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줄이고 배달 늘려 6년 만에 흑자전환…뚜레쥬르 매각 재시도? 푸드빌 “사업부 매각 계획 없어”
#비대면 신사업 확대 주력
IB(투자은행)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올해 2분기 6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를 비롯해 빕스, 더플레이스,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을 축소하고 레스토랑 간편식(RMR)과 배달을 늘린 덕분이다. CJ푸드빌은 그간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고 수익성 낮은 매장을 폐점하면서 올 상반기 전체 외식 매장 수를 전년보다 30% 줄어든 60여 개로 줄였다.
동시에 비대면 신사업 확대에 주력했다. '빕스 얌 딜리버리' 등 빕스 인기 메뉴를 배달하는 전문 매장과 더플레이스 샐러드 정기구독 서비스를 지난해 하반기 론칭해 올해 규모를 키웠다. 올해 초 매각을 철회한 뚜레쥬르도 대부분의 매장이 배달 앱에 입점해 비대면 판매량을 늘렸다. 또 교촌 롯데칠성 등과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점포 수 축소로 매출은 감소하겠지만 올해부터 직영점 축소로 인한 고정비 감소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자산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 감축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의 예상대로라면 2015년부터 매년 적자를 낸 이후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셈이다.
CJ푸드빌도 각 브랜드마다 포장과 배달 수요 상승으로 매출이 급증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CJ푸드빌이 곧 뚜레쥬르 매각을 재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개별 브랜드 자체는 경쟁력이 없다는 점에서 전체를 통으로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뚜레쥬르의 경우 매각 계약이 무산된 이후 ‘흑자 전환’과 ‘해외 사업 호조’ 같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다른 외식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로 띄우기가 한창”이라며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한 작업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업계 한 전문가도 “알짜배기였던 투썸플레이스는 법인 분리 후 매각에 성공했다. 그다음으로 딜을 해 볼 만한 사업부가 뚜레쥬르”라며 “투썸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분리 작업을 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이어 “CJ는 그룹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대기업 오너들의 특성상 구조조정을 맡은 직원들이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은 원치 않으니 각 사업부에서도 신경 써서 모양을 만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매물로 노매력…HMR로 키워라"
다만 현재로서는 인수 성사 가능성과 매물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CJ가 원하는 몸값은 높고 성장성은 낮은 탓이다. 실제 뚜레쥬르 매각 실패 이유도 가격 측면에서 사모펀드 칼라일과의 이견이 컸기 때문이었다. CJ 측은 3000억 원대를 고수했지만, 칼라일 측은 2000억 원대를 주장했다. 제과점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이 어렵고 이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참여할 전략적투자자(SI)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의 외식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는 베이커리사업의 출점 제한으로 연간 늘릴 수 있는 점포가 현재의 2% 수준이다.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수천억 원대의 딜을 하려면 대기업이 사야 하는데 동반성장위원회 권고에 의하면 대기업은 큰 브랜드의 베이커리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과거 가족과 연인 단위로 많이 찾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소규모 매장도 맛과 가격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외식업의 특성상 고정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 갈수록 전망이 좋지 않다. 대기업 외식기업은 역세권 100m 이내, 연면적 2만㎡ 이상의 복합다중시설에만 입점할 수 있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부담도 크다. SI뿐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들도 인수를 꺼린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외식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엄 혹은 가성비로 프랜차이즈 시장의 흐름이 양극화하면서 업계마다 대형 매장은 다 줄이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 중”이라며 “CJ푸드빌처럼 단순히 배달로 돌려 매출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성장성을 입증할 수 없다. 트렌드에 맞는 사업으로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물로서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정간편식(HMR)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비대면 판매를 늘리는 전략이 매각을 시도하는 것보다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장을 축소해 신제품이 나오면 보여주기 위한 ‘쇼룸’ 형태로만 최소로 유지하고, 동시에 완제품 브랜드를 키워 비대면 판매를 늘리라는 제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는 그간 성적이 좋지 않은 외식사업부를 완제품 브랜드로 만들어 흥행시키는 작업을 잘해 왔다. 비빔밥 외식 브랜드로는 좋지 않았던 비비고를 만두라는 완제품 브랜드로 잘 살려낸 것이 그 예”라며 “계절밥상과 빕스 등도 이미 CJ제일제당에서 HMR 브랜드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 측은 “연초에 밝힌 것처럼 뚜레쥬르는 매각을 진행하지 않고 있고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부도 마찬가지로 매각 계획이 없다”며 “HMR의 경우 자체 생산 역량이 있기 때문에 기존부터 만들어왔는데 최근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