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 이유미, ‘오겜’ 지영 깊은 인상…‘최남라’ 조이현, ‘슬의생’ 장윤복으로 익숙…‘남온조’ 박지후, 영화 ‘벌새’로 주목
그만큼 ‘지우학’은 낯선 얼굴의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글로벌 흥행을 일궈냈는데 이로 인해 단번에 월드스타 등극을 꿈꾸는 배우들까지 쏟아졌다. 우리가 잘 몰랐던 ‘지우학’ 출연 배우들에 대해 살펴본다(※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타석 홈런’ 이유미…월드스타 등극 노린다
우리 기준으로 이유미는 아직도 다소 낯선 신인 배우지만 해외 팬들 사이에선 그나마 낯이 익은 한국 배우다. 2021년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이미 전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정호연과 좋은 연기 케미를 선보이며 해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급증하는 등 해외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유미는 ‘지우학’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짧지만 인상 깊은 캐릭터를 소화한 이유미가 ‘지우학’에선 보다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 ‘이나연’을 소화했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 속 ‘지영’과는 상반된 캐릭터라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고 ‘오징어 게임’과 ‘지우학’ 등으로 깜짝 등장한 배우는 아니다. 2009년 CF 모델로 데뷔해 영화 ‘황해’, 드라마 ‘땐뽀걸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이유미는 2021년 충무로에서 먼저 강렬한 주목을 받았다. 무려 10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인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며 2018년 ‘박화영’에 이어 2021년 ‘어른들은 몰라요’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조이현도 터졌다’…또 한 번 웃은 아티스트컴퍼니
공부 잘하고 타에 모범이 되는, 그러나 매사에 냉소적인 반장 ‘최남라’ 역할의 조이현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와 KBS 2TV ‘학교 2021’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다. 여주인공을 맡은 ‘학교 2021’이 바로 1월 중순에 종영했지만 1%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자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본과 실습생을 거쳐 인턴이 된 ‘장윤복’의 모습이 더 익숙하다.
귀여운 감초 캐릭터였던 ‘장윤복’이 20대 초중반인 의대생과 인턴 의사였던 데 반해 이번 ‘지우학’의 ‘최남라’는 고2 역할이다. 캐릭터의 나이는 열 살 가까이 내려갔지만 ‘최남라’ 캐릭터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냉소적이고 차가운, 그래서 더 성숙한 이미지다.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통해 조이현은 주연급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이수혁’(로몬 분)과 러브라인도 돋보였으며 좀비가 되는 ‘요나스 바이러스’ 면역자라는 독특한 설정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조이현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 정우성이 제작한 ‘고요의 바다’에 이어 ‘지우학’으로 또 한 번 웃으며 넷플릭스 최고 수혜 연예기획사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우리만 몰랐던 박지후’…이미 글로벌 수상 이력 화려
대부분의 시청자들 입장에서 ‘남온조’ 역할의 박지후는 낯선 얼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박지후는 이미 영화계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배우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수상의 영광까지 누린 글로벌 기대주다.
2017년 ‘나만 없는 집’, 2019년 ‘벌새’, 2021년 ‘빛과 철’ 등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는데 특히 ‘벌새’가 영화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벌새’를 통해 ‘2019년 제19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새로운 여자 배우상’을 받았으며 해외에서도 ‘2019년 제18회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국제장편영화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 ‘2019년 런던아시아영화제 LEAFF 신인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박지후는 ‘지우학’ 주요 출연진 가운데 막내로 출연 당시 실제 고등학생인 미성년자였다. 같은 반 친구로 출연한 안승균, 임재혁, 이유미 등과는 무려 아홉 살이나 차이가 난다. 제작발표회에서 박지후는 “실제로 중간고사를 치르고 세트장에 가기도 했고, 교복을 입고 갔다가 촬영용 교복으로 갈아입기도 했다”며 “촬영장에서 언니, 오빠들에게 입시 상담도 하고 인생 조언도 들으면서 1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합격해 곧 22학번으로 입학한다.
#‘많이 봤던 그 얼굴 윤찬영’…한국 아역 시스템의 성과
박지후와 호흡을 맞춘 ‘이청산’ 역할의 윤찬영도 다양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2014년 MBC 연기대상 아역상과 제3회 대전드라마페스티벌 아역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S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을 받았다.
12세 무렵인 2013년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해 10여 년 동안 아역배우로 활동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온 윤찬영은 ‘지우학’을 통해 성인 배우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연예계에서는 윤찬영이 유승호, 여진구를 잇는 ‘아역 출신 스타’가 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고등학교가 배경이라 고교생 캐릭터가 많은 ‘지우학’에는 윤찬영 외에도 여러 명의 아역배우 출신들이 출연했다. ‘한경수’ 역할의 함성민, ‘서효령’ 역할의 김보윤, ‘장하리’ 역할의 하승리, ‘박미진’ 역할의 이은샘, ‘유준성’ 역할의 양한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좋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향후 활동에도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데 그만큼 탄탄한 한국 아역 시스템의 성과로도 볼 수도 있다.
