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구입 뱃일하던 의사, 눈 잘 못 뜨는 해녀 사정 듣고 인술 펼쳐
온병원그룹 계열의 정근안과병원은 정근 원장(전 부산시의사회장)이 최근 공막궤양을 앓는 해녀 양 모 씨(70·부산 남구 용호동)에 대해 자신의 눈에서 공막 절편을 만들어 스스로 이식하는 자가 공막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부산 남구 용호어촌계 소속인 양 씨는 해녀다. 2시간에 걸친 미세현미경 공막이식수술을 받은 양 씨는 수술결과가 좋아 건강하게 물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20여 년 전 눈 안쪽으로 살이 자라서 검은 동자를 덮고 눈에 백태가 끼는 익상편(군날개) 수술을 받았으나 바다 속에서 물질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익상편을 수술한 쪽의 눈의 공막이 녹아내리는 ‘괴사성 공막염’이 발생하면서 눈 통증이 심했다.
특히 물질을 하는 동안 수압을 받게 되면 통증이 더해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급기야 시력도 떨어지고 물질까지 제대로 못하게 된 양 씨는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눈 이식수술을 권유받고 자포자기를 할 즈음에 각막 치료분야 명의로 알려진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을 기적처럼 만났다.
안과의사인 정근 원장은 3년 전 취미 삼아 작은 어선을 구입해 짬짬이 어로작업을 했다. 여러 개의 낚시를 동시에 드리웠다가 차례로 들어 올려서 낚는 주낙업과 통발 어업권을 확보한 그는 직접 소형선박 면허증까지 취득하고 용호어촌계원에 등록했다.
주말을 이용해 어선을 몰고 고기잡이에 나서던 정근 박사는 지난해 12월 어느 주말, 주낙과 통발을 회수하고 오륙도 선착장에 배를 대다가 박철호 어촌계장으로부터 양 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었다.
정근 박사는 급히 오륙도 선착장의 해녀실에서 양 씨의 눈 검사를 한 결과, 동자가 파열되기 일보직전인 것을 확인했다. 눈의 흰 창이 녹아내려 그 안의 내용물이 바깥에 훤히 비쳐 보일 정도로 얇아져서 작은 충격에도 동자가 터져 실명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었다.
심각한 공막궤양으로 진단받은 양 씨는 최근 정근안과병원에서 2시간에 걸쳐 자신의 눈에서 공막 절편을 만들어 스스로 이식하는 ‘미세현미경 자가 공막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정근 원장은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양씨는 눈동자 파열 등으로 실명했을 것”이라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익상편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이따금 안구 외벽의 공막이 엷어지는 공막연화증이나 괴사성 공막염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환자들은 안과전문의에게 정기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근 원장은 같은 용호어촌계 소속인 양씨의 진료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
양 씨는 “하도 눈이 아파서 큰 병원에 갔더니 눈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포기상태였다”며 “천운이 닿아서 그런지 용케도 용호어촌계 회원 중에 안과 박사님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어촌계장으로 듣게 돼 다시 눈을 뜨게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건강을 되찾은 해녀 양 씨는 오늘도 오륙도 근처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멍게와 해삼, 전복 등을 직접 따서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