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고리 물밑 교감설…선 독자행보·후 보수대통합 염두에 뒀을 수도
여의도 인사들은 비호감 대선이 균열을 낸 공간에 둥지를 틀 3인방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둘을 콕 집었다. 특히 제3지대에 뒤늦게 깃발을 꽂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3인방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도 제3지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인사는 “11∼12월은 중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도발 판 흔들기 방아쇠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당겼다. 그간 정치 외곽에 있던 김 전 부총리는 10월 24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새로운 물결(약칭 새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보다는 ‘정치교체’에 방점을 찍으며 “(새물결) 별칭은 오징어당”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비호감도를 보이는 여야 1위 대선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 중도 표심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시선은 즉각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쏠렸다. 그간 김 전 부총리 뒤에 ‘책사 김종인’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양측이 제3지대를 고리로 모종의 교감을 나눴다는 게 이른바 ‘김종인 뒷배 역할론’의 핵심이다. 김 전 위원장은 새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도 참석했다.
여의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지난 6월까지 국민의힘 경선 버스 탑승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측근 의견은 분분했다. 장고하던 김 전 부총리는 7월부터 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갔다. 제1야당 대선 경선 버스 탑승 대신 독자 행보에 나선 김 전 부총리의 행보가 ‘김종인의 큰 그림’이라는 설도 돌았다. 김 전 부총리는 10월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
관전 포인트는 ‘김종인 큰그림’의 종착지다. 핵심은 ‘선 독자행보·후 보수대통합’이 유력하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에게 조언한 대선 타임 스케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월 말 경선버스 출발론’을 고수했을 때도 “(윤 후보가)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11월 여론조사 단일화를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기 입당한 윤 후보가 ‘1일 1 망언’ 논란에 시달리자 “파리떼에 헤맨 지난 5개월”이라며 “입당을 후회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김 전 부총리가 새물결 창당 후 여론조사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 중도 외연을 최대한 확장한 뒤 국민의힘과 합치는 ‘김종인표 대선전략’이다. 김 전 부총리는 조정훈 대표의 시대전환과도 합당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들은 “김동연 카드를 품을 수 있다면, 중도 표심이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동연·김종인 연대’가 실체를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김동연 카드는 ‘킹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의 플랜A가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직간접으로 윤석열 대망론을 띄웠다. 윤 후보가 실언할 때마다 보호막을 쳤다. 플랜B에 불과한 김 전 부총리가 독자 행보를 감행할 경우 이들의 연대는 물밑에서 끝난다.
현재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 후보로 제격”이라고 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우리 편인지 확신이 없다”고 전했다.
김 전 부총리가 신당을 띄운 사이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11월 5일) 행동을 예고했다. 야권 한 인사는 “보수와 중도의 시너지를 노리는 김종인의 용인술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