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과감한 M&A 통해 체질 전환 이뤄내…현대엔지니어링 IPO 재도전 방식도 주목
현대엔지니어링에 앞서 태영건설과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도 기업 이미지 개선과 주가 상승을 위해 친환경 사업을 강조했지만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 사고 여파로 건설사 주가가 동반 급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신사업이 별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친환경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내내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해왔고,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근엔 일부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약 5000억 원을 조달하는 프리IPO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간 SK그룹 계열사들이 공모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SK에코플랜트만은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SK에코플랜트의 목표 시가총액은 현재 시가총액 1위인 현대건설(약 4조 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10조 원이다.
#수익성 높은 사업 매각, SK에코플랜트의 차별화
SK에코플랜트가 갖고 있는 특징으로는 과감한 인수합병(M&A)이 꼽힌다. 다른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이 ‘시늉’에 그쳤다면 SK에코플랜트는 체질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인수 및 매각을 진행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말 환경시설관리(EMC홀딩스)를 인수한 후 사명에서 ‘건설’을 떼어냈고, 지난해 하반기까지 폐기물 소각업체 6곳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후 해상풍력 사업을 하는 삼강엠앤티를 인수하고 미국 연료전지업체 블룸에너지의 지분도 취득했다. SK에코플랜트가 M&A에 쓴 자금은 환경 부문 1조 2390억 원, 연료전지 3035억 원, 해상풍력 3426억 원 등이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사업부 매각도 진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플랜트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에 합병시켰다. 물론 모든 플랜트 사업부를 분할하지는 않았고, 반도체 및 배터리 등 해외 플랜트 사업은 남겨뒀다.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은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였지만 부채비율을 낮추고 친환경 사업에 집중할 목적으로 미래에셋증권과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 지분 50.01%를 4500억 원에 매각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분할된 플랜트 사업 매출 비중은 20%에 달한다. 상당한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 플랜트 사업을 분할한 것이다. 김웅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2021년 11월 보고서에서 “분할사업부 내에 채산성이 양호한 계열공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외형감소 및 이익창출력 저하, 계열기반 축소 등이 이번 매각의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은 상장을 앞두고 아까워서라도 주요 매출처를 매각하지 못한다”며 “SK에코플랜트가 다른 기업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무리 이익이 나도 과거의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면 기업가치에는 득이 될 것이 없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사업을 주요 투자 포인트로 강조했는데 어쩌면 SK의 선택이 신의 한 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20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플랜트와 인프라 부문 45.5%, 건축·주택 부문이 43.5%를 차지했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기준으로 인프라(13.1%), 건축주택(24.2%), 플랜트(62.5%) 등으로 매출이 구성됐다. 플랜트 사업부 분할 이후 SK에코플랜트의 매출 변화는 2021년 감사보고서 제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IPO 재도전 나서나
SK에코플랜트의 도전과 별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도전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증권신고서 유효기간이 남은 4월쯤 곧바로 재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하지만 현재 증시 분위기상 약 두 달 만에 갑자기 분위기가 호의적으로 변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1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 개편 목적 때문에라도 헐값에는 상장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소 5만 원대 주가를 인정받아야만 상장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투자자와 사측 눈높이 차이가 확연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M&A와 구조 개선을 추진해 몸값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M&A를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을 매각하면 기업가치가 달라지므로 증권신고서를 새로 제출해야 한다. 즉, M&A를 진행하면 IPO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M&A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스틸산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스틸산업은 풍력발전기 구조물을 만드는 업체다. 현대스틸산업은 국내 유일하게 5500톤(t)급 설치 전용선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1만 4000t급 대형 설치 전용선을 건조 중이다. 현대스틸산업은 2021년 덴마크 오스테드로부터 대만해상풍력 하부구조물 46기(약 2200억 원)를 수주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양한 신사업을 공약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것은 많지 않다”며 “최근 주목받는 현대스틸산업과 같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외부로 눈을 돌려 원점에서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IPO 재추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M&A 계획도 정해진 것이 없으며 현대스틸산업 인수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