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놓고 물어뜯기…‘이 빠질라’
▲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왼쪽)와 대한치과의사협. 양측은 불법 의료행위 논란을 벌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프로그램 ‘두 분 토론’에 등장하는 개그맨 박영진의 유행어다. 그런데 최근 치과업계를 들여다보면 이 유행어가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새 치과업계에서 저수가와 양질의 서비스로 무장한 네트워크 치과들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기존 개원의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치의료계의 주요 직능단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개원의협회는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퇴출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면서 공격의 불을 지피고 있다. 이들의 주요 타깃으로 알려져 있는 국내 최대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비논리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양측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상이다. 이제는 상호간 서로의 약점을 잡아내며 도가 지나친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는 양측 직원들 간에 폭행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치과업계의 현실을 집중 취재했다.
치과업계의 내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성업 중인 네트워크 치과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개원의들이 이를 제지 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네트워크 치과란 일종의 프랜차이즈 기업형 병원으로 중앙에서 투자와 경영을 맡는 대신, 각 지점에 관리원장을 두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이들 대부분은 양질의 서비스와 저수가를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개원의들이 제1의 타깃으로 잡고 있는 유디그룹(유디)은 국내 최대 규모로 현재 전국 115개 지점과 해외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개원의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혹자들은 전문 직종 중에서도 초고소득직종으로 꼽히는 치과업계가 치졸한 밥그릇 싸움에 나섰다고 비난의 화살을 보낼지 모르지만 실제 자기 밥줄이 걸려있는 업계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양측의 입장은 실로 팽팽했다. 대한치과개원의협회(치개협)와 공조 하에 불법 네트워크 치과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의 한 간부와 유디 측의 관계자 양측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기자와 만난 치협 소속의 한 간부는 무엇보다 유디를 비롯한 네트워크 치과의 불법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치협은 지난 7월 21일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척결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기자와 만난 치협 간부는 “지난 6월부터, 불법 의료행위 자진신고기간을 두고 접수를 받고 있다. 신고한 내용 상당수가 일반 개원의보다는 유디를 비롯한 네트워크 치과의 불법 의료행위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유디를 비롯한 일부 불법 네트워크 치과는 지능적이고 구조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심각한 수준이다. 유인알선행위나 무자격 상담사례는 물론 각종 탈세와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특히 중앙과 각 지점 관리원장 사이에 맺어진 계약 내용에는 비정상적인 인센티브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결국 소속 의사가 인센티브 받으려면 보험진료로 가능한 치료도 고가의 비보험진료에 나서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이들은 법리까지 어기고 있다. 원래 병원 운영은 1인 1개소가 원칙인데 이러한 영업원칙도 어겨가며 영리적 사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디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와 만난 유디 측 관계자는 “이미 네트워크 치과는 지난 2003년 재판을 통해 합법적 지위를 획득했다. 우리 치과는 기존 개원의 병원보다 양질의 서비스와 저수가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을 뿐이다. 전국 1만 5000개의 치과업소 중, 우리 유디를 포함한 네트워크 치과는 200개에 불과하다. 과거보다 어려워진 시장 환경 속에서 내부 불만을 표출시킬 대상으로 우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이없다”라고 맞받아쳤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중심에는 ‘저수가 갈등’이 있다. 유디를 비롯한 네트워크 치과 대부분이 일반 개원의보다 가격 면에서 비교우위를 점한다.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임플란트다. 일반 개원의의 경우 150만~200만 원 수준이지만, 유디의 수가는 90만원에 불과하다. 일반 개원의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치과의 저가공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디 측은 “아무리 비싼 원재료를 쓰고 보조자재값을 다 합쳐도 임플란트의 원가는 46만 원에 불과하다. 현재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일반 개원의의 수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우리의 수가가 상식 이하인 것은 아니다. 치개협과 치협 소속 개원의들이 우리보고 덤핑이라고 뒤집어씌우지만 이는 말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치협 관계자는 “유디를 비롯한 네트워크 치과의 일부 상품이 도드라지게 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맹점이 많다. 일선 의사들이 인센티브를 의식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험수가 진료보다는 비보험진료를 선호한다. 실질적으로 따지면 소비자들은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라고 맞선다.
