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시특검 제안 ‘송’ 일베발언 등으로 설화…선대위 구성에 목소리 내며 불협화음도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당대표 역할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통상 대선 후보 확정 후 당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언론 노출 빈도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유독 이번 대선에선 여야 대표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준석 대표를 향한 비토 기류가 퍼지고 있다. 이 대표는 11월 6일 JTBC 인터뷰에서 “제가 선거 과정에서 하이에나를 언급했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파리떼를 언급했다”며 “전·현직 당대표가 어느 지점에 우려를 가졌는지 (윤석열 후보는) 잘 전달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후보 측 일부 인사들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에 윤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11월 8일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구성을 놓고도 윤 후보 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묘한 신경전 기류가 있다”며 “이 대표가 윤 후보 측에 선대위 규모를 최소한으로 꾸려야 한다고 전달했다. 그렇게 해야 메시지 관리도 잘되고 효율적으로 캠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선 “선대위 구성은 후보 의중이 제일 중요한데 대표가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만이 감지된다.
이준석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동시 특검을 하자고 제안한 것 역시 당내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윤 후보가 왜 특검을 받아야 하냐”는 취지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 대표가 민주당 간첩 같은 짓을 하고 다닌다”는 원색적인 비난 글까지 게시됐다.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 주장이 파급력이 크다. 윤 후보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왜 특검을 받아야 하나.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사주 의혹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가 훨씬 더 큰 건인데, 이 대표의 쌍특검 제안으로 (이 후보랑) 똑같이 취급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는 당원소환제를 통해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자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임기 시작 6개월 넘은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이 당헌당규를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행위 등을 할 경우 소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청구인 책임당원의 서명으로 당원 소환의 사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당무감사위원회에 당원소환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 휴대전화를 뺏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11월 9일 ‘이준석 당대표의 스마트폰을 뺏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30대 서울 사는 청년”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이 대표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 대표의 SNS 정치를 문제 삼았다.
청원인은 “당대표가 되고 윤석열, 원희룡 등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매일같이 키보드 배틀질을 했다. 2030 일부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해 다수의 상식적인 2030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국민을 실망시켰다. 갈등 과정을 자신의 SNS에 매일 떠벌리며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망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행보를 두고도 당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송영길 대표는 이 후보 확정 이후 광폭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1일 1인터뷰’를 이어가며 국민의힘을 향한 ‘공격수’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송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일베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송 대표는 10월 13일 이낙연 전 대표의 강성 지지자 일부가 ‘경선 무효표’ 논란을 제기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0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지자들에게 일베라고 한 송영길 사퇴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송 대표가 조율 없이 일정을 말해 곤욕을 치른 일화도 있다. 송 대표는 10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오늘 경기도 국감을 하시니까, 끝나고 나면 사표를 내고 예비 후보 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찾아 뵐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막걸리 한잔하면서 서로 풀어지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로 인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캠프 측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송 대표 역시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 후보 측과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송 대표가 단독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를 고집해 이 후보 측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대위 내부에서는 송 대표 태도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송 대표에게 ‘주연병’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송 대표 발언이 센 편이라 캠프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대표 토론 배틀도 그렇다. 586 꼰대 이미지가 있는데, 이준석 대표랑 붙어 있으니 더 비교가 된다. 지금 (이 후보에게) 급한 게 2030 민심인데 송 대표가 너무 앞장서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