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전 부회장에 거액 안겨주고, CJ의 CGV 지배력도 강화…CJ “그룹 시너지 효과 위한 합병”
지난 6월 CJ CGV는 2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했다. 주식전환 행사 가격이 2만 6600원이기 때문에 현 주가(3만 2200원) 수준을 감안하면 주식 전환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해당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었다.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악재로 인식될 수 있다. 잇따라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지분 희석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CJ 관계자는 “CJ CGV가 CJ파워캐스트가 영위하고 있던 광고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CJ의 CJ CGV 지배력을 높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합병 전에도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해당 합병은 사업부문 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파워캐스트는 오너 일가 입장에서 보면 기분 좋은 회사로 기억될 수 있다. 2016년 10월 31일 CJ파워캐스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부회장의 100% 개인회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재산커뮤니케이션)를 흡수합병했다. 이재환 전 부회장은 해당 회사를 넘기고 CJ파워캐스트 지분 114만 3570주를 받는 대신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받았다.
CJ파워캐스트가 재산커뮤니케이션 한 주당 가치를 106만 9297원으로 판단했다. 재산커뮤니케이션 주식 10만 주를 가지고 있는 이재환 전 부회장은 이 평가가치를 1069억 2970만 원으로 인정받고 CJ파워캐스트 모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4.83%를 받았다. 재산커뮤니케이션의 자본총계가 2015년 12월 말 기준 594억 86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CJ파워캐스트는 재산커뮤니케이션에 475억 2105만 원의 영업권을 보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CJ 관계자는 “합병 당시 재산커뮤니케이션의 기업 가치를 다시 평가하면서 지분 평가 가치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환 전 부회장이 CJ파워캐스트에 재산커뮤니케이션 지분을 넘긴 시기가 묘했다. 당시는 재산커뮤니케이션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던 시기였다. 실제 합병 직전 해인 2015년 영업이익률은 18%로 2010년 56.3%보다 크게 하락했다.
특히 CJ CGV와 관계를 생각하면 재산커뮤니케이션은 특수관계자로서 장점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내부거래율은 2014년까지 10% 내외로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광고대행업체인 재산커뮤니케이션이 맡은 광고 다수가 CJ CGV 등의 CJ 계열사 영화관에서 상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는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 영향으로 합병 당시 재산커뮤니케이션 기업가치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CJ CGV의 부당 일감 몰아주기 영향이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법원은 고법까지 CJ CGV 제재가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CJ CGV는 항소를 포기했다.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올리브영을 인적분할하고,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주들은 CJ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이재환 전 부회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4.83%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활용해 1041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재환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인적분할하고 받은 CJ올리브영의 지분 가치를 제외하고도 재산커뮤니케이션 지분 처분가에 육박하는 현금을 쥘 수 있었다. 이재환 전 부회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된 CJ올리브영 지분 역시 14.83%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3월 지분 5.39% 매각하면서 850억 원을 손에 쥐었다.
그 결과 이재환 전 부회장은 재산커뮤니케이션의 매각했을 당시의 가치의 두 배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고도 CJ올리브영 지분 10.03%가 남았다. 내년 기업공개(IPO·상장)를 목표로 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재환 전 부회장은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