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체육회 제출용” 요구에 선수 가족 분통…정작 서울시체육회는 “처음 듣는 이야기”
서울시청 빙상단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 실업 빙상단 중 하나다. 최근 각종 논란 중심에 선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역시 서울시청 소속이다. 서울시청 쇼트트랙 팀은 통상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 빙상장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서울시청 빙상단은 서울시체육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청 쇼트트랙 팀 소속 선수 A 씨는 10월 22일 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10월 23일 새벽 가족의 신고로 소방 당국에 의해 발견됐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A 씨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후유증이 남았다. A 씨는 10월 25일 퇴원한 뒤 10월 28일 다른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검사 등 절차가 필요해 불가피하게 재입원 날짜가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극단적 선택 이면엔 빙상단 내부 모종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빙상의 경우 같은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중·고등부 및 대학부 및 실업 선수들이 함께 훈련한다”면서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상황을 되짚어보면, 실업팀 코칭스태프와 실업 선수-학생 선수-학부모 사이에 모종의 갈등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A 씨 가족도 이런 내부 갈등 기류에 대해 일부 인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 씨 측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서울시청 빙상단 코칭스태프로부터 “서울시체육회에 제출할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10월 27일 진단서를 제출했다.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 대신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는 상황에 A 씨 가족은 분통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체육회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0월 27일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선수가 병가를 신청했다”면서 “병가 사유는 개인적 사유로 들었다”고 했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체육인권단체 관계자는 “유명 선수를 둘러싼 논란이나 사건의 경우엔 외부적인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면서 “무명 선수들은 처지가 다르다. 사건이 생겨도 묻히기 일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 논란이 됐던 고 최숙현 선수 역시 무명선수로 체육계 사각지대에 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체육계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