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시총과 유통 시총 큰 차이…외국인 공매도 대상 전락, 주가 하락 위험성
LG엔솔 시가총액은 약 120조 원으로 SK하이닉스(92조 원)보다 많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최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물량 기준 시총은 23조 원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0%에 불과한 SK하이닉스의 72조 원에 한참 못 미친다. 기아나 네이버(각 48조 원)의 절반에 불과하고, 삼성SDI(30조 원), 카카오(29조 원), LG화학(29조 원), 현대차(28조 원)보다도 적다. 시총 11~12위를 오가는 KB금융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200을 투자성과의 기준으로 삼는 기관투자자나 인덱스펀드들은 이 지수에서 각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주식을 보유해야 추적오류(tracking error)를 줄일 수 있다. LG엔솔의 전체 시총은 코스피200의 6.8%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통물량 기준 시총은 이보다 훨씬 적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국내 기관들은 일단 가격불문하고 주식을 사모을 수밖에 없다.
LG엔솔이 상장한 지난 1월 27일부터 국내 기관은 코스피에서 1조 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LG엔솔의 순매수만 3조 7000억 원이 넘는다. 다른 종목들은 팔고, LG엔솔을 담았다는 뜻이다. 기관 매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 삼성SDI, LG화학 등이다. 외국인은 이와 반대다. 2조 2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한 가운데 LG엔솔만 1조 7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상장 이튿날 45만 원을 하회했던 LG엔솔 주가가 20% 이상 반등하며 한때 57만 원까지 회복했던 이유다. 이 기간 코스피200은 채 5%도 못 오른 것과 대조된다.
문제는 이처럼 수급으로 오른 종목들이 코스피200에 편입된 이후에는 외국인들의 집중 공매도 대상이 된다는 데에 있다. 외국인들은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공매도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기관들은 보유 물량을 외국인에 빌려주고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자칫 추격매수를 했던 개인들만 낭패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앞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8월 9일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11월 3월 거래를 시작한 카카오페이 모두 지수 편입일 이후 공매도가 집중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두 종목 모두 현재 주가는 공모가(3만 9000원, 9만 원)는 웃돌지만 시초가(5만 3700원, 18만 원)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다. 두 종목의 최대주주 비중은 각각 56%, 86%로 시총 상위 20위 평균 39%를 크게 웃돈다.
LG엔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펀더멘털 대비 기업가치 측정이 쉽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현재 순자산과 이익보다는 미래 가치가 높이 반영됐다. 대부분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데 카카오뱅크는 3.4배, 카카오페이는 63배에 달한다. LG엔솔은 지난해 93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삼성SDI의 9154억 원과 비슷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129배와 42배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엔솔의 지난해 상각전이익(EBITDA)는 2조 2000억 원으로 공모가 산정 당시의 2조 30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실적이 기대를 밑돌았지만 수급 덕분에 주가가 강세인 셈이다.
이 같은 시총 왜곡 현상은 결국 물적분할 후 상장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래 투자재원 마련이 물적분할 후 상장의 주된 이유인데, 상장 초 공모물량이 발행주식 대비 소량에 그치면서 전체 시총과 유통 시총 간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주식분산 요건을 보면 일반주주 소유비중이 25% 이상 또는 500만 주 이상이다. 25% 미만이라도 500만 주만 넘기면 된다. 발행주식수를 보면 LG엔솔은 2억 3400만 주, 카카오뱅크 4억 7510만 주, 카카오페이 1억 3188만 주다. 500만 주면 각각 발행주식의 2.1%, 1.05%, 3.8%에 불과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