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열풍 40년은 더 간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의 부장급 인사 10여 명과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들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애초 그 자리에서 활발히 거론된 관심사는 부동산보다는 오히려 ‘동산’ 쪽이었다. 한 부장은 “내 고객 중에는 채권 1백20억원과 현금 3백억원을 갖고 있는 이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 옆의 또 다른 부장은 “요즘 디벨로퍼(developer·개발자) 중에 현찰로만 1조원을 가진 사람들이 서너 명 있다는 소문이 있다”라고 거들었다.
결국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필자는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도 부동산이 부자 되는 데 가장 강한 방법이 될 것이다. 최소한 향후 수십년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부동산의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부동산의 위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이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과거(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부자들은 재산의 70% 정도를 부동산으로 모았다. 강북에는 40년 만에 2백배 정도 뛴 경우가 있고, 강남에는 약 6백배까지 뛴 경우도 있다. 앞으로(현재부터 2040년까지)의 부자들은 부동산의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비중이 10~20%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곧바로 반론이 이어졌다.
“앞으로는 부동산 값이 오르기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올랐고, 또한 정부가 ‘반부동산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부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설명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주택보급률이 1백%를 약간 넘는다. 다시 말해서, 가구 수보다 주택의 수가 더 많은 셈이다. 그러나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때문에 실제로는 가구 수보다 주택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서울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비율이 약 50 대 50이다. 부산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 이외의 지역들은 단독주택의 비율이 60~70%를 넘어서서, 아파트의 비율이 상당히 적다.
또한 대한민국은 앞으로 국민소득이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 환율이 이 상태로 계속 떨어지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한다. 그리고 아무리 경제가 불경기라도 경제성장률은 포지티브로서 적어도 1~2%는 된다. 다시 말해서, 해가 갈수록 경제가 상대적으로 매년 발전하면 앞으로도 아파트의 비율은 계속 늘어간다. 단독보다 아파트가 편하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교만 입학해도 다 안다. 따라서 아파트의 비율이 50%가 안되는 지역들은 아파트의 공급이 계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토는 한정되어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사유지 중에서 부자들이 점유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1% 정도 되는 최고 부자들은 대한민국의 전체 사유지 중의 40%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
사유지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아파트가 계속 필요하다. 따라서 평당 효율을 높이려면 당연히 단독보다는 아파트를 짓게 된다. 아파트가 앞으로 약 35~40년 동안 계속 건립될 수밖에 없다고 볼 때 당연히 앞으로도 약 40년간은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이 부자가 되는 유효한 투자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미국에서 부자마케팅을 공부하고 귀국한 지 이제 12년 정도 됐다. 미국에서 만난 부자들은 상당수가 아주 오래전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경우였다. 그러나 그 자손들은 주식과 현금으로도 부자가 되었다. 미국은 부자 역사가 1백년을 훨씬 넘어섰다.
한국에 와서 만난 수천 명의 부자들 중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아파트가 30여 채에 은행통장이 1백여 개 되는 부자들도 있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느 미혼 여자교수는 홀어머니가 아파트를 10여 채 가지고 있는데, 그 관리가 잘 안돼서 결국은 본인이 대학을 떠나서 현재 전업으로 아파트만 관리하고 있는 경우도 봤다.
동산은 한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금융기관의 프로들의 고객 중에는 아파트에 현찰만 80억원을 쌓아두었다는 고객도 있고, 62억원을 단독주택 장롱 속에 가지고 있다는 부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야 수백억원 현찰을 보유할 뿐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무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에만 빌딩을 12개 가진 한 부자는 최근에 중국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서 상해를 빈번히 다녀온다. 호주의 빌딩을 사두는 부자도 늘고 있고, 3천만원 내고는 합법적으로 태국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
필자가 예상하기에 앞으로 한 40년 정도 지나면 대한민국 기업체들의 투명도가 약 95%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대한민국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보다 향상되고 그리고 제대로 평가될 것이다. 그때에는 부를 축적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회사의 잠재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가치로 평가를 받으면서 부를 획득하는 것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기업체의 투명도는 아무리 좋게 보아야 50% 정도이다. 따라서 주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에는 아직은 대한민국의 기업 역사가 너무 짧다. 주식으로 투명한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물론 앞으로는 점점 늘 것이다.
현재에는 주식을 통한 부의 축적이 전체 부자의 재산 중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35~40년이 지나면 30~40%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부동산이 부를 획득하는 데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 존속할 것이다.
필자가 단언하건데, 설사 차기나 차차기 정권이 앞으로 지속해서 반부동산 정책을 펼치더라도 부동산의 열풍이 약간 줄어들 뿐이지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2만 명 정도 된다는 ‘부동산의 프로’들은 순수한 상아탑적인 경제학박사들이 만들어내는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너무나 쉽게 파악한다는 게 필자가 현장에서 터득한 깨달음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 정책과 큰 상관없이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다 편안한 문화생활을 유지하려고(따뜻한 물이 항상 나오는 아파트를 찾는 한) 하면 할수록 부동산 열풍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부동산은 무한하다. 심지어는 이런 생각까지 해본다. 부동산의 진짜 프로들을 정부 행정 부서에 특별 채용하는 것이 혹시 부동산 정책수립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