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대 업고 둥실, ‘손’ 텃밭에서 쩍쩍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손학규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흐름에선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의 급부상이 가장 눈길을 끈다. 홍 대표가 7·4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에 당선되며 ‘전당대회 효과’(컨벤션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전까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던 그는 전당대회 이후인 지난 7월 4일~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6위로 껑충 올라섰다. 지지율 자체가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이전 조사 시점(6월 27일~7월 1일)에서 2.4%를 기록한 것에 비해 4.1%로 크게 오른 것.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홍 대표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대표적 친이 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4.0%), 오세훈 서울시장(3.8%)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아직까지 스스로를 차기 대선주자로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지지율 부상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당대회에서 1위로 당선되며 컨벤션 효과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 대표가 대표로서 향후 계속해서 언론 노출빈도가 높아질 것이므로 지지율이 어느 정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컨설턴트는 “홍 대표가 ‘말 많고, 탈 많은’ 이미지를 가진 데다가 대표 당선 이후 여러 가지 발언 논란을 불러온 만큼 인지도를 유지해 가는 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대표 위치에 있는 만큼 발언으로 인한 역풍도 크게 맞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향후 홍준표 대표와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 역학관계도 눈여겨볼 포인트라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홍준표 대표의 부상으로 인해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양상이기 때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문수 지사와 오세훈 시장 등 친이 주자군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2위 주자’를 두고 홍 대표를 포함한 새로운 구도의 각축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학규 정체성 고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와 지난 4·27 재보선 당선 효과를 모두 입었던 주자다. 손 대표가 10%대 지지율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0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이후고, 지지율 2위권으로 진입한 것은 지난 4·27 재보선 분당 을에서 당선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최근(7월 4일~8일 리얼미터 조사) 지지율은 여전히 2위이긴 하지만, 8.9%로 다시 지난해 전당대회 이전 시점으로 돌아간 수치로 나타났다. 두 번의 ‘반등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손 대표가 지지율 유지의 동력을 잃은 데에는 바로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27 재보선 직후 조사와 최근 조사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포착된다. 14.3%로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 28일~2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손 대표는 20~30대와 호남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었다. 진보 성향이 우세한 20~30대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강세를 보인 연령층이며, 호남권은 민주당 지지층의 텃밭. 당시 20대 지지율은 6.2%, 30대 지지율은 16.1%를 기록했고, 호남지역에서는 각각 32.1%(광주·전남)와 24.6%(전북)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최근 조사(7월 4일~8일)에서는 이들 20~30대와 호남권 지지가 크게 내려갔다. 20대는 3.4%로 절반 가까이 내려갔고, 30대 역시 9.2%로 크게 떨어졌다. 또 광주·전남은 21.9%로 10.2%p나 하락했고, 전북 역시 12.4%로 절반 가까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정치 컨설턴트는 “손학규 대표 지지층의 가장 큰 기둥이 되어야 할 계층에서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손 대표로서 당의 정체성과 대선주자로서 본인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현재의 지지율 그대로 대선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여야 양자 대결구도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지지층’이 높은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야권주자들이 불리한 것만은 사실. 다만, 내년 총선 이전인 오는 1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전당대회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의 정치 컨설턴트는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주자들이 세를 불리고 야권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져야 민주당의 총선 승리 및 손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 중도노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중도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지 여부도 손 대표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