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내 세력 결집’ vs 홍준표 ‘윤=불안한 후보’ 공략…원희룡·유승민도 완주하면 정치적 소득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홍준표 의원은 최대 무기인 입심을 총력 가동, 민심 휘감기 전략을 통해 ‘당심의 민심 추종’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을 세웠다. ‘윤석열 홍준표’ 양강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분석되는 원희룡 유승민 후보도 마지막까지 샅바 끈을 놓지 않으며 추격을 벼르고 있다.
#윤석열, 당심 휘몰이
윤석열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당심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혀 밀릴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에게 밀린다고 하더라도 큰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어 당심만 확실히 잡으면 무난한 승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50%씩 합산해 결정한다.
윤 전 총장 측은 최대한 비관적으로 봤을 때 일단 여론조사에서 5%포인트(p) 이상의 차이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0월 25∼26일 전국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27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로 누가 나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30.7%가 홍 의원, 25.1%가 윤 전 총장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이 앞섰지만 큰 격차까지는 벌리지 못한 수치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6%, 원희룡 전 지사는 6.3%였다.
윤 전 총장이 위안으로 삼는 부분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세가 공고하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총장이 50.8%로 과반의 선택을 받았고, 홍 의원 33.4%, 유 전 의원 6.8%, 원 전 지사 6.0% 순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유 전 의원이 33.9%로 1위를 기록했고, 홍 의원 33.3%, 윤 전 총장 7.3%, 원 전 지사가 5.0%로 그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 측 한 관계자는 “솔직한 얘기로 지난번 2차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성적은 홍 의원이 좋았던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당심에서 우리가 더블 스코어 격차를 벌린 것으로 자체 파악됐다. 이번 최종 경선도 같은 결과치가 나올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우리가 지지율이 앞선다. 당원 비율까지 크게 올라가니 대세론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마지막 경선의 바로미터는 당심으로 보고 당원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포인트는 현 집권세력과 정면 대결을 해온 윤석열 전 총장이 결기를 다시 한 번 드러내 보이면서 반문 대결 구도를 통한 정권 교체 프레임을 가동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10월 26일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윤석열로 이기는 것이 문재인 정권에 뼈아픈 패배를 주는 것”이라고 했고, 당원들에게 보낸 우편 홍보물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를 자처했다.
윤 전 총장은 10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어 “대장동 국민 약탈 사건 특검을 도입하고 모든 형태의 정치 공작을 분쇄하기 위해 결연히 맞서 싸우는 선명한 후보가 되겠다”고 호소하면서 자신을 정권 교체와 정치 혁신의 도구로 등치시켰다. 특히 그는 이준석 대표를 끌어들이면서 “이준석 대표와 손잡고 건전 보수는 물론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담아내는 큰 그릇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언, 당원들에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 표심까지 끌어당기려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경선 종반전에 이른 윤 전 총장은 반문 결집을 통한 당심 모으기를 위해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관련,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속 보이는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를 ‘공작처’로 몰아세웠다.
윤 전 총장 측은 캠프 내에 넘쳐나는 현역 국회의원들도 당심 확보에서 한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총장 입당 이후 속속 의원들이 합류해왔는데 이들이 많은 신규 당원까지 확보해온 만큼 당내 우군이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양강 대결을 벌이는 홍 의원 측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윤석열 실언 이끌어내기 전략’을 펼 것으로 보고 철저한 아웃복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득점보다는 실점 줄이기 전술인 셈이다.
#홍준표, 민심 휘감기
홍준표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홍 의원은 10월 27일 당내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1위를 기록한 수치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아직도 망설이나, 대세는 홍준표”라고 직접 자신을 띄웠다. 그러면서 “홍준표로 결정되는 순간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50%를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로지 홍준표만이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자신을 필승 카드라 지칭했다. 우편 홍보물에서는 “당과 함께한 26년”을 거론한 뒤 “누가 보수의 적자, 국민의힘의 적자인가”라고 호소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세를 보면서 잔뜩 고무된 홍 의원 측은 당심도 결국 민심을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6월 이준석 당대표 선출과정에서도 당심의 민심 따르기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결국 민심을 확실히 휘감는다면 당심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당대표 선거 때 당심은 이준석 대표에게 차가웠다. “30대에다 0선이 무슨 당대표를 하느냐”는 당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대표도 사실 당대표 당선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당선 이후 털어놓기도 했다. 3등 정도 한다면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국민의힘이 이제 확 바뀌어야 한다’는 민심의 바람이 불었고 이준석 돌풍이 일어났다. 당심을 믿고 출마했던 나경원·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치고 올라오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 이 대표를 결국 꺾지 못했다.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민심과 당심이 동조화하는 현상이 최근 뚜렷해진 것은 맞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현역 의원과 당원들의 접점이 적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다. 민심이 이끌고 당심이 쫓아가는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불안한 후보론’을 계속 강조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공격력에다 수비력도 함께 다져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전력 보강이 계속 이뤄지는 윤 전 총장과 달리 백업 요원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경선 막판 윤석열 캠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한 하태경 의원은 저격수를 자처하며 연일 홍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하 의원은 10월 28일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홍 의원이 공개 구애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을 만들어냈다. 이에 홍 의원 측은 “주사파 출신은 영입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발끈했고 하 의원이 이에 재반박하는 등 이들은 난타전을 벌였다.
#원희룡 유승민, 마이웨이
‘빅2 후보’와 격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승민·원희룡 후보는 끝까지 샅바를 놓지 않고 있다. ‘마이웨이’를 외치며 뚜벅뚜벅 가고 있는 것이다. 둘의 완주가 양강 후보 판세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 작용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전 지사의 경우 향후 정치적 미래를 보면서,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적 자존심 때문에 완주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 전 지사는 이번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유효 점수를 얻은 것으로 정치권은 본다. ‘대장동 1타 강사’에서 보여준 치밀한 공격수 이미지에다, 부인의 ‘소시오패스’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서며 부인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샌님’ 스타일에서도 벗어났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원 전 지사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해봤는데 검사 출신답지 않게 합리적이고 부드럽다”며 “이런 이미지로는 사실 큰 정치인이 되기 어려운데 이번 대선 경선에서 확실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절대 불가’를 외치며 완주를 선택했다.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는 유 전 의원 평소 신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많이 드러낸다. 확실한 가치주이지만 벼락 상승 주식을 좋아하는 한국 정치의 속성 탓에 가치주로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평가다.
유 전 의원이 최종 후보가 되지 않는다 해도 완주한다면 일정 부분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로가 드물어 툭하면 외부 인사를 영입해오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의 어른 역할을 하는 든든한 지주목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유 전 의원에게도 향후 또 다른 정치적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