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SNL’ 같은 킬러콘텐츠 부족 존재감 미미…초기 유튜브형 모델서 전략 변경, 아직 콘셉트 정립 안돼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지적재산권(IP)과 스튜디오 등 콘텐츠 사업에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아시아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유재석이 속한 ‘안테나뮤직’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과 ‘스튜디오좋’ △스튜디오 하바나 △크래들스튜디오 △스튜디오8 △아이앤아이소프트 △키위미디어 △쓰리와이코퍼레이션 △예원북스 등을 인수했다. 여러 IP와 스튜디오들을 활용해 웹드라마와 웹예능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카카오엔터가 카카오TV를 통해 유통하는 콘텐츠들은 하나둘 호응을 얻고 있다. 웹드라마 ‘며느라기’, 웹예능 ‘찐경규’와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내 전체서비스를 누르고 카카오TV 탭을 클릭해 모바일로 보거나, 포털사이트 내 검색 및 다음에서 카카오TV 카테고리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PC에서 시청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카카오TV를 론칭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5개월간 누적 조회 수 14억 뷰를 달성했고, 총 누적 시청자 수는 5700만 명을 기록했다.
카카오TV의 강점으로는 다작이 꼽힌다. 카카오엔터가 직접 제작한 드라마, 예능, 쇼가 지난해만 총 50개에 달한다. 매월 평균 4개 신규 콘텐츠를 시청자들에 선보인 셈이다. 가장 콘텐츠 투자 규모가 큰 넷플릭스가 지난해 19편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고 올해도 2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인 것을 고려하면 카카오엔터 역시 적지 않은 돈을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쓰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연내 IPO(기업공개·상장)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만큼 카카오TV의 실적과 전망은 앞으로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게 카카오TV가 만든 거였어?
카카오엔터가 공개한 카카오TV 실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다만 카카오TV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업계는 카카오TV가 사업 모델이 웹 기반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OTT 모델인 넷플릭스·웨이브·티빙이 아닌 유튜브와 같은 계열로 분류한다. 카카오톡 채널 안에서 콘텐츠 사업을 확장 중인 만큼,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부가 서비스처럼 등장한 쿠팡플레이와 묶기도 한다. 큰 범위에서는 이들 모두 OTT에 속하는데, 이 시장에서 카카오TV의 존재감은 실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일부 소비자들은 프로그램 이름은 알아도 정작 그 프로그램을 카카오TV에서 제작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뷰'만으로 흥행 여부를 파악하기는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TV의 조회 수에는 중복 시청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뷰 수에 의미를 두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기준 가장 많이 본 영상으로 올라와 있는 며느라기 시즌2 2회는 재생수가 게시 5일 만인 20일 오후 3시 기준 약 221만 건을 찍었는데, 리뷰는 140여 개뿐이다. 순위별 감소폭도 크다. 뷰 수로 2위에 올라와 있는 ‘송경아 타임즈’ 15화는 뷰 수가 19만 여 건, 리뷰는 30여 개다. 콘텐츠마다 시장 반응이 천지 차이인 셈이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TV와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한 사업자를 비교해보면 쿠팡플레이는 가장 후발주자임에도 SNL 등 킬러 콘텐츠들을 내놓으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카카오TV는 아직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순위를 매길 때 뷰 수보단 시청 시간을 많이 따진다. 게다가 뷰 수가 특정 콘텐츠에 한해서만 많다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며느라기 같은 콘텐츠가 커뮤니티에서 많이 언급되는 모습을 보면 화제성은 있는데, 꾸준히 그런 콘텐츠들이 나오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TV 오리지널보다 각각 1~2개월 늦게 출범한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최근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티빙은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세포들’ 등 드라마는 물론 ‘환승연애’, ‘여고추리반’ 등 예능에서도 여러 작품을 히트시키며 소비자와 업계 호평을 받았다. 쿠팡플레이도 독점 공개한 'SNL 코리아'가 흥행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앞서 2019년 출범한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폭 늘리면서 '검은태양'과 '원더우먼'에 이어 올해 '트레이서'를 흥행시켰다.
#"무슨 콘셉트인지 모르겠다"
업계에서는 카카오TV가 다양한 IP와 스튜디오, 전 국민 기반의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성과는 그에 못 미치는 이유로 초기 확실한 콘셉트 정립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TV와 다음tv팟을 함께 가져가다가 2017년 통합해 지금의 카카오TV를 만들었다. 당시 대도서관·윰댕·허팝·도티·이사배 등 국내 톱 개인방송사업자들을 영입하는 등 유튜브형 모델로 사업을 키웠다. 이후 2020년 9월부터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TV가 전략을 바꾼 이유로 웹툰과 웹소설 등 여러 IP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TV는 전략을 바꾸면서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한 뒤 일부 콘텐츠는 1주일 후 유료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카카오TV 개인방송 진행자와 PD에 대한 후원 및 광고 수익 공유 서비스도 중단했다. 지금도 방송사나 언론사, 개인방송사업자들이 영상을 카카오TV PC버전 ‘라이브’ 카테고리에 올릴 수는 있지만, 카카오TV 플랫폼에는 카카오엔터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대부분이다. 웹 기반 OTT 형태로 틈새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모양새인데, 아직까지 정비 단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앞서의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카카오TV에서 많이 유통하는 동시에 웨이브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플랫폼과 협업한다는 방향성은 보이는데, 아직은 완전한 독자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OTT를 부수적인 서비스로 접근하다 보니 플랫폼 전략이 완성된 형태를 보이진 않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느끼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UI도 개선 요인으로 뽑힌다. 모바일 카톡 앱으로 카카오TV 콘텐츠들을 시청하려면, 우측 하단에 점 3개가 그려진 더보기를 누르고 전체 서비스를 클릭한 뒤 카카오TV 탭에 들어가야 한다. 카카오TV 첫 화면도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기보다는 인기 있는 영상들이 나열돼 원하는 영상을 찾으려면 스크롤을 계속 내려야 한다. 맨 아래까지 내리고 '더 많은 채널 보기'를 눌러야만 콘텐츠들이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다.
카카오TV가 카카오의 품 안에서 거대 자본력과 대중성을 활용하다가 영향력이 커지면 별도로 빠져나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OTT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카카오와 계열사의 자산과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카카오엔터 품에서 머무르는 듯하다”라며 “콘텐츠를 잘 쌓아둔 뒤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도 “카카오는 일반적인 OTT 업체들과는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중이고, 쿠팡플레이처럼 외주업체와 제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