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지우고 이재용 채우기 ‘밑작업’
▲ 삼성 그룹의 내부 부패 척결 의지가 ‘이학수 라인 자르기’와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사장, 이건희 회장, 이학수 고문. 연합뉴스 |
이 회장의 감사 예고는 즉각 또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삼성테크윈에 이어 삼성카드가 그 대상이었다. 지난 6월 13일 삼성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경영지원실장인 최 아무개 전무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이 즉각 수리한 것으로 보아 경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최 전 전무의 ‘죄’는 지난해 삼성그룹 한 계열사 직원이 삼성카드로부터 65억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외상으로 발급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현금화한 것. 물론 최 전 전무가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책임 차원의 사의였다.
서슬 퍼런 삼성 내부의 사정 칼날은 최근에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로 향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그룹 전체에 메가톤급 사정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움직임은 겉으로는 ‘부정부패 척결’ ‘깨끗한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숨은 뜻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이학수 라인 자르기’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본질은 훼손되지 않는다. 다만 척결 대상이 주로 이학수 라인에 해당된다는 시각이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곳곳에 이학수 고문의 사람들이 배치돼 있다는 것은 삼성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열사에 따라 심지어 과장급까지 ‘이학수 라인’이 형성돼 있다고 할 정도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 연말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고문직까지 겸하기 시작하면서 삼성물산을 들여다보니 이학수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말도 한때 나돌았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로열패밀리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학수 라인 제거 작업의 기미는 이미 지난 연말 인사에서 보였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0월 12일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참석차 멕시코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야 한다”고 말해 재계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이어 같은 달 30일 입국하는 자리에서는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조직을 이끄는 데는) 젊은 사람이 맞다”고 부연했다. “인사를 빨리 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쳐 삼성그룹의 큰 폭의 인사 단행도 예고했다.
예고한 대로 이 회장은 김순택 부회장을 신설한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하고 이학수 당시 삼성전자 고문을 삼성물산 고문으로 보내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옛 구조조정본부나 전략기획실 같은 조직이 부활할 것이며 이학수 고문이 다시 일선에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당시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인사 배경은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학수 고문,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이 2선으로 물러난 것을 두고 ‘문책’이라는 구체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한 말이었다.
이어 최광해 삼성전자 부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등 이학수 사람들로 알려진 인사들이 대거 삼성을 떠났다. 또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김응용 삼성라이온즈 사장, 김재욱 삼성LED 사장,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이 삼성을 떠나거나 2선으로 물러났다. 이 가운데 ‘이학수 사람’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부인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 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계열사 고위 임원에 내정됐다가 이학수 사람이라는 이유로 불발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45.90%, 삼성전자가 35.63%의 지분을 소유해 사실상 ‘이재용 회사’로 알려져 있는 서울통신기술이 그 무대다.
서울통신기술의 한 직원은 “그 임원은 이학수 고문 라인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자의든 타의든 최근 불어 닥치고 있는 사정·감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직원은 “이곳으로 오지 못한 후 그 임원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에서도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삼성전자 임원이 서울통신기술로 가지 못한 배경에는 ‘좌천’이라고 생각하는 본인의 의지보다 ‘이재용 회사’에 이학수 사람을 둘 수 없다는 타의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여러 정황들에 대해 이학수 고문이 삼성 핵심부에 수십 년간 몸담았기에 웬만한 고위 인사는 모두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 측도 “그 임원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울통신기술로 가기를 고사한 것”이라며 “이학수 고문 라인이어서 무산됐다는 얘기는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바깥 사람들의 억측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이건희 회장의 부정부패 척결을 이학수 라인 자르기로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앞서 말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삼성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김순택 실장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사정을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팀장급 인사는 “솔직히 이학수 라인 자르기로 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나 같은 말단 위치에서도 그런 말이 들리는데 윗선에서는 오죽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이건희 회장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일까. 익히 알려진 바대로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재용 체제’의 틀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달리 말하면 ‘이학수 라인 자르기=이재용 체제 임박’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수십 년여 자신을 보좌한 최측근과 그 수족을 잘라내면서까지 아들 이재용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복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 이재용 체제가 곧 열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한 인사는 “최근 분위기도 그렇고 할 일도 태산”이라며 “내부적으로 2년 남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즉 이재용 사장이 2년 후에는 회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급히 서두르는 까닭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때와 이재용 사장의 2년 후 나이가 딱 맞아떨어진다. 1942년생인 이건희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것은 1987년, 이 회장의 나이 만 45세였다. 1968년생인 이재용 사장은 2년 후면 만 45세가 된다. 또 다른 삼성그룹 직원은 “그런 얘기가 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건희 회장께서 오래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올해 나이는 만 69세. 내년이면 고희다. 스스로 말한 ‘젊은 조직·인재론’과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정황으로 볼 때 이건희 회장의 부정부패 척결은 상당 부분 이학수 라인 자르기에 무게를 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곧 여러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이재용 체제의 서막을 알리는 본격 신호탄으로 비치기도 한다. 과연 ‘예스 평창’을 이뤄낸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이재용 회사’를 주목하라
제2 삼성전자 키우는 중?
삼성의 후계체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면서 이재용 사장과 깊이 연관돼 있는 삼성 계열사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8.81%)로 있는 삼성SDS, 이재용 사장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한 서울통신기술, 이재용 사장이 2000년대 초 운영했던 인터넷 벤처 중 하나이자 ‘삼성의 조달청’으로 불리는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그것이다.
