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빈소 찾은 5·18 유족 “전두환이면 안 왔을 것”

“아들 노재헌 씨 통해 수차례 책임 통감해와”

[일요신문]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유족이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조문했다.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남선 광주 5·18 유족 대표는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씨가 돌아가셨다면 저는 오지 않았을 테지만 5·18 광주 학살의 만행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수차례 자녀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용서를 구했고 이제 더는 어떤 책임이나 이런 것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해서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 통해서 수차례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거기에 대해서 사죄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본인(노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그런 얘기를 들은 바는 없다. 본인이 직접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는데 병석에 누워있기 때문에 올 수 없어서 아들인 노 변호사가 광주를 방문했다고 전했다"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선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는 그런 입장이 있다면 굳이 국가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전 씨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 학살에 대한 사죄표명을 하고 돌아가진 유족들이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가 지난해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6일 대한민국 제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숨졌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노재헌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공개했다. 노재헌 변호사는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컸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하고 계셨다”라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