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서 공유는 대한민국 정부가 달 표면에 세운 발해기지에서 연구 샘플을 채취해 오는 특수임무를 맡은 엘리트 군인 출신 리더 ‘윤재’ 역을 맡았다. 황폐해진 지구를 이전의 푸른 별 행성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샘플을 채취한다는 1차 목적과 함께 자신의 팀원들을 무사히 지구로 돌려보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완고하고 딱딱한 성향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이전까지 공유가 맡아온 부드럽고 유연한 이미지와 또 한 번 상반되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모였다.
“윤재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드라이한 캐릭터죠. 긴박한 상황의 연속에서 좀 더 임무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지구에 홀로 두고 온 아픈 딸이 있다는 점, 또 극이 진행될수록 대원들을 한 명씩 잃게 되는데도 계속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런 상황들이 충돌할 때마다 (어떻게 감정을 표출해야 할지) 불편했어요. 극 중 윤재의 모습은 분장팀과 감독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는데, 아마 감독님이 기존에 제 이미지에 부드러운 부분이 많다 보니 고민을 좀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좀 더 거칠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윤재의 모습보다 오히려 빌런 같은 모습을 원하셨거든요(웃음).”

“사실 감독님 생각대로 좀 더 건들건들한 ‘빌런’ 모습의 윤재보단 지금의 선택이 낫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캐릭터의 전사를 생각하면 윤재는 군인이었으니 그동안 살아온 삶이 녹록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피부 톤도 원래 제 피부색보다 두 세 단계 정도 어둡게 잡아 그의 고단했던 삶을 보여주려 했어요. 타투는 분장 팀과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는데요, 윤재는 군대에 있을 때 굳건하고 강직한 스타일이다 보니 자기가 있던 부대의 마크를 타투로 해 놓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충성심을 나타내는 소재일 수도 있겠죠.”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대중뿐 아니라 업계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한국에선 사실상 불모지인 SF 장르에 공유를 비롯해 배두나, 김선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데엔 제작자로서나 선배 배우로서의 그의 위상도 어느 정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저도 제가 판을 짜는 것을 늘 원해서 아주 소소한 콘텐츠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그런데 큰 작품을 하면서 제작자로 만난 정우성 선배님을 보고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새삼 느꼈죠(웃음). 선배님이 가지신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저는 비할 바가 아니더라고요. 사실 정우성 선배님은 인간적으로 굉장히 어려웠던 선배님이고 어렸을 때 저희 또래 사이에선 엄청난 청춘 스타셨죠. 연예인 중 연예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알게 된 지는 오래됐지만 가까이 다가가긴 어려운 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인간적으로 친한 형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사실 배두나 씨와는 사석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첫 만남이었어요(웃음). 예전부터 한국의 아이코닉한(상징적인) 배우라고 한다면 배두나 씨를 떠올렸고, 언젠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 거죠. 두나 씨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요의 바다’가 이만큼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나이가 같다 보니 금방 친구가 됐는데, 두나 씨가 현장에서 애티튜드가 또 워낙 좋아요. 엄청 젠틀하면서 엉뚱하고 재미있거든요(웃음). 두나 씨 덕에 촬영하면서 영감도 많이 받고 웃기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엉뚱하고 재미있는 배두나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공유에게도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살짝 허술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는 자신에 대해 “엉뚱함과 병맛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소개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인스타그램 개설도 팬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공유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팬들에겐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팬들이 많아지면서 제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많은 해외 팬 연합들이 축하 광고를 해주는 거예요. 돈도 돈이지만 그 시간이며 메시지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제가 고민이 많이 생겼어요. 국내 팬 분들은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가 있지만 해외 팬들은 그런 곳에 가입하기도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들을 위해 특별히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데뷔 20주년 때 ‘그럼 인스타밖에 없겠구나’ 해서 개설하게 된 거죠(웃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인스타그램은 두서가 없어요. 다소 꾸며지고 멋진 모습은 회사가 관리하는 거고요,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날 것 같은 모습이에요(웃음). 팬분들이 보시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인스타였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