처음 보는 얼굴 같지만 이미 어릴 때 큰 사랑을 받았던 아역 배우 출신들도 많다. ‘양궁누나’로 불리는 ‘장하리’ 역할의 하승리는 1999년에 데뷔해 벌써 데뷔 20년 차가 넘는 배우로 데뷔작은 SBS 드라마 ‘청춘의 덫’이다. 심은하의 딸 역할이었는데 당시 다섯 살이었다.
‘유준성’ 역할의 양한열은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공효진의 조카 역할로 출연했다. 캐릭터 이름은 구형규지만 차승원이 부르던 애칭 ‘띵동’으로 더 유명하다.
#‘전세계가 주목한 로몬과 유인수’…너도 몰랐냐 나도 몰랐다
캐릭터의 특성상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로몬과 유인수다. 로몬이 맡은 ‘이수혁’ 역할은 이청산과 함께 양대 남자 주인공이다. 이청산이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이라면 일진 출신으로 잘생기고 싸움도 잘하는 ‘이수혁’은 매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최남라’와의 러브라인도 돋보이는 전형적인 백기사 캐릭터이기도 하다. 좀비에 물린 ‘최남라’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손을 묶은 뒤 친구들에게 “남라 변해도 니들한테 못 가. 물려도 내가 물려”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부 네티즌은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의 대표작 ‘다모’의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 빗대 “물렸냐? (네가 변하면) 나도 물린다”라고 해당 장면을 표현할 정도다.
이런 까닭에 로몬은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사실 로몬은 해외 시청자들은 물론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낯선 배우다. 2016년 영화 ‘무서운 이야기 3’를 통해 데뷔한 뒤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리 많이 얼굴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그만큼 로몬과 관련된 정보도 많이 공개돼 있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거주하다가 열두 살 때 처음 한국으로 들어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 복수국적자다. 이런 특이점에 이국적인 외모가 더해져 혼혈부터 고려인까지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 확인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수혁과 정반대 캐릭터는 유인수가 맡은 ‘윤귀남’으로 말 그대로 빌런이다. 일진 패거리의 일원으로 학폭 가해자인 윤귀남은 과학 선생 이병찬이 요나스 바이러스를 만드는 계기를 됐으며 민은지의 알몸 동영상을 찍어 학폭 피해자인 민은지가 또 다른 빌런이 되도록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윤귀남의 실제 빌런 캐릭터는 그가 요나스 바이러스 면역자로 좀비에 물려 감염된 뒤 이성은 유지하지만 죽지 않는 존재가 되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유인수 역시 아역배우 출신으로 2017년 데뷔해 ‘학교 2017’에 출연했다. ‘학교 2021’ 출신 조이현의 직속선배이기도 하다. ‘부암동 복수자들’ ‘라이프’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에도 출연했지만 시청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다. 물론 기존 출연작에서도 다소 불량한 학생 캐릭터를 선보인 경험도 있지만 정반대의 순수한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다. 이런 경험과 유인수의 재능은 이번 윤귀남 캐릭터를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예계에서는 ‘지우학’ 출연진 가운데 해외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워낙 강렬한 빌런 캐릭터였던 터라 향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빌런 캐릭터로 캐스팅될 만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이미지 그대로…’ 극의 중심 잡아준 성인 배우들
넷플릭스 K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 까닭에 당연히 학생 캐릭터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교직원, 경찰, 구급대원, 군인 등의 성인 캐릭터는 이미 국내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진 조·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성인 배우들은 기존 작품 속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했다.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신예들인 터라 제작진이 조연급 성인 배우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숙한 환경을 조성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요나스 바이러스’를 만든 효산고 과학교사 ‘이병찬’ 역할의 김병철, 효산고 2학년 5반 담임 ‘박선화’ 역할의 이상희, 효산고 교장 역할의 엄효섭, 효산고 학생부장 ‘정용남’ 역할의 윤경호 등이 주요 교직원 출연자들이다. 모두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대부분 기존 작품에서 형성된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캐릭터였다.
그나마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선 배우는 담임교사 역할의 이상희로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 만큼 독립영화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내공이 깊은 배우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에도 여러 편 출연하며 시청자들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지우학’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특히 마지막 출연 장면에서 ‘이나연’(이유미 분)과 나눈 대화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또한 ‘남온조’(박지후 분)의 아빠이자 구급대원인 ‘남소주’ 역할의 전배수, ‘송재익’ 형사 역할의 이규형, ‘이청산(윤찬영 분) 엄마’ 역할의 이지현 등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전배수와 이규형은 조연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 분명한 역할을 보여주며 극에 긴장감을 더했고 이지현의 모성애 연기도 돋보였다.
국회의원 ‘박은희’ 역할은 배해선, 보좌관 역할은 조달호가 맡았는데 배해선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 이어 또 한 번 국회의원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