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직원부터 유튜브 촬영 스태프까지 폭언·폭력 피해 입어
지난 1월 26일 정창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늘의 요리'에 "2021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은 명백한 저의 잘못이다. 당사자 윤 아무개 씨와 신 아무개 씨 두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며 "당시 두 분이 겪었을 공포와 참담함은 가늠할 수가 없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정창욱이 말한 2021년 8월 사건은 그가 개인 방송 촬영차 방문한 미국 하와이에서 자신의 유튜브 방송 제작진인 윤 씨와 신 씨를 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정창욱이 손과 물건으로 몸을 수차례 때리고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위협했다며 특수폭행, 특수협박 등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정창욱은 "사건 이후에도 당사자(피해자)들에게 간단한 미안함의 표시밖에 하지 못했고 뒤처리도 전무했다. 엄청난 일을 벌여 놓고도 다 이해해 주겠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며 "욕지거리를 내뱉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면서 당연한 듯 살아온 것이 한심하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뒤늦게 입장을 밝힌 데에 대해서는 "막상 이런 일이 생기자 숨기 바빴다. 이 글을 쓰기까지에도 며칠이 걸렸다"며 "매체에서 보여졌던 저의 모습은 만들어진, 가공의 저였다. 저는 겁쟁이였다. 평생을 제멋대로 살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사자들의 피해 회복을 노력하는 한편 경찰 조사 등 사법기관의 판단에 성실히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정창욱의 이 같은 뒤늦은 사과문을 두고 대중들은 물론, 피해자들 역시 "면피용 사과문"이라고 지적했다.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했다면 사건이 발생한 당시, 또는 고소가 이뤄진 2021년 9~11월 사이에 용서를 구했어야 했지만 그런 바가 없다는 것이다.
사과문이 올라온 같은 날 피해자 신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호드벤처'에 2021년 8월 하와이에서 정창욱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피해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정창욱이 당시 촬영 스태프였던 윤 씨와 신 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가하고 폭행, 흉기로 협박한 전후 상황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사건 당일 정창욱은 하와이 현지 손님의 집에 방문해서 요리와 인터뷰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인터뷰를 담당했던 신 씨가 손님에게 "정창욱이 해준 음식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맛있었냐"는 질문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윤 씨가 "그 질문은 제가 생각했다"고 해명한 것을 시발점으로 정창욱의 밑도 끝도 없는 폭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신 씨는 "당일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던 형(윤 씨)이 부작용을 호소하자 정창욱이 타이레놀 통을 잡고 형의 관자놀이를 계속 쳤다. 저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 것도 못했다"고 밝혔다. 윤 씨를 다 때리고 난 뒤에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정창욱이 "너희들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된다"며 신 씨에게도 폭행을 휘둘렀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살인'을 예고한 정창욱은 부엌으로 가 가장 큰 칼을 집어들고 피해자들에게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칼을 피해자들의 목과 배 부위에 닿게 한 상태로 찌를 것처럼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다 자신의 분에 못 이겨 칼로 숙소 벽과 탁자에 꽂는 기행을 벌였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영상에는 칼이 깊숙이 꽂혔다가 빠진 벽과 탁자의 자국이 그대로 담겼다.
피해자들은 영상을 공개하며 "이날 이후 약 반 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사과하려는 시도조차 받지 못했다"며 "언론보도가 나가고 일주일 쯤 지난 1월 25일 피의자가 저희 측 변호사를 통해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본인이 피소된 사실을 인지한 지 네 달이 돼가는 시점에서야 변호사를 통해 전해오는 사과 의사는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저와 형(윤 씨)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1월 26일 피의자에 대한 검찰송치가 결정된 후 '오늘의 요리' 커뮤니티에 댓글창을 막아둔 채 본인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명시되지 않은 사과문을 게시했다"면서 "그저 타자 뿐인 사과문으로 인해 영상을 보고 용기내 연락 주셨던 수많은 피해자분들께서도 분노하셨으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창욱의 사건이 보도되면서 그의 식당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이나 정창욱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던 이들의 폭행, 폭언 피해 증언도 이어기도 했다. 27일 SBS연예뉴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정창욱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정창욱으로부터 성적 폭언과 폭행을 당했으며, 정창욱이 출연한 방송의 여성 작가들도 폭력적인 행위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정창욱이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만 극도의 폭력성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