삼성그룹 직원들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와 반도체로 힘을 얻었다면 이재용 사장은 훗날 이들 기업으로 이름을 드높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젊은 조직·인재론’을 강조하고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에서 이재용 라인을 배치한 데 이어 최근 고강도 감사가 벌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이재용 사장 회사들’의 움직임도 꽤 분주하다.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디지털 도어록 등을 생산·판매하는 서울통신기술은 올해부터 자사 제품에 삼성 로고를 새겨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 올해 갑작스레 제품에 삼성 로고를 박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통신기술 한 직원은 “그동안 삼성 계열사면서도 그걸 잘 느끼지 못했는데 올해부터 제품에 삼성 로고를 새기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삼성이라는 자긍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이 단순히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갑자기 로고를 새기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즉 이재용 사장에게 사업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서울통신기술의 앞날은 더욱 밝다.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4G LTE(롱텀에볼루션) 시대를 맞아 서울통신기술이 대박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통신기술은 국내외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와이브로 LTE 등 각종 이동통신망과 초고속통신망을 구축·유지·보수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4G LTE 시대를 위해 기지국 중계기 등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통신기술의 매출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로고를 박기 시작한 것도 이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업체(MRO)인 아이마켓코리아는 전체 매출의 65%가량을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를 통해 달성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 실적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아이마켓코리아 실적도 좋아진다. 실제로 아이마켓코리아는 매년 성장해왔다. 지난 2009년 1조 18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 5400억 원, 올해에는 약 2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있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M&A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삼성SDS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사업도 그중 하나다. 한 삼성 직원은 “앞으로 삼성SDS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건희의 삼성전자라면, 이재용의 삼성SDS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나돌던 시나리오 중 하나가 ‘삼성SDS와 서울통신기술의 합병’이다. 이재용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이재용 사장의 회사나 마찬가지인 서울통신기술이 합병한다면 이재용 사장은 단숨에 삼성SDS의 지분을 높이고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으로 각인될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매번 ‘설’로만 나돌 뿐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합병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이는 서울통신기술 직원들도 인정하는 바다. 서울통신기술의 한 직원은 “후계를 위해서도 시간의 문제일 뿐 합병은 언제 해도 할 것 같다”며 “다만 지금 상태라면 우리(서울통신기술) 입장에서 합병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직원은 “삼성SDS보다 우리 연봉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합병한다면 분명 연봉 깎이고 구조조정이 생길 테고 우리로서는 좋을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 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메리트”라며 “합병보다는 ‘삼성통신기술’이라고 사명을 변경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보탰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 직원들이 합병 후 삼성SDS가 훗날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
제2 삼성전자 키우는 중?
삼성의 후계체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면서 이재용 사장과 깊이 연관돼 있는 삼성 계열사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8.81%)로 있는 삼성SDS, 이재용 사장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한 서울통신기술, 이재용 사장이 2000년대 초 운영했던 인터넷 벤처 중 하나이자 ‘삼성의 조달청’으로 불리는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그것이다.
삼성그룹 직원들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와 반도체로 힘을 얻었다면 이재용 사장은 훗날 이들 기업으로 이름을 드높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젊은 조직·인재론’을 강조하고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에서 이재용 라인을 배치한 데 이어 최근 고강도 감사가 벌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이재용 사장 회사들’의 움직임도 꽤 분주하다.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디지털 도어록 등을 생산·판매하는 서울통신기술은 올해부터 자사 제품에 삼성 로고를 새겨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 올해 갑작스레 제품에 삼성 로고를 박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통신기술 한 직원은 “그동안 삼성 계열사면서도 그걸 잘 느끼지 못했는데 올해부터 제품에 삼성 로고를 새기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삼성이라는 자긍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이 단순히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갑자기 로고를 새기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즉 이재용 사장에게 사업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서울통신기술의 앞날은 더욱 밝다.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4G LTE(롱텀에볼루션) 시대를 맞아 서울통신기술이 대박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통신기술은 국내외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와이브로 LTE 등 각종 이동통신망과 초고속통신망을 구축·유지·보수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4G LTE 시대를 위해 기지국 중계기 등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통신기술의 매출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로고를 박기 시작한 것도 이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업체(MRO)인 아이마켓코리아는 전체 매출의 65%가량을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를 통해 달성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 실적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아이마켓코리아 실적도 좋아진다. 실제로 아이마켓코리아는 매년 성장해왔다. 지난 2009년 1조 18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 5400억 원, 올해에는 약 2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있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M&A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삼성SDS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사업도 그중 하나다. 한 삼성 직원은 “앞으로 삼성SDS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건희의 삼성전자라면, 이재용의 삼성SDS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나돌던 시나리오 중 하나가 ‘삼성SDS와 서울통신기술의 합병’이다. 이재용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이재용 사장의 회사나 마찬가지인 서울통신기술이 합병한다면 이재용 사장은 단숨에 삼성SDS의 지분을 높이고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으로 각인될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매번 ‘설’로만 나돌 뿐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합병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이는 서울통신기술 직원들도 인정하는 바다. 서울통신기술의 한 직원은 “후계를 위해서도 시간의 문제일 뿐 합병은 언제 해도 할 것 같다”며 “다만 지금 상태라면 우리(서울통신기술) 입장에서 합병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직원은 “삼성SDS보다 우리 연봉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합병한다면 분명 연봉 깎이고 구조조정이 생길 테고 우리로서는 좋을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 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메리트”라며 “합병보다는 ‘삼성통신기술’이라고 사명을 변경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보탰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 직원들이 합병 후 삼성SDS가 훗날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