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4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은 '어촌 회춘 일기, 어촌마을 차차차' 편으로 꾸며진다.
2020년 기준 어가 인구는 10만 5000명으로 어촌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36.2%, 전국 평균치인 15.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체 어촌의 84.2%가 2045년에는 소멸할 위기에 놓였다. 누군가에겐 유년이 묻힌 고향이자 누군가는 평생을 지키고 살아가야 할 곳. 어촌마을을 다시 되살릴 수는 없을까.
경기도 화성에 있는 어촌마을 백미리는 바지락, 낙지잡이 등 갯벌체험 마을로 정평이 나 있다. 매년 평균 10만 명 이상의 체험객이 방문하는가 하면 전국의 체험 마을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 1등 어촌체험 마을에도 고민이 있었다. 한 번 다녀간 체험객이 두 번 찾아오진 않는다는 것. 마을을 찾는 체험객 수는 점점 줄어 2019년에는 7.7만 명에 그쳤다.
체험객이 한 번 이상 다녀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마을 환경이 컸다.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휴게 및 편의시설, 숙박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 백미리 마을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 주민들은 요즘 살맛이 난다. 외지에서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마을 주민들. 백미리의 특산물인 감태, 김 등 해조류 젤라또를 만드는가 하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도 내리고 취미생활로 난타 공연도 연습한다.
백미항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는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어촌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어촌뉴딜'이다. 어촌뉴딜은 고령화된 어촌마을의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해서 어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환경개선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백미항엔 체험객들을 위한 오토캠핑장과 쾌적하게 정비된 산책로, B&B하우스 등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로와 해안 안전펜스가 신설되고 어획물을 보관하거나 가공하는 공동 작업장도 새로 생겼다.
마을에 기반시설이 재정비되자 주민들은 합심해서 새로운 특산물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았고 살기 좋은 백미항을 찾아오는 귀어인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10월부터 3월까지는 바다에서 김을 채취하는 시기다. 물때에 맞춰 캄캄한 새벽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송희준 씨(38). 15년간 도시에서 화물차를 운전했던 희준 씨는 '좀 더 빨리 고향에 돌아올 걸 그랬다'고 요즘 가끔 후회가 된다.
운전할 때보다 김 양식업을 하는 지금이 마음도 훨씬 편하고 수입도 열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익금마을엔 희준 씨를 비롯해 고향을 떠났던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이 10여 년 만에 다시 차례로 고향에 돌아와 김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엔 어촌뉴딜 사업으로 고향마을의 환경이 개선되면서 양식업을 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접안시설과 방파제가 신설되면서 배를 보다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게 됐고 수확한 김도 보다 편리하게 배에서 육지로 운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젠 태풍이 불어도 목포까지 피항하지 않아도 되고 조명시설도 추가로 설치돼 캄캄한 새벽에도 선착장에서 출항 준비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고향마을에서 김 양식을 한 지 올해로 4년째인 희준 씨는 귀어를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들어오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단다.
환경개선사업으로 늙어가던 어촌마을은 회춘했고 청년들에겐 다시 기회의 땅이 됐다.
백패커 홍광석 씨는 올해로 세 번째 만재도를 찾는다. 그러나 올해는 만재도 가는 길이 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예전엔 목포에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고 바다 위에서 종선으로 갈아타야 했던 섬에 직항으로 오가는 쾌속선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여객선 승객 중엔 낚시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전보다 늘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 만재도는 4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섬이다. 이 섬에 처음 사람이 들어온 건 조선 숙종 26년(1700년)경. '고기가 많이 잡힌다' 하여 이름 붙었다는 '만재도'란 이름처럼 한때는 보물섬으로 불릴 만큼 황금어장을 자랑했던 섬이지만 1960년대 초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여느 농어촌처럼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든 낙도가 됐다.
게다가 만재도는 한 번 들어가는데 뱃길로 무려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던 섬이다. 목포항에서 흑산도와 상태도, 하태도, 가거도를 경유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섬이 만재도였는데 여객선을 접안할 여건이 안 돼 바다 위에서 종선을 갈아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목포에 볼일을 보러 나가려면 꼬박 이틀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만재도에 경사가 있었다. 여객선 접안시설이 완공되고 목포에서 직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이 생긴 것이다. 사람이 들어와 산 지 300년 만에 만재도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어촌마을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은 '어촌뉴딜 300' 사업. 그러 환경개선사업은 그저 조금 거들뿐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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