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나은행장 제재 대상 빠지자 “형평성 어긋나” 비판 커져…금감원 “적법한 절차와 근거에 따라 제외”
#윤석헌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
지난 12월 2일 오후 금감원은 하나은행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2차 제재심을 재개했다. 지난 7월 15일 금감원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혐의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대한 첫 제재심을 열었지만, 징계를 확정하지 못했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 조치를 바탕으로 제재 여부와 수위를 제재심에서 논의했다.
앞서 6월 24일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기관경고를,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한 책임으로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당국의 임원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 이상을 처분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불완전판매로 큰 손실이 나거나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와 모두 엮여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전체 판매액 8224억 원 중 47%(3876억 원)가 하나은행에서 판매됐다. 2017~2019년에는 라임펀드를 871억 원가량 판매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1100억 원, 독일 헤리티지펀드 400억 원을 팔았다. 2019년에만 디스커버리펀드를 약 240억 원을 판매했다.
이런 가운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함영주 부회장은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동안 최근 문제가 된 다수의 사모펀드가 판매됐다. 지성규 부회장은 사모펀드 판매 말미인 2019년 3월부터 하나은행장을 지냈지만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책임을 진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실을 당시 금감원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1월 26일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함영주 부회장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도 이후 윤 전 원장은 일요신문에 “기억이 확실하지 않고, 제재심 진행을 지켜보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5월 7일 윤 전 원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금감원장 자리는 3개월간 공석이었다. 8월 6일에서야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공식 취임했다. 즉, 내부위원 4인과 지명 외부위원 5인으로 구성된 제재심이 윤 전 원장 퇴직 뒤에 함영주 부회장을 뺀 징계안을 하나은행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제재심에서 징계안이 의결되면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야 한다. 정 원장의 취임 이후 행보를 고려하면 당초 징계안보다 제재 수위를 높이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함영주 전 행장의 경우,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등과 관련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만, 금번 검사 이전에 실시한 DLF 검사에서 동일한 위반행위(사모펀드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로 이미 조치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해 적법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헌 전 원장 퇴임 이후 함 전 행장을 제재 대상에서 부당하게 제외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고, 최종 결정은 제재심 심의 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이 손태승 회장과 달리 함영주 부회장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46조의 2에는, 이미 제재를 받은 자에 대해 그 제재 이전에 발생한 별개의 위법·부당행위가 추가로 발견된 경우, 추가로 발견된 위법·부당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 부회장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4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해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함 부회장과 함께 DLF 판매 관련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문책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지성규 부회장도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DLF 징계에 앞서 지난 2019년 우리은행은 고액현금거래 보고의무 위반으로, 하나은행은 상장지수증권(ETN) 불완전판매 관련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둘 다 CEO 제재는 없었다. 손태승 회장의 라임펀드 관련 징계는 당초 사전통보된 ‘직무 정지’에서 ‘문책 경고’로 낮춰졌다. 이 같은 봐주기 논란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규제포획(규제 기관이 규제 대상에 의해 포획되는 현상)이 꼽힌다. 실제 손태승 회장이 제기한 DLF 불완전판매 관련 금감원 제재 불복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규제포획으로 예방적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판결문에 적시하기도 했다.
한편 함영주 부회장은 유력한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용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나 소송 결과에 따라 함 부회장의 거취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현재 함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채용 관련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DLF 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