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리비·세차비도 학부모에 전가”
▲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서울의 한 고등학교 축구부 담당교사의 심판 매수, 선수들 상급학교 진학 로비, 운용기금 개인착복 혐의가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일요신문>은 최근 서울의 신흥명문 으로 알려진 K 고교 축구부의 체육부장 교사 C 씨와 관련한 비리혐의가 구체적으로 담긴 진정서를 단독 입수했다. 문건은 K 고 축구부의 학부모가 C 씨의 비리혐의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에 올린 ‘진정서’와 제출 예정인 ‘고소장’이다.
문건에 담긴 C 씨의 혐의는 가히 걸어 다니는 ‘비리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문건에 의하면 C 씨는 K고 체육교사로 재직 중이던 2005년 11월 축구부를 창단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올해 3월까지 감독역할을 겸임했다. 재직 중 C 씨는 학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받은 후원금 외에 각종 비정기 후원금을 모집해 4억 원가량을 착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C 씨가 학부모들에게 상급학교 관계자 로비와 주요 경기 심판 매수를 위해 쓴다며 상당금액을 걷어갔다는 것이다. 문건에 첨부된 후원기금 지원 장부에 의하면 C 씨는 수차례 상급학교 관계자에게 술 접대와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리그 및 토너먼트 대회를 앞두고는 심판 매수용 자금을 대량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에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에 걸쳐 500만 원가량이 상급학교 로비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기재됐으며 2008년 8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370만 원가량이 심판 매수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기재됐다.
그동안 소문만 횡행했던 고교축구의 심판매수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불법로비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K-리그 승부조작 비리 광풍을 맞고 있는 축구계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문건에는 이외에도 약자 입장에 서있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지도자들의 횡포가 난무하고 있는 학교체육계의 안타까운 현실도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문건에 나타난 C 씨의 개인착복 의혹 및 학부모를 상대로 한 횡포는 상식 밖 수준이다. 문건에 따르면 C 씨는 학부모들로부터 매월 걷어가는 정기후원금 이외에 수차례에 걸쳐 별도의 지원금을 걷은 것으로 드러났다.
명목을 살펴보면 ‘명절 떡값’ ‘스승의 날 보너스’ ‘교장-교감 등 학교관계자에게 지급할 선물 자금’ ‘개인 진료비’ ‘개인차 수리비 및 세차비’ 등 비상식적이다. 또 이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걷어간 후원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불명확하다. 선수단 운영 시, 이용한 숙박업소와의 리베이트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 상당비용이 C 씨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다. K 고에 지원된 학교 체육운영기금과 해당지역 구청에서 지원한 특별지원금의 개인 착복까지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학교에서는 500만 원가량의 축구단 운영자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실제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불분명하다. 학부모들은 실제 지원된 물품 명목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해 해당지역 구청에서 지원한 특별지원금 1000만 원은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문제의 교사 C 씨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학부모들은 C 씨가 자신이 창단한 K 고 축구부를 그대로 자신이 전근 간 학교로 흡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단한 지 불과 6년 만에 K 고 축구부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학교 측에서도 그동안 축구부를 이끌어온 주축 인사 C 씨가 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 축구부를 운영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다달이 수백만 원을 들여 아들에게 축구를 시킨 학부모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셈이다. 학부모들은 현재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축구부를 비리교사 C 씨가 빠졌다는 이유로 없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로 취재결과 진정서는 이미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7일 기자와 통화한 서울시교육청의 한 감사관은 “K 고 축구부의 학부모로부터 진정서를 접수받은 상태다. 현재 C 씨와 해당학교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2주 후면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전까지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K 고는 기자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기자와 통화한 K고의 한 관계자는 “교사 C 씨와 축구부와 관련해 교육청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후원금으로 선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K 고 교장은 기자의 수차례에 걸친 확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재중’ 혹은 ‘출장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당사자인 교사 C 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 놓은 채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학교에 C 씨와의 통화를 요청했지만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번에 드러난 K 고 축구부의 비리의혹은 사실 해당학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마추어 축구계에서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불법비리, 심판매수,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불법후원금 갹출 횡포 등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학교체육의 고름이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투명한 학교체육을 위한 대대적인 감사와 개선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