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편입 시간문제, 물량 부담 크지 않을 전망…입법과 규제 변수 등은 넘어야 할 산
#엇갈리는 주가 전망
카카오페이 일반청약은 청약 건수 182만 4365건, 청약증거금 5조 6609억 원, 청약경쟁률 29.6 대 1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청약 건수는 지난 7월 청약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카카오뱅크(186만 건)에 버금간다. 카카오게임즈(41만 건)나 SK바이오팜(23만 건) 등 일반 청약 흥행에 성공한 다른 공모주보다는 월등하다. 일반청약에 100% 균등배분이 처음으로 이뤄져 청약증거금 액수는 5조 6690억 원에 그쳤다. 일반주주의 수가 크게 늘었고, 개인투자자의 무리한 ‘영끌’, ‘빚투’를 방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수가 많은 만큼 상장 이후 주가흐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증권사의 평가는 엇갈린다. 낮은 곳(유안타증권)은 5만 7000원, 높은 곳(메리츠증권)은 11만 원이다. 규제 변수, 차익물량 출회가 위험 요인이고, 첫 금융플랫폼이란 점은 기회 요인이다. 카카오페이 공모가는 9만 원이지만, 상장 주관사들이 평가한 적정가치는 주당 13만 976원이다. 주관사가 산출한 주당평가액에서 상장을 감안해 31.28%의 할인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주관사가 기대한 만큼 기업가치를 예측한 곳은 아직 없다.
#상장 직후 물량 부담은 제한적
상장 후 카카오페이 주주 구성을 보면 카카오가 47.83%(6235만 1920주), 2대주주 알리페이는 39.13%다. 이번 공모로 발행된 주식은 13.4%로 기관 7.17%, 개인 3.26%, 우리사주조합 2.61% 비중이다. 카카오페이 기관수요예측을 보면 경쟁률은 1714 대 1로, 카카오뱅크의 1732 대 1과 비슷하지만 의무확약비율은 70.44%로 카카오뱅크의 55%보다 크게 높다. 공모에 참여한 기관이 긴 호흡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뜻으로 매물 부담은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셈이다.
다만 평균 2주를 받은 개인들이 상장 초 주가가 급등한다면 빠른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2대 주주인 알리페이는 2017년부터 3452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공모가 기준 보유지분 가치는 3조 7000억 원이다. 카카오페이와 주관사는 앤트그룹 측에 별도로 보호예수 설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이면 코스피200 편입은 시간 문제다. 상장 초기 매물이 나와도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편입으로 부담은 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표류하는 금융플랫폼 법안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로 상장되는 금융플랫폼이다. 은행업 규제를 적용받는 카카오뱅크와는 다르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금융플랫폼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현행법에는 아직 금융플랫폼 개념이 없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자금융법 개정안(전금법, 윤관석 의원안)에는 포함돼 있다. 달리 말해 전금법이 통과되어야 카카오페이가 진짜 금융플랫폼이 될 수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종지사는 은행처럼 이용자에게 계좌 개설을 해줄 수 있다.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과 결제대행업도 가능하다. 전자금융으로 가능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금융플랫폼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금법 개정안에는 은행과 유사한 종지사에 은행 수준의 규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은행 등 금융회사는 전자금융사업자 범위에서 제외돼 종지사가 될 수 없다. 금융권이 반발하는 이유다. 개정안은 금융결제원 통제권을 사실상 금융위원회로 넘기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한국은행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온통 대선으로 집중된 정치권 일정도 변수다.
#카드수수료 인하 불똥
입법 이슈 외 규제 변수도 있다. 매출 비중이 적은 보험중개와 대출비교 중단에 이어, 핵심 수익원인 결제부문에서도 규제 위험이 드러났다. 카카오페이 매출구조를 보면 결제비중이 절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카드사 수수료뿐 아니라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에게도 수수료 인하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과거 선거 직전 상황을 볼 때 인하가 확실시된다. 카카오페이는 ‘실제로 전체 수수료 인하가 이루어질 경우 당사 간편결제 사업의 수익성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당장 상장 초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한편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토스와의 경쟁도 주목할 대목이다. 토스는 토스뱅크를 자회사로 둔 슈퍼앱 전략을 택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수평적 관계로 모기업인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추구한다. 플랫폼이 독점지향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양사의 승부는 카카오페이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