최근에는 이들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치개협 측은 전직 네트워크 치과의사들의 자진신고에서 비롯한 ‘양심선언 고백문’을 공개했다. 고백문 안에는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무조건 발치를 강요하는 ‘과잉진료’, 부실 재료와 기준 이하의 시술을 제공하는 ‘부실진료’, 치위생사에게 진료를 맡기는 ‘위임진료’ 등 불법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맞서는 유디 측의 폭로도 만만치 않다. 최근 유디 측은 일반 개원의들의 불법 진료 동영상 및 녹취파일을 공개한 상황이다. ‘과잉진료’ ‘불법진료’ ‘위임진료’ 등 내용 역시 상대방과 비슷하다. 유디 측 관계자는 “동영상과 녹취는 우리 직원이 직접 들어가서 촬영하거나 제3자를 통해 제공받은 것이다. 그중에는 치협 김세영 회장과 치개협 이상훈 회장의 것도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소비자에 직접 할인을 해주겠다며 현금결제를 요구하더라.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던 사람의 입에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유디 측에서 제공한 김 회장의 음성파일을 직접 들어보니 실제 “현금영수증이 없는 조건에서 깎아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치협 측은 단호하게 맞섰다. 치협의 한 간부는 “유디 측은 분명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악의적 촬영을 한 것이다. 전체적인 측면이 아닌,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만 부각시키려 의도적으로 편집을 한 것이다. 특정 인물들을 이용해 개원의 병원 여러 곳을 찍게 한 것도 문제가 있다. 김 회장의 건도 그렇다. 환자를 가장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몇 시간에 걸쳐 깎아달라고 생떼를 썼다. 어쩔 수 없이 현금결제에 응한 것이다”라며 유디 측의 자료를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이에 대해 동영상 자료를 판독하고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고소장을 작성한 상태고 검토를 거친 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제출할 예정이다”라며 법적조치를 시사했다.
양측의 싸움은 실제 법적 공방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유디 측은 치개협 회장과 회원들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과 해당 경찰서에 각각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개원의들이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신공격’ ‘치위생사 및 소속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 악플’ ‘신상정보 유출’ 등 사이버테러 50여 건도 경찰에 입건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치과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폭로전에 국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제 아무리 자신들의 밥줄이 달려있다 해도, 억대 연수입을 자랑하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곱게 보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유디-치협 폭행시비 논란
유디 “치협 직원에 폭행당해”
양측의 공방전에는 폭행시비까지 걸려있어 설상가상이다. 유디 측은 지난 7월 28일, 불법 탈세행위를 했다는 명목으로 김세영 치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디 측은 치협 측 직원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자와 만난 유디 측 관계자는 “당시 우리 직원 3명이 치협 직원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한 치협 직원이 심한 욕설과 함께 우산과 손으로 우리 직원 3명을 강하게 가격했다. 직원 중에는 여직원 1명도 포함돼 있다. 각각 전치 2주와 전치 10일의 폭력상해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치협 측 관계자는 “신고도 안한 불법시위였다. 오히려 우리가 위협을 받았다. 김세영 회장은 출근도 못했다. 충돌과정에서 우리 직원이 우산으로 그들의 건물진입을 방어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폭행설을 일축했다.
유디 측은 불법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불법시위를 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집회신고를 하려고 해도 치협 측이 우리의 집회를 막기 위해 먼저 자신들의 건물 앞에 집회 신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치협 측은 “불법진료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려고 우리도 집회 신고를 한 것이다. 유디를 방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현재 유디 측은 해당 치협 직원을 상대로 언어폭력 및 협박, 인격모독 혐의로 고발해 구속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
유디 “치협 직원에 폭행당해”
양측의 공방전에는 폭행시비까지 걸려있어 설상가상이다. 유디 측은 지난 7월 28일, 불법 탈세행위를 했다는 명목으로 김세영 치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디 측은 치협 측 직원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자와 만난 유디 측 관계자는 “당시 우리 직원 3명이 치협 직원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한 치협 직원이 심한 욕설과 함께 우산과 손으로 우리 직원 3명을 강하게 가격했다. 직원 중에는 여직원 1명도 포함돼 있다. 각각 전치 2주와 전치 10일의 폭력상해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치협 측 관계자는 “신고도 안한 불법시위였다. 오히려 우리가 위협을 받았다. 김세영 회장은 출근도 못했다. 충돌과정에서 우리 직원이 우산으로 그들의 건물진입을 방어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폭행설을 일축했다.
유디 측은 불법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불법시위를 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집회신고를 하려고 해도 치협 측이 우리의 집회를 막기 위해 먼저 자신들의 건물 앞에 집회 신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치협 측은 “불법진료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려고 우리도 집회 신고를 한 것이다. 유디를 방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현재 유디 측은 해당 치협 직원을 상대로 언어폭력 및 협박, 인격모독 혐의로 고발해 구속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