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체제’ 후 현장 복귀한 권영수 부회장, 재계 “모험하지 않을 것”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생산능력 기준으로 글로벌 배터리 업계 2위 규모로 평가받는다. 1위는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배터리 생산능력은 CATL이 633GWh로 평가됐다. LG화학은 410GWh 수준이다. 둘 간 생산능력 차이는 약 1.5배다. CATL의 시가총액은 약 272조 원 수준.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증권신고서대로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70조 원 수준으로 CATL와 3배 넘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몸집은 크지만 희망 공모가액이 저평가라는 이야기가 도는 것 자체가 최근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의외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는 발행사(고객사)의 희망 공모가액을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시장에서는 고평가라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시장에서 희망 공모가액이 낮게 책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나 LG에너지솔루션이나 수천억 원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사업구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희망 공모가액 산정부터 발행사와 주관사는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지만 최종적으로 희망 공모가 범위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정권은 발행사가 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1월 LG그룹 지주사인 ㈜LG 대표이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현장에 복귀한 권영수 부회장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권영수 부회장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책정된 공모가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인 A 전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경우 오너 일가와 모회사 입장에서는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상장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높을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주가 관리도 전문경영인을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기 때문에 높은 공모가로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부정정인 평가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섭렵했으며 2018년부터는 ㈜LG 대표이사를 맡아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구광모 회장 체제의 틀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월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에서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옮겼을 때 재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권영수 부회장이 2015년부터 3년간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맡은 바 있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지주사 대표에서 계열사 대표로 내려갔다는 것 자체로 LG에서 권영수 부회장의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재계 고위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권영수 부회장의 지주사에서 역할이 끝났고 회장 중심으로 권력을 다져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 경우 계열사로 내려간 권영수 부회장이 새삼스레 큰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나마 LG엔솔로 내려보낸 건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에서 힘든 시기에 권영수 부회장의 도움을 평가한 것"이라며 "구광모 회장이 권영수 부회장에게 시간을 준 것이며 권영수 부회장이 새삼스레 LG엔솔을 의욕적으로 이끌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