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잭팟 정호연 미 에이전시와 계약…‘옷소매’ 이세영 “로맨스의 새 장” 호평…‘오월’ 고민시 연기 변신과 아우라 주목
#해외가 먼저 점찍은 ‘오징어게임’ 정호연
2021년 연예·방송가 관계자들이 꼽은 ‘가장 기대되는 신예 배우’에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배우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환한 뒤 데뷔작으로 ‘잭팟’을 터뜨린 정호연(28)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국내외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속 까칠하면서도 심지 굳은 탈북민 출신 강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은 세파에 찌든 것 같으면서도 빛을 잃지 않은 강렬한 눈빛 연기로 전 세계 ‘오징어 게임’ 팬들을 사로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해외에서의 심상치 않은 인기가 눈에 띈다는 점에서 정호연의 다음 무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호연은 현재 미국배우조합상(SAG)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돼 있다. 미국 배우 회원들이 동료 배우의 연기력을 인정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SAG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작품과 출연 배우들이 후보에 오른 것은 ‘오징어 게임’이 최초다. 특히 정호연의 경우 국내 배우 데뷔작으로 해외의 쟁쟁한 배우들과 겨루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수상할 경우 앞으로의 활발한 해외 활동의 첫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정호연은 미국 최대 연예인·스포츠 스타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 Agency)와 글로벌 활동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아직 차기작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의 행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2022년 한 해 동안 정호연이 보여줄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인다.
#‘옷소매’ 이세영, 로맨스 여주의 새로운 정립
2021년 OTT 최고의 화제작이 ‘오징어 게임’이었다면 지상파 최고의 화제작으로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정조와 의빈 성씨 덕임의 사랑을 다룬 ‘옷소매 붉은 끝동’은 성인 연기자로서 이세영(30)의 두 번째 로맨스 사극 주연작이기도 했다. 초기 시청률은 5~7%를 기록하며 다른 작품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두 주연의 케미와 탄탄한 스토리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1월 1일 최종회에서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호평 끝에 막을 내렸다. 2021년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녀 최우수연기상 등을 포함해 총 8개 부문 상을 싹쓸이할 정도로 인기와 작품성을 모두 거머쥐기도 했다.
드라마 ‘대장금’(2003)에서 장금의 라이벌인 금영의 아역을 맡아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이세영은 1997년 데뷔해 연기 생활 25년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다. 팬들 사이에서 ‘확신의 중전 상’으로 불리며 중전으로서 사극 로맨스 재도전이 줄곧 기대됐던 만큼, 그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일반 시청자는 물론 팬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됐다.
특히 연인이 되고 나면 수동적으로 변하는 일이 잦은 고전적인 로맨스 여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독립적이고 뚜렷한 자아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모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왕의 여자’가 아닌 궁녀 개인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끝까지 갈망했다는 점에서 “로맨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해외 수출과 OTT 플랫폼 공개를 통해 해외 팬들의 유입도 커진 만큼 자신만의 캐릭터 정립에 성공한 이세영의 차기작 선택에도 관심이 모인다.
#‘오월의 청춘’ 고민시가 남긴 짧지만 깊은 여운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국내 대중들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겼던 고민시(27)는 2021년 5월부터 방영한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으로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오월의 청춘’은 아픈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공개 전 역사 왜곡 우려가 먼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 이후 당시의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한 것은 물론, 시작부터 끝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2021년 ‘웰메이드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오월의 청춘’은 단연 고민시의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케이블과 OTT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2021년 상반기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완벽한 수작으로 꼽혔던 ‘오월의 청춘’에서 고민시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 비극적인 사랑을 마주하게 된 간호사 김명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로맨스와 실제 역사가 맞물리며 비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서사를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아직 데뷔 6년차지만 고민시는 활동 초기부터 업계인들이 뽑은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로 종종 거론되곤 했다. 2020년 12월 ‘씨네21’이 영화·드라마 제작사 등 업계인 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고민시에 대한 평은 “출연작마다 능수능란하게 변신하고, 또래 배우들이 가지지 못한 아우라가 있다”였다. 욕쟁이 여고생으로 그 나이 또래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해 낸 영화 ‘마녀’는 물론, 매사에 냉소적인 태도로 임하지만 괴물과 맞닥뜨리는 재난 상황 속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완성해낸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이르기까지 그의 변신 행적을 짚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평이다.
그의 대표작이 될 ‘오월의 청춘’으로 고민시는 2021년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주연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탄탄히 다졌다. 비록 차기작이었던 같은 해 tvN 드라마 ‘지리산’이 ‘망작을 넘어선 망작’이라는 처참한 평가를 받긴 했지만, 고민시에 대한 업계 평가는 당분간 ‘초록불’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