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우주복 입고 촬영하다 허리 꺾이기도…작품 통해 정우성과 호형호제, 배두나와는 절친으로”
“배경이 근미래다 보니 우주복 부피가 작아졌을 거란 설정으로 만들었지만 10kg 이하로 더 이상 줄일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와이어를 많이 달고 있어서 가동 범위에도 한계가 있었는데 제가 기존에 액션 영화에서 와이어 달고 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어요. 스태프 분들도 저를 막 던지고, 들고, 날려야 해서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죠(웃음). 허리가 꺾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그런 신들이 만족할 만큼 잘 나와줬던 것 같아요.”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서 공유는 대한민국 정부가 달 표면에 세운 발해기지에서 연구 샘플을 채취해 오는 특수임무를 맡은 엘리트 군인 출신 리더 ‘윤재’ 역을 맡았다. 황폐해진 지구를 이전의 푸른 별 행성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샘플을 채취한다는 1차 목적과 함께 자신의 팀원들을 무사히 지구로 돌려보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완고하고 딱딱한 성향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이전까지 공유가 맡아온 부드럽고 유연한 이미지와 또 한 번 상반되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모였다.
“윤재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드라이한 캐릭터죠. 긴박한 상황의 연속에서 좀 더 임무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지구에 홀로 두고 온 아픈 딸이 있다는 점, 또 극이 진행될수록 대원들을 한 명씩 잃게 되는데도 계속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런 상황들이 충돌할 때마다 (어떻게 감정을 표출해야 할지) 불편했어요. 극 중 윤재의 모습은 분장팀과 감독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는데, 아마 감독님이 기존에 제 이미지에 부드러운 부분이 많다 보니 고민을 좀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좀 더 거칠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윤재의 모습보다 오히려 빌런 같은 모습을 원하셨거든요(웃음).”
그의 말대로 극 중 윤재는 군인 출신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다. 목 옆 쪽에 바코드처럼 그어져 있는 문신도 이 인물이 그동안 거쳐 온 삶의 행적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 작품에서 공유의 캐릭터를 떠올려 본다면 낯설다는 감정이 먼저 다가올지도 모른다.
“사실 감독님 생각대로 좀 더 건들건들한 ‘빌런’ 모습의 윤재보단 지금의 선택이 낫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캐릭터의 전사를 생각하면 윤재는 군인이었으니 그동안 살아온 삶이 녹록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피부 톤도 원래 제 피부색보다 두 세 단계 정도 어둡게 잡아 그의 고단했던 삶을 보여주려 했어요. 타투는 분장 팀과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는데요, 윤재는 군대에 있을 때 굳건하고 강직한 스타일이다 보니 자기가 있던 부대의 마크를 타투로 해 놓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충성심을 나타내는 소재일 수도 있겠죠.”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대중뿐 아니라 업계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한국에선 사실상 불모지인 SF 장르에 공유를 비롯해 배두나, 김선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데엔 제작자로서나 선배 배우로서의 그의 위상도 어느 정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저도 제가 판을 짜는 것을 늘 원해서 아주 소소한 콘텐츠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그런데 큰 작품을 하면서 제작자로 만난 정우성 선배님을 보고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새삼 느꼈죠(웃음). 선배님이 가지신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저는 비할 바가 아니더라고요. 사실 정우성 선배님은 인간적으로 굉장히 어려웠던 선배님이고 어렸을 때 저희 또래 사이에선 엄청난 청춘 스타셨죠. 연예인 중 연예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알게 된 지는 오래됐지만 가까이 다가가긴 어려운 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인간적으로 친한 형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정우성과의 관계가 호형호제로 확장된 것과 마찬가지로 공유는 이번 ‘고요의 바다’를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맺었다고 말했다. 특히 동갑내기인 배두나(송지안 박사 역)와는 서로를 ‘백설기’(배두나)와 ‘흑임자’(공유)로 부를 정도로 두터운 정을 쌓기도 했다. 긴 시간 각자의 작품에서 활약해 온 끝에 처음 호흡을 맞춘 것이었지만 낯설고 어색함은 길게 가지 않았다는 게 공유의 이야기다.
“사실 배두나 씨와는 사석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첫 만남이었어요(웃음). 예전부터 한국의 아이코닉한(상징적인) 배우라고 한다면 배두나 씨를 떠올렸고, 언젠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 거죠. 두나 씨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요의 바다’가 이만큼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나이가 같다 보니 금방 친구가 됐는데, 두나 씨가 현장에서 애티튜드가 또 워낙 좋아요. 엄청 젠틀하면서 엉뚱하고 재미있거든요(웃음). 두나 씨 덕에 촬영하면서 영감도 많이 받고 웃기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엉뚱하고 재미있는 배두나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공유에게도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살짝 허술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는 자신에 대해 “엉뚱함과 병맛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소개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인스타그램 개설도 팬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공유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팬들에겐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팬들이 많아지면서 제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많은 해외 팬 연합들이 축하 광고를 해주는 거예요. 돈도 돈이지만 그 시간이며 메시지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제가 고민이 많이 생겼어요. 국내 팬 분들은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가 있지만 해외 팬들은 그런 곳에 가입하기도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들을 위해 특별히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데뷔 20주년 때 ‘그럼 인스타밖에 없겠구나’ 해서 개설하게 된 거죠(웃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인스타그램은 두서가 없어요. 다소 꾸며지고 멋진 모습은 회사가 관리하는 거고요,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날 것 같은 모습이에요(웃음). 팬분들이 보시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인스타였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