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고뇌했던 부분 해결 기회” 박장현 “장모님의 사위부심 업” 고은성 “귀한 동료들 얻었다”
2022년 2월 예정된 전국 투어 콘서트 준비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내던 ‘내일은 국민가수’의 TOP10(박창근 김동현 이솔로몬 이병찬 박장현 고은성 손진욱 조연호 김희석 김영흠)을 만났다. 경연부터 현재까지 늘 24시간이 모자란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들은 고돼보였지만 눈빛만큼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제게 있어서 ‘내일은 국민가수’는, (이제까지) 거부해 왔었으나 삶에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종 우승자로 ‘1대 국민가수’가 된 박창근은 전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틀어도 최연장 우승자였다. 만 49세의 그는 가수의 길로 뛰어든 이래 20여 년 동안 무명 세월을 이어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일은 국민가수’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방송사의 성격으로 보더라도 색깔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박창근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무대에 남았다.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창근은 이렇게 답했다.
“스스로에게 100% 만족하고 죽을 수 있는 음악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좀 된 상태에서 제가 이제껏 고뇌했던 부분들, ‘맞다 아니다’ 하고 갈등했던 그런 것들이 많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새로운 무대에서 지적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내일은 국민가수’를 통해 주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오디션이란 오디션의 문은 다 두드려봤지만 늘 쓴잔을 마셔야 했다는 김동현은 마지막까지 박창근과의 감동적인 선의의 경쟁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경연을 하면서 방송국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24시간을 말도 안 되게 빼곡히 채워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라며 “제가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우와! 미쳤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어느새 그것에 적응이 되더라. 그렇게 ‘내일은 국민가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넓어진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방송의 힘은 컸다. 이미 유명했던 사람들은 더 유명해졌고, 이웃집 청년에 불과했던 이들에겐 사진 요청이 밀려들었다. 심지어 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됐다. 박장현은 “저희 장모님께서 저를 볼 때마다 목소리 톤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지신다. 처음 듣는 톤이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대화 상대가 없어져서 힘들어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구들의 어머니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어머니들의 BTS’가 됐다는 김희석은 “제가 ‘내일은 국민가수’ 처음에 나왔을 때 15kg 정도 빼고 나왔는데 그대로 다시 쪘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5kg가 빠졌는데 그 과정을 아무도 몰라주신다”며 너스레를 떨어 주변을 웃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국민가수’가 자신에게 안겨준 성장에 대해서는 “제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장이 없는 건 아니었다. 느끼지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게 저의 성장이었던 것 같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높아지는 인기에 비례해 이전에는 없었던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이 부정 투표를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는가 하면, 프로그램 종영 후 단체 활동에 대한 반대 성명도 나왔다. 결승 2라운드에 진출한 TOP7을 뽑는 과정에서 순위가 뒤바뀌어 나오는 대형사고도 있었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솔로몬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들이 오가다 보니 온전하게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도 있고, 그런 것들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깊어져 좋지 않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것이고 또 제 스스로가 조심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근은 “(팬들이) 어딘가에서 기사가 한 줄 난 것을 보고 그걸 동기로 삼아 유추해서 조금 앞서 나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최근에 약간 강하게 말씀 드린 부분도 팬카페 내부 문제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지만 대외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팬 분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그 이후에도 루머나 과장된 이야기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앞으로의 문제는 제가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병찬은 “투표 집계 오류가 났을 땐 생방송이기도 했고, 전자기기의 문제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에 사과문이 올라왔는데 그 내용 중에 저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라”라며 “그런데 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며 관대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달 보름 동안 경연을 거치며 ‘내일은 국민가수’는 그들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 조연호는 “원래 노래를 관두려고 결심했다가 ‘내일은 국민가수’ 포스터를 보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감사하게도 제게 계속 다음 기회가 오더라”라며 “그걸 거치며 오랫동안 고민하고 부정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마지막쯤엔 제 노래에 대한 확실한 갈피가 잡혔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음악을 쭉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은성은 “생각해 보면 저는 항상 모든 무대에서 완벽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무대를 남기고 싶은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도 하니까, 이제는 무대가 아닌 사람을 남기자고 생각했다. 무대를 잘 못해도 사람들이 남으니까”라며 “‘국민가수’를 통해 제가 어떤 노래를 했고 그런 것은 상관없다. 이 자리에 이 사람들을 얻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흠 역시 “가장 감사하고 잘 얻었다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며 “TOP10도 그렇지만 저와 함께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력해줬던 팀원들로부터도 제가 배울 점도 많고 반대로 도움을 줘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 게 너무 좋았다”고 소회했다.
손진욱은 “제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타인에게 배려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지만 해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더라”라며 “저를 좀 더 낮추지 않고 믿고, 또 성장하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