프로 가세하는 긴 줄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당원들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입김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마지막 경선 국면에서 당원들과의 접점이 누구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현역 의원들의 가세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론이다.
대선 경선을 여러 번 치러본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이 당원들을 최근 많이 모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현역 의원 세력이 많이 가세한 윤 전 총장이 유리해진다. 이렇게 되면 홍 의원은 경선 막판까지 개인기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힘이 지속돼야 하는데 이제부터는 홍 의원의 체력과 집중력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막판 변수 등장하나
후보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럼 기존 판세가 확 달라지게 된다. 일단 홍준표-유승민 후보 단일화 그림과, 홍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설이 제기된다. 이 구도가 되면 홍 의원이 윤석열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단일화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안철수 대표도 연대설에 대해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지금은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하위 후보들이 막판에 패배 위기로 몰리면 모종의 결심을 할 수도 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아니냐”고 전망했다.
단일화 등 합종연횡이 없고 후보들의 큰 말실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마지막 변수는 여론조사 방식이다. 가장 큰 쟁점이 문항을 ‘양자 가상대결’로 할지 ‘4지 선다형’으로 할지 여부인데 양자 가상대결은 윤 전 총장이, 4지 선다형은 홍 의원이 유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두 양강 후보 진영은 치열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원희룡 전 지사 측도 양자 대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가상대결로 묻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OOO 후보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묻는 방식이 된다.
반면 홍준표 의원 캠프는 한 번의 질문과 함께 4지 선다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역시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이재명 후보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다음 중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으면서 4명의 후보를 한꺼번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응답자는 네 후보 중 한 명만 선택하게 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전문가 소위원회’를 구성, 각 캠프 대리인과 함께 본격적인 문항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각 진영의 의견이 워낙 엇갈려 결론 도출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충돌도 빚어질 전망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