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주현영·정이랑, 대선 후보 부인 패러디…김대중 실화 바탕으로 한 선거 영화 ‘킹메이커’ 눈길
#플랫폼 옮기고 수위 높아진 ‘SNL’
대선 후보들을 향해 가장 날 선 풍자를 내놓는 프로그램은 ‘SNL 코리아’다.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는 2012년 제18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송되던 ‘SNL 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로 대선을 정조준했다. 각 캐릭터를 또(박근혜), 화나(문재인), 구라돌이(이정희), 안쳤어(안철수)라 칭하며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Mnet 인기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빗댔다. 문재수(문재인), 레드준표(홍준표), 안찰스(안철수), 심불리(심상정)로 대선 후보들을 패러디했고,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자 대선 후보들이 직접 자신을 연기하는 출연진과 만나기도 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쿠팡플레이로 편성 플랫폼을 옮긴 ‘SNL 코리아’는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해 그의 부인들도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후보 부부로 분한 이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 앞에서 마주치는 설정이었다. 지난 방송에서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애교머리를 똑같이 따라했던 주현영은 단발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며, 기자회견에 앞서 스타일링을 바꾼 김 씨를 풍자했다.
주현영은 또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다. 처음 만난 날 무뚝뚝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라고 말하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OST인 가수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배경 음악으로 삽입했다. 김 씨의 학력위조 의혹 사과 기자회견 영상에 ‘아이 빌리브’를 배경음악으로 입힌 한 네티즌의 영상물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 부인인 김혜경 씨로 분한 정이랑은 “제 남편은 아이들이 게임이 잘 안 될 때 밤새 울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가 장남의 불법 도박 논란 뒤 “밤새 울었다”고 사과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저희 남편은 투자를 잘해 부동산 투자 성공은 물론 주식으로 돈을 3배나 불려서 오기도 했다”고 말해, 이 후보가 최근 “주식 투자를 한 적이 있는데 작전주였다”며 “모르고 샀지만 3배 이익을 봤다”고 말한 것을 꼬집었다.
‘SNL 코리아’는 케이블채널에서 OTT로 플랫폼을 옮기며 더욱 센 풍자를 보여줬다. 앞서 tvN에서 ‘SNL 코리아’를 이끌었던 안상휘 CP와 유성모 PD가 여전히 메가폰을 잡고, ‘SNL 코리아’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킹메이커’, 제2의 ‘변호인’ 되나
배우 설경구,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영화 ‘킹메이커’는 설 연휴 개봉을 결정했다. 당초 2021년 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개봉을 미뤘다. 이로 인해 개봉일이 대선과 더욱 가까워지면서 이 영화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킹메이커’는 선거를 소재로 다룬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전략가 엄창록이 각각 김운범(설경구 분)과 서창대(이선균 분)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실명이 사용됐으나, 촬영을 앞두고 가명으로 바꿨다는 후문이다.
극 중 김운범은 군사 독재 시절, 불의에 맞서는 인물이다. 정공법을 고수하던 김운범이 서창대라는 전략가를 만난 뒤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걸음을 하나씩 내딛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선거의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서창대는 김운범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배우의 호연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해가며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충무로에서는 ‘킹메이커’가 제2의 ‘변호인’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키며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를 크게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명한 ‘킹메이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표심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배우 차인표가 대통령 역을 맡은 정치 시트콤 ‘청와대 사람들’도 2022년 상반기 전파를 탄다. OTT 편성이 유력하며, ‘SNL 코리아’를 만든 에이스토리가 제작을 맡아, 이 역시 풍자가 강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선 시즌에는 문화 콘텐츠 하나하나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작품의 의도와 관계없이 현실과 콘텐츠를 연결 짓는 분석이 크게 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