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동부 간 계좌 거래구분 등 삭제, 주식거래 내역 7개 아닌 5개인 점도 석연찮아…윤 후보 측 “더 공개하거나 밝힐 이유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이 “(김건희 씨) 신한증권 계좌 공개할 수 있나”고 압박하자, 윤석열 후보는 “2010년 때 계좌 공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10월 20일 김건희 씨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윤 후보 측은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2년 치를 조회, 그중 2009년 12월 4일부터 2010년 5월 20일까지의 거래내역을 밝혔다. 페이지수로는 총 62쪽 중 38~60쪽까지 23장 분량이었다.
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는 이정필 씨가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된다는 말을 믿고 2010년 1월 14일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며 “네 달 정도 맡기니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 주식을 매매했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씨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정필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개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2010년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57만 3000여 주(14억 5000억여 원)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5월 20일 김건희 씨 명의의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거래가 5번에 나뉘어 진행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5월 20일 거래를 두고 새로운 의혹이 나왔다. 신한증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동부증권 계좌로 ‘출고’했다는 윤 후보 측 설명과 반대로, 동부증권 계좌에 갖고 있던 김건희 씨의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신한증권으로 ‘입고’된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그 근거로 동부증권 계좌와 거래의 ‘거래구분’을 삭제한 점을 들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주식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개인정보 및 도이치모터스 외에 다른 정보들은 삭제했다. 거래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매도’ ‘매수’ ‘이체출금’ 등 거래구분은 삭제하지 않고 모두 남겨뒀다.
5월 20일 진행된 동부증권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윤석열 후보 측 설명대로 ‘신한증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부를 동부증권으로 옮긴 것’이라면 거래구분에 ‘타사출고’라고 적혀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거래는 ‘거래구분’ 대목이 삭제돼있다. 거래구분이 삭제된 것은 총 23쪽 중 이 거래가 유일하다.
이에 윤 후보 측 설명과 반대로 김건희 씨가 동부증권에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주가조작에 활용하기 위해 신한증권으로 ‘입고’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거래구분에 적힌 ‘타사입고’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동부증권과 거래내역은 ‘출고’가 확실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문제 등이 걸려있어서 현재로서는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요신문은 신한증권과 동부증권 사이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출고’가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을 추가로 포착했다. 우선 ‘거래구분’뿐만 아니라 거래 ‘수량’과 ‘단가’를 삭제한 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윤 후보 측은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매도한 기록은 주식 몇 주를 얼마에 샀는지 단가와 수량을 삭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5월 20일 동부증권과 거래는 수량과 단가를 삭제했다.
앞서 윤 후보 측은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동부증권으로 옮겼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동부증권과 거래한 주식 수량이 앞서 신한증권 계좌를 통해 매집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량인 57만 3000여 주와 일치하면 ‘타사출고’이라는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 측은 거래 수량을 지우고 공개하지 않았다.
동부증권과 거래한 내역의 주식 수량만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선대위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를 만들 이유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캠프 법률팀 입장에서는 시세조종 목적의 거래가 아닌 게 확실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의 확대 재생산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 달리 수량을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부증권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거래가 5개로 나뉘어 기록된 점도 의혹을 부추긴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식 거래내역 총 62쪽 중 38~60쪽만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이정필 씨에게 계좌를 맡겼던 기간 전체만 공개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60쪽까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내용”이라며 “그 이후(61~62쪽)는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상관없다”고 확인해줬다.
그런데 공개된 주식 거래내역 60쪽을 보면 5월 20일 동부증권과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5개다. 같은 날(5월 20일), 같은 주식종목(도이치모터스)을 같은 증권사(동부증권)와 거래했는데 5개로 나뉘어 기록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측은 “거래내역은 단가나 매매일자로 구분돼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즉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짜에 따라 동부증권으로 이체 거래내역도 구분돼 적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김건희 씨의 거래내역을 보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의 수는 7일(1월 14일·15일·27일·28일·29일, 2월 1일·2일)이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 측 설명대로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동부증권으로 옮겼다”면 김 씨의 5월 20일 동부증권과 거래내역에는 5개가 아닌, 7개 거래가 기록돼있어야 한다. 61쪽에 2개의 거래 기록이 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타사출고’가 아닌 ‘입고’ 등 새로운 거래일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윤석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거래내역 추가공개나 기자의 원본 확인 요청 등에 대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내용을 들여다봤을 텐데, 거기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마무리된다”며 “당시(국민의힘 경선 과정)는 계속 정치적 공세를 취하니까 계좌를 공개했던 거다. 지금은 계속 논란이 되지 않으니 굳이 더 공개하거나 밝힐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12월 3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선수’로 불리던 이정필 씨와 투자회사 대표 이 아무개 씨 등 4명은 앞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 밖에 4명은 불구속 기소, 5명은 약식기소됐다.
이번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 중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인물은 김건희 씨뿐이다. 김 씨는 이정필 씨에게 10억 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넘기는 등 ‘전주’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관여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김 씨의 소환조사 및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의혹처럼 윤 후보 측이 주식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내용 일부를 고의로 삭제해 사실을 왜곡했다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배우자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주식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일부 내용을 고의로 삭제하고 입고를 출고라고 사실을 반대로 설명했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정치인의 도덕성이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실관계를 빨리 공개하고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