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측 인사 비공개 회동 “긍정적 결론”…입당? 합당? 여론조사? 두 후보 지지율에 달려
일단 ‘키’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쥐었다. 역대급 비호감에 따른 반사이익을 안 후보가 가져가면서다. 안 후보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월 10∼11일 조사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12.2% 지지율을 기록했다. 3주 전 같은 조사보다 8%포인트(p) 오른 결과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각각 39.2%, 36.9%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3주 전 조사보다 떨어졌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 ‘대선 빅2’ 후보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는 사이 제3지대 안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는 형국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개사가 공동으로 1월 10~12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13일 발표,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에서도 안 후보 지지율은 14%였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37%, 윤석열 후보는 28%를 얻었다.
그러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권에서도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가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1야당 국민의힘 움직임은 더욱 급해졌다.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후보보단 윤 후보가 더 불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여기엔 2017년 대선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선 홍준표 의원은 24.03% 득표율로 문재인 대통령(41.06%)에게 패했다. 당시 안 후보는 21.41%로 홍 의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안 후보와 홍 후보의 합친 득표율(45.44%)은 문 대통령보다 앞섰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탄핵 정국에서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간신히 40%를 넘겼다. 안철수-홍준표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단일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하면 이기고 안 하면 진다. 지금 후보들이 머뭇거리고 있지만 결국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다.”
지지율 상승으로 고무된 안철수 후보 측은 단일화에 선을 긋고 나섰다. 안 후보는 1월 11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 제가 대통령이 되고 정권교체를 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1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없고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말을 아끼면서도 여지는 남겼다. 윤 후보는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단일화 질문에 강하게 부인했던 안 후보와는 미묘하게 다른 스탠스로 읽힌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윤 후보 측 상당수 인사들 역시 “단일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1월 1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잠깐 반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단일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정가에서 단일화를 놓고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거나 시기적으로도 너무 촉박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1997년 DJP 연합과 2002년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는 대선을 불과 45일 앞두고 정해졌다. 두 단일화는 ‘불가능한 단일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합의도 대선 43일 전의 일이었다.
실제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윤 후보와 안 후보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최근 비공개로 회동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1월 9일 마포 인근에서 둘은 단일화를 놓고 장시간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두 인사의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선 후보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회동에 참석한 윤 후보 측 인사는 기자와 만나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안 후보 측 인사와 만나 선거와 관련해 원론적인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면서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단일화 논의를 진전시켜보자는 얘기는 했다. (단일화에) 긍정적인 결론을 냈다. 상대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본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 후보 측과 만났다는 안 후보 측 인사는 이날 회동에 대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윤석열 선대위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1야당이고, 또 윤 후보 지지율이 안 후보보다 앞서 있는 만큼 우리 쪽에서 먼저 단일화 문제를 꺼내야 할 것으로 본다. 고양이 목에 언제 방울을 다느냐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단일화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느냐”면서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단일화에 대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은 무르익고 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해득실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협상’은 파국을 간신히 면했을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당시 안 후보 측은 “소수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대선의 경우 이보다 훨씬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최우선 과제는 양측이 원하는 단일화 방식의 접점을 좁히는 일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안 후보가 입당한 뒤 당내에서 윤 후보와 결판을 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경우 안 후보는 당내 소수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안 후보 측근들 역시 국민의힘 입당이나 합당은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공동정부안’을 전제로 한 후보 간 담판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당에선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선호한다. 지지율 추이, 이재명 후보와의 일대일 경쟁력 등을 따져봤을 때 승산이 충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방식에 의한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긴 한다. 다만, 과거 대부분의 단일화에서 나타났듯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윤 후보나 안 후보 측은 모두 빠지고 3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를 꾸려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단일화를 둘러싼 논의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 지지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 내에선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다시 상승한다면 단일화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준석 대표가 대표적이다. 단일화 없이 윤 후보가 완주해도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