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청 차장급이나 ‘존재감’ 커…압수수색 영장 취소, 여당 의원과 접촉 등 수사력·공정성 논란 잇따라
하지만 출범 후 공수처가 보여주고 있는 수사 능력 부재는 비판 대상이다. 최근에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 효력이 법원 판단으로 무효가 됐다. 수사의 시작이라는 압수수색부터 막혀버린 공수처를 놓고 ‘판사 출신들의 한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이 수사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공수처의 실질적인 수사 지휘를 담당하는 자리인 공수처 차장검사는 특정직공무원으로 공수처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 정년은 63세다. 차장은 수사처검사의 직을 겸하며 처장을 보좌한다. 또 처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처장의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3개의 수사부서와 1개의 공소부를 보유한 공수처는 처장(1명)과 차장(1명), 부장검사(4명)를 포함 전체 검사 정원이 25명이다. 큰 규모의 지청인 순천지청(지청장 1명,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등 총 검사 25명)이나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검인 제주지검(검사장 1명,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등 총 검사 31명)과 비슷하다.
하지만 존재감은 크다. 공수처가 맡은 사건들은 모두 고위 공무원이나 검사, 판사의 비위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수처가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도 끊임없이 언론에 회자된다.
이런 사건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이가 공수처의 차장검사다. 초대 차장검사는 판사 출신의 여운국 차장으로 사법연수원 23기다. 당초 공수처 초대 차장검사로 제청됐을 때만 해도 여당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한 기무사 장교들의 변호인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낸 적도 있다.
하지만 김진욱 처장은 “법관 생활을 하면서 영장 전담법관으로 3년 정도 했다”며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형사 전문 변호사이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당시 ‘검사 출신은 차장으로도 안 된다’는 여당의 입김이 반영된 탓에 판사 출신인 여운국 당시 변호사가 낙점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여운국 차장은 올해 2월 1일 취임식에서 “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커다란 책임감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수사 실세? 논란도 상당
여운국 차장은 ‘실질적인 수사 지휘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헌법에 밝은 판사 출신 김진욱 공수처장보다 형사 사건 재판을 맡은 경험이 있어 발언권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실제 공수처가 조사도 없이 청구했다가 10월 26일 법원에서 기각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영장 역시 여 차장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그는 손준성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당초 공수처 내부에서는 소환 조사도 없이 영장을 청구했을 경우 발부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 차장은 “지금 청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며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그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사석에서는 밝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일을 할 때에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일처리를 하는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공정성 시비까지 붙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여운국 차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면서 저녁식사 약속까지 잡은 사실이 알려진 것. 이에 공수처는 “안부를 묻고 답한 극히 짧은 시간의 대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수사 능력 부재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압수수색한 것이 무효가 됐다. 공수처는 9월 10일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웅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김 의원은 현장에 없었다. 이에 김 의원은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준항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김 의원) 사무실에 진입함으로써 이 사건 영장의 집행을 개시했고, 그 전에 김 의원에게 집행 일시를 통지한 사실이 없다”며 “이는 김 의원의 참여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한 수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가 김 의원 보좌관의 PC를 수색한 것에 대해서도 “제삼자가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수색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공수처의 해당 압수수색 효력은 무효가 됐다.
여운국 차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법조인은 “치밀하고 꼼꼼하지만 어떤 때 보면 즉흥적인 부분도 있는 게 여운국 차장의 업무 스타일”이라며 “그런 측면들이 정치적인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공수처 고위직이라는 자리에서 리스크로 발생하기도 하는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