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 변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구설 등 역풍 주의보…‘사랑꾼’ 김혜경 적극적 활약 기대 ‘혜경궁’ 재부상 우려도
퍼스트레이디 후보들의 등판이 임박했다. 국민의힘은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진 후에 배우자 지원팀이 마련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선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도 후보 가족이 나서 선거 운동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꾸려진 후에 (윤 후보 부인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1972년생으로 윤 후보와 띠동갑이다. 2019년 7월 25일 윤 후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청와대에 동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 씨는 윤 후보가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던 2012년에 결혼했다. 2018년 4월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한 스님이 나서서 (윤 전 총장과) 연을 맺게 해줬다”라고 전했다. 김 씨가 지칭한 스님은 무속인 ‘무정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씨는 경기대와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7년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했다. ‘샤갈 전’, ‘앤디 워홀 전’ 등 굵직한 전시를 기획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올해 3월 공개된 윤 후보 재산은 69억 978만 원인데, 윤 후보 재산(2억 203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김 씨 재산이다.
김 씨는 최근 참모의 조언에 따라 단발머리로 변화를 줬다고 한다. ‘커리어우먼’ 이미지에 젊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김 씨는 대선 후보 배우자 중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보다 여섯 살 어리다. 윤 후보 측은 김 씨가 2030 표심 공략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낙상 사고 이후 9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혜경 씨 상태가 크게 회복돼 이 후보와 동행했다는 게 캠프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혜경 씨가 11월 9일 낙상 사고를 당한 후 이 후보 측은 구급차 내부 CCTV와 통화 내용을 공개해 세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부부는 11월 18일 손을 잡은 채 야구경기장에 입장,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맨날 같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소감은 없다”고 했다.
1966년생인 김혜경 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했다. 유학을 준비하던 김혜경 씨는 1990년 변호사였던 이 후보를 처음 만났고, 이 후보는 김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김 씨에게 13세 때부터 직접 써온 일기장을 건네주며 청혼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6개월여 만인 1991년 3월 결혼했다.
김혜경 씨는 적극적인 내조형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상냥하고 활발한 성격 덕에 내조에 제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후보가 도지사 신분으로 일정에 제약이 많을 당시 남편을 대신해 전국을 돌면서 ‘그림자 내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도 김혜경 씨 활약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김혜경 씨가) 이 후보와 정책 얘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혜경 씨는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내부에서도 김혜경 씨에게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캠프 내에서는 김혜경 씨가 음악을 전공했던 만큼 이와 관련된 일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둘은 최근 ‘사랑꾼’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낙상 사고 이후인 11월 13일 경남 거제에서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 ‘명심캠프’에서 김혜경 씨는 “잠시 기절했었는데 눈을 딱 뜨는 순간에 우리 남편이 ‘이 사람아’ 하면서 막 울고 있었다”며 “옆에서 손잡아 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한 거 같다”고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둘은 과거 부부 동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남다른 애정과 예능감을 선보인 바 있다.
정가에선 두 배우자의 등판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는 ‘학위 논문 표절 논란’, ‘허위 이력 논란’, ‘쥴리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여러 구설에 오르면서 깜깜이 행보를 이어왔다. 김 씨가 2008년에 쓴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진행형으로, 대학 측은 대선 직전인 내년 2월까지 검증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 아무개 씨는 요양병원 불법 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씨에게) 불거진 의혹들이 중도 민심을 갉아 먹을 수 있다”며 “윤 후보에게 오히려 약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여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역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혜경 씨는 2016년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과거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에서 혜경궁 김씨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당시 문재인 후보 등을 비방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이 트위터 계정주가 김혜경 씨라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됐다. 김혜경 씨는 2018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두 후보 진영에서는 부인들의 공개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선거 전문가는 “내년 대선은 역대급 부인 리스크”라며 “배우자들의 정치 행보는 중도 민심과 직결되는 부분이 크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중도층을 얼마든지 잃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유쾌한 정숙씨' 시너지 효과…역대 퍼스트레이디 내조 스타일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배우자들의 내조 경쟁이 시작되면서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의 내조 스타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활동형’으로 꼽힌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 덕에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의 차분하고 신중한 느낌과는 상반돼 조화롭다는 평을 받는다. 김 여사는 2017년 5월 13일 청와대로 이사를 준비하던 중 자택을 방문한 60대 민원인에게 ‘라면을 먹고 가라’며 손을 잡아 결국 컵라면 하나를 쥐어주며 달래준 일화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다. 이 여사는 1952년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여성문제연구원’을 창립했다. 1989년에는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와 힘을 합쳐 가족법 개정을 이끌었고, 1998년 영부인이 된 후에는 여성부 탄생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재단 설립 등으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림자 내조’ 타입의 영부인들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 옆에서 조용히 내조했지만, 때로는 직언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육 여사는 ‘육영재단’과 ‘양지회’ 등을 꾸려 박 전 대통령을 내조했다. 양지회는 육 여사가 이끌던 이웃돕기 모임이다. 고위 관료나 권력·국책기관 수장의 부인들이 주 회원이었다. 육 여사는 양지회를 통해 한센인과 난민촌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육 여사가 ‘청와대의 야당’이라 불렸던 배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그림자 내조 스타일로 알려졌다. 앞에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숨겨 놓은 자식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숨겨진 자식이 있으면 빨리 데려 와라. 바쁜데 선거운동 좀 시키게”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전통적 영부인’으로 평가를 받는다. 영부인 시절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없앴을 정도로 대외 활동을 자제했다. 대신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 운전기사, 여성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챙겼다. 과거 상도동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든 시래깃국에 갈치 한 토막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는 훈훈한 미담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