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윤 때리기 여전, ‘김건희 7시간 통화’ 배우자 리스크 재부상…이준석·박근혜 입에도 노심초사
집안의 맏형 홍준표 의원은 도무지 동생과 거리를 좁힐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아내 김건희 씨 과거 문제는 여전히 여당의 맹렬한 공세 대상이다. 집안의 ‘젊은 어른’ 이준석 대표와 다시 손을 맞잡았지만 화학적 결합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집안의 ‘옛 어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윤 후보 손을 뿌리칠까봐 노심초사 하는 중이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을 나선 윤 후보가 ‘수신제가(修身齊家) 바리케이드’에 막혀 빠른 걸음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큰형님의 거리두기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2021년 11월 초 끝이 났지만 최근 당내 상황을 살펴볼 때 윤석열 후보의 경선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후보직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 의도대로 전혀 움직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경선 과정에서 수위 높은 비판을 했던 당내 경선 경쟁자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이 후보와 ‘원팀’을 이루면서 함께 다니고 있는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윤석열 후보로서는 홍준표 의원과의 끈끈한 원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이른바 ‘적장자’이자 맏형 격인 홍 의원과 손을 잡고 전국 순회를 하면, 충성도 높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윤 후보에 동지 의식을 가질 것이라는 게 윤 후보 측 생각이다.
또한 홍 의원은 출생지는 경남 창녕이지만,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 덕분에 영남 전체를 아우르는 지지세를 보유하고 있다. 홍 의원을 통해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있는 영남 지지세를 윤 후보가 상당 부분 끌어올 수 있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영남에서 좀처럼 압도적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탄핵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분열과 반목 이미지도 홍 의원과의 ‘원팀 구성’을 통해 화합과 단합, 연대의 모습으로 변모시켜 중도층을 잡아낼 수 있는 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냉랭하기만 하다. 냉랭한 정도가 아니라 가끔씩은 윤 후보를 향해 강펀치를 날려대고 있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을 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10일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에서 “그 공약 헛소리”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공약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 정치’라고 지적한 글에는 “(윤 후보가) 군대를 안 가봐서”라며 “모병제를 공약하지”라고 언급, 안보를 최우선시 해야 하는 보수정당 대선 후보로서 사실상 자질 미달이라는 뉘앙스까지 내비쳤다.
1월 11일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대선이 왜 이리 저급하게 됐나”라며 “참으로 국민 앞에 고개 들기가 부끄러운 저질 대선을 바라보는 참담한 요즘”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를 찍어주면 여러분에게 연필 한 자루씩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공책 한 권씩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여야 후보가 말한다)”라며 “국가 백년대계를 논해야 할 선거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로 전락했구나”라고 꼬집었다. 특정 대상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 윤 후보의 ‘국방 공약’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보다 앞서 홍 의원은 윤 후보의 대선 후보로서 근본적 결함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1월 8일 SNS에 “윤 후보의 (지지율) 추락 원인은 역량부족과 가족비리로 인한 공정과 상식의 상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지율) 추락 원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지 뜬금없이 ‘원팀’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홍 의원이 원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거듭 밝히지만 저는 이미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원팀이 돼 참여 중이고, 뒤에서 윤 후보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앓는 소리를 좀처럼 하지 않는 이준석 대표조차 1월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안 후보와 단일화를 생각하기 전에 당내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홍준표 의원과의 단일화 아닌 단일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홍 의원과의 만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 그리고 원팀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더 많다.
“청년소통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가 완주할 것인지’라고 묻는 질문에 대해 ‘글쎄요’라고 하면서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홍 의원은 또 ‘윤 후보를 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지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을 이제 안 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홍 의원은 윤 후보와 거리두기를 계속하면서 그 다음 정치적 야망으로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의 비관적 예측이다.
#집안 공격까지 재연?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과거 이력 부풀리기 논란 등과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공식 사과를 하면서, 부인 의혹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사과가 늦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네거티브 공격이 다소 잦아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건희 씨 의혹을 향한 포탄을 재장전했다. 김 씨가 특정 언론사 기자와 20여 차례에 걸쳐 모두 7시간 통화했다는 사실을 계기로 민주당은 다시금 ‘김건희 리스크’ 총공세에 들어갔다. 오마이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특정 매체 기자는 모두 7시간에 걸쳐 김 씨와 통화를 했으며 녹음된 음성 파일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 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1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씨의 7시간 통화에 대해 “세상에 어느 대선 후보 부인이 기자와 7시간씩 통화를 하겠느냐. 그거 하나만 보더라도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는 짐작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후보 부인이 선거에 나오지 못할 정도의 상황은 비정상이다. 이렇게 반쪽인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윤석열 후보에 대한 평가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씨가 끝까지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김 씨가 약점 때문에 결국 등판하지 못하고, 윤 후보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은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재점화하고 있다. 강득구 의원은 1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가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인 염 아무개 씨와 특수관계라며 공모공동정범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을 실행했을 때,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강 의원은 “염 씨는 2011년 하반기부터 도이치모터스 경영전략 이사를 거쳐 도이치파이낸셜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며 염 씨가 (구속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오른팔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김 씨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총력방어에 들어갔지만,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1월 12일 김건희 씨 통화 내용 공개와 관련 “최초에 김 대표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접근해 대화를 몰래 녹음한 후 선거 시점에 맞춰 제보 형식을 빌려 터트리는 등 악의적으로 기획된 특정세력의 ‘정치공작’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선거 막판에 터지는 악재는 파괴력이 그야말로 메가톤급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터진 LH 사태는 여당에 치명타를 줬고, 결국 제1야당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소속 의원들은 물론, 실무를 맡은 당직자들도 향후 다가올 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안 다른 어른들은?
윤 후보 측은 당 내부의 추가적 돌발 변수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극적인 화해 이후,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선거 전략에 적극 동조하면서 불협화음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윤 후보 측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워낙 저돌적 성격이라 ‘영원한 평화’를 이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내부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더욱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가 큰 숙제로 다가오는 시기에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폭발음이 크게 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안 후보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전례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와 극적 갈등 봉합을 하면서 “더 이상은 가출 안 한다”는 이 대표의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도 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젊은 어른’ 이 대표 리스크는 일단 잠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또 다른 복병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에 영향력을 여전히 무시하기 힘든 ‘옛 어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오는 2월초 퇴원하면서 육성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발언이 박 전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로부터 나온 터라 윤 후보 측에서는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의 부당성을 비슷한 취지로 저강도의 발언만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했던 윤 후보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