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보여도 주변만 ‘맴맴’
![]() |
||
▲ 검찰이 삼성SDI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지난 2월28일 민노당 의원들은 삼성SDI의 휴대폰 위치추적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을 발의했다. 사진=오마이뉴스 | ||
민주노동당(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불법파견근로 판정을 노동부로부터 받은 사실을 알리고 이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3월30일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삼성SDI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해 위치를 추적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자료를 거듭 요청했다.
# 3월17일 국회 귀빈식당.
민노당 심상정 의원 사회로 이루어진 중소기업 현장과의 대화에서 삼성과 소송중인 하청업체 얼라이언스 시스템의 조성구 대표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횡포에 대해 설명했다.
# 2월28일 국회 기자회견장.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민노당 의원 10명은 삼성SDI 직원에 대한 위치추적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4월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민노당의 원내진출이 가시화되자 재계의 관심은 민노당과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국내 최대 재벌그룹인 삼성의 대결에 쏠렸다.
예상대로 민노당은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신화에 이의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고 의회 차원에서의 해결에 나선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단 의원은 노동부에 대해 삼성의 무노조정책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요구해왔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노회찬 의원은 삼성에 대한 특검법을 추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민노당 의원 10명은 4월6일 열리는 임시국회를 앞두고 앞서 발의한 특검법 상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어 삼성그룹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단병호 의원은 당선 초부터 “의정활동 기간 내내 삼성의 노동정책을 주시하겠다”고 밝히고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지속적으로 고발해온 바 있다.
단 의원이 삼성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 것은 지난해 삼성SDI측이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위치추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였다. 단 의원에 따르면 삼성SDI는 사망자와 퇴직자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한 뒤 통신회사의 친구찾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직원과 퇴직자들 중 노조설립 활동을 하고 있던 11명 등의 위치를 추적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검찰에 고소된 이 문제는 지난 2월16일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삼성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시 검찰은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8명에 대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단 의원측은 “위치추적을 당한 사람이 모두 노조결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퇴근한 뒤에 추적이 집중된 점과 울산, 수원 공장에서 동시에 이뤄진 점 등 사측이 행한 정황증거가 충분한 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사건을 종결하자 삼성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사측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삼성일반노조(현재 삼성일반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의 김성환 위원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인터넷과 책을 통해 유포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검찰이 결론지은 ‘결정적 증거 부족’이 사실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되어 삼성의 ‘법대로’ 주장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삼성은 계열사에 일어난 잇단 노무 잡음에 대해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의 노조설립 방해와 무노조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자료를 정리한 자료를 국정감사 때 제출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를 책으로 펴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는 알려지지 않은 삼성의 불법행위들이 실릴 예정이어서 삼성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삼성일반노조는 지난 2003년 <벼랑끝에서 희망을 움켜쥐고>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삼성에 대한 불기소 처분과 김씨의 구속이 이어지자 민노당 의원들은 특검법을 발의했고 또다시 임시국회에서 삼성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단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법위치추적 문제를 제기하고 삼성SDI의 김순택 대표이사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민노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정보통신위원회의 문제”라며 반대해 증인출석은 실패로 돌아갔다.
올 1월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과 9월에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금품을 지급했다는 삼성 직원의 증언을 이끌어내고 1억3천5백만원이 실제 퇴직금보다 더 많이 입금된 통장을 공개했다. 동시에 단 의원은 그 의혹에 대해 삼성전자에 공개질문을 했으나,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중인 내용이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지난 3월30일 기자회견에서는 제일모직의 공장 하역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사실상 제일모직의 직원과 동일한 채용 및 근로조건으로 일하면서도 하청업체인 것처럼 위장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부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단 의원은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단 의원측은 “다른 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통과되지 않는다 해도 여론에 대한 환기와 고발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