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매각? 당시 동부증권 통한 도이치모터스 매도총량 김씨 보유량보다 작아…4천만원 손실 주장도 납득 안가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논란이 되자, 지난해 10월 20일 김 씨의 신한증권 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는 이정필 씨가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된다는 말을 믿고 2010년 1월 14일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며 “네 달 정도 맡기니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 주식을 매매했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씨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정필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윤희석 공보특보는 10월 21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주가조작이 일어난 시점의 계좌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대해 “홍준표 의원이 말하는 주가조작이 일어났던 시점은 2011년과 2012년인데, 그때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 거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개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2010년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57만 5000여 주(14억 7000여 만 원)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5월 20일 김건희 씨 명의의 동부증권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거래가 진행됐다.
하지만 일요신문에서는 5월 20일 거래를 두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출고 아닌 입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새 단서). 신한증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동부증권 계좌로 ‘출고’했다는 윤 후보 측 설명과 반대로, 동부증권 계좌에 갖고 있던 김건희 씨의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신한증권으로 ‘입고’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요신문은 윤석열 후보 측 설명대로 동부증권으로의 ‘출금’이 맞다고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지점을 찾아냈다. 5월 20일 이후 6개월여 동안 동부증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 총거래량이 김건희 씨가 보유한 주식 수량보다 적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 측은 ‘5월 20일 신한증권에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량을 김건희 씨 명의의 동부증권으로 옮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5월 20일 이후 김건희 씨 명의 동부증권 계좌에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최소 57만 5000여 주가 있어야 한다.
또한 윤 후보 측은 ‘2011년과 2012년에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3년 도이치모터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건희 씨는 2012년 12월 31일 기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윤 후보 측 설명과 감사보고서의 내용에 부합하려면 김 씨는 주식 전량을 2010년 중 팔았다는 말이 된다.
일요신문은 금융권 외부기관에서 2010년 5월 20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동부증권(DB금투)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총 매수·매도 거래량 수치를 확보했다. 동부증권은 자산기준 업계 18위의 중소형 증권사로,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이다. 김 씨가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추정되는 2010년 5월 20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동부증권을 통해 매도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총량은 52만 1840주였다. 이는 김건희 씨가 1월 매집해 동부증권으로 옮겼다는 57만 5000여 주의 90% 수준이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는 윤 후보 측 주장도 거짓으로 추정되는 수치가 있다. 2010년 5월 20일부터 같은 해 10월 7일까지 동부증권 도이치모터스 주식 총매도량은 42만 3629주에 그친다. 김 씨 물량의 74% 수준이다. 그런데 10월 8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은 305만 2105주로 급등한다. 이는 2010년 거래일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이틀 전 거래량 9만 8811주, 전날 39만 225주와 비교하면 각각 30배와 8배가 넘는 거래량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이날 종가 2810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 3월 30일 최고가인 8380원까지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어 주가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김건희 씨의 평균 매수단가인 2564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10월 8일 이전 김건희 씨가 동부증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량을 매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김건희 씨가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어느 시점에, 얼마에 매도했는지다. 매도단가를 파악해야 이익의 실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이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선대본 관계자는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처분해 결론적으로 4000만 원 손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TF는 “김 씨가 2010년 22억 원(매입가 기준 합산)에 달하던 보유주식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집중됐던 2010~2012년 사이 모두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가 주가부양기인 2011년 상반기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10억~35억 원대 수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주가 방어기인 2011년 하반기 또는 2012년에 매도했더라도 2억~26억 원 상당의 수익을 실현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