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는 투표율에 달렸다
▲ 분당 을 출마를 전격 선언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일 지역을 찾아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손대표는 지난 3월 31일 강원 춘천에서 진행된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선출 경선결과 발표회에서 자신의 분당 을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장수로서 일선에 나가서 직접 싸우는 것이 이번 재·보궐선거 전체를 승리로 이끄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분당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힘이고 정신이 되겠다, 그것이 우리의 정권교체 의지의 표현이 되겠다, 궁극적인 승리의 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출마의 1차 목표는 재·보궐선거 전체의 시너지 효과다. 야당 당수의 출마 자체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어 선거 전체 판도의 전선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당의 정권교체 의지라는 표현을 빌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대선가도에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일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의 출사표는 당의 약진 여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승부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처음 분당 을 지역을 찾아 선거운동에 나섰다. 대한노인회 분당구지회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미금역에서 퇴근길 직장인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측근들도 급히 이뤄진 출마선언에 따라 선거사무소 개설, 일정 잡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와 관련,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손 대표가 오늘 분당에서 보여준 행보가 향후 선거전략의 단서가 될 것”이라며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주민들에게 충정을 말씀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 또 지지를 호소하자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중앙당 차원의 선거대책위는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후보로 뛰고 있어 중앙당은 사무총장 중심의 선거대책본부라는 실무팀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손 대표는 주로 분당에서만 활동하고 강원, 김해 등의 지원은 상징적인 선거 지원을 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 측은 일단 출마선언 이후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인데도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지난 3월 30일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분당 을 지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 손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대결할 경우 손 대표(42.7%)는 강 전 대표(44.3%)에게 1.6%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차범위(±4.4%p) 내 결과로 예측불허의 선거 판세를 의미한다. 이보다 앞서 3월 15일 <국민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손 대표가 지지율 48.6%로 40.6%인 강 전 대표를 8%p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분당 을은 확실한 한나라당 텃밭이다. 30일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52.1%로 민주당 지지도 22.6%의 두 배 수준이었다. 역대 선거 결과도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야권이 승리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분당 을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여유롭게’ 승리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는 이곳에서 57.8%의 지지율로 야권 단일후보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15.6%p 차로 제쳤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이 지역에서는 43.4%의 지지율로 한나라당 후보에게 8.7%p 뒤졌다. 특히 야권 후보들은 분당 을 지역에서 분당 갑 지역보다 1∼2%p를 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1.0%의 지지율을 얻었고,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임태희 후보가 무려 71.1%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결국 손 대표가 불리한 정당 지지도의 판세를 뒤집으려면 상대후보에게 ‘10%p 이상’의 우위를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당 지지도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20~30대 유권자가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강 전 대표와 맞대결시 30대 응답자 층에서 72.6%의 지지율로 9.8%인 강 전 대표를 압도했다. 투표참여 열기가 낮은 재보선에서, 특히 젊은 층을 투표장에 나서게 만드는 것이 선거전략의 핵심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현 정부의 각종 실정과 청년실업 문제 등에 쟁점화의 포커스를 맞출 채비를 하고 있다.
40~50대를 겨냥해선 이 지역의 부동산값 하락에 따른 민심 이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손 대표는 당론인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다만 세부공약 대결로 흐를 경우 실질적 정책수단을 쥔 여권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보고 대권주자로서의 비전을 강조하는 데도 방점을 두기로 했다. 손 대표의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이 그대로 가도 좋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해 중산층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당락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손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간 4전 3승 1패의 성적표를 갖고 있다. 그가 회심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 온 국민의 눈길이 분당 을로 쏠리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