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자유연대 측은 "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 금지처벌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 게시하는 것도 동물학대로써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보도되면서 드라마 제작업계 내에서도 그간 촬영장에서 불거져 왔던 크고 작은 동물학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크게는 말부터 작게는 강아지나 고양이까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제작진이 원하는 특정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자연적인 본능을 완전히 억눌러야 하기 때문에 말을 들을 때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거나 억지로 인위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대체 동물이 얼마든지 있는 전문 대여업체를 통해 받을 경우에 이 같은 일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태종 이방원' 측은 지난 1월 20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 사고는 2021년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KBS는 사극부터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동물학대 논란이 빈번하게 불거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물을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작진만의 책임이라고 발뺌하기엔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시정 조치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공영방송사로서의 책임도 적지 않은 탓이다.
KBS2의 경우는 2014년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 중 집 앞에서 주운 새끼 토끼를 물로 목욕시키는 장면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새끼 토끼의 경우 쇼크사의 위험이 있어 절대 물로 씻기면 안 된다는 것은 토끼 사육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기도 하다. 단순히 드라마 촬영을 위해 소품처럼 살아있는 토끼를 학대했다는 것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는 '연애의 발견' 외주 제작을 맡은 JS픽쳐스에게 의견 전달과 토끼의 생존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자 JS픽쳐스 측은 "토끼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확인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태도를 보여 대중들을 공분케 했다. 이후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슈가 커지자 그제서야 "어린 토끼를 물로 씻기고 결과적으로 완전히 젖게 만든 것은 제작진의 무지와 부주의의 결과임을 통감한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토끼의 케어에 대한 그릇된 정보와 지식을 줄 수 있다는 점, 어린 생명을 다루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공식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그러나 당시 드라마에 '사용'된 토끼의 생사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결국 죽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1월 20일 서울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한 동물권행동단체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KBS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학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향후 KBS 촬영의 동물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종 이방원'은 이번 논란으로 문제의 7회 다시보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한편 1월 22~23일 방영 예정이었던 13회와 14회를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또 설 명절을 앞두고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 편성 예정이었던 1월 29~30일 방송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