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구도 유불리 놓고 전망 엇갈려…단일화 불씨 아직 꺼진 건 아니라는 시각도
안철수 후보 결단 배경엔 최근 여의도에서 빠르게 퍼졌던 경기지사 출마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접는 대가로 윤 후보 측이 경기지사 공천을 보장해줬다는 게 그 골자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도 “일련의 가짜뉴스 퍼트리기를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오히려 시간을 질질 끌며 (저를)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뻔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 측에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단일화 딜을 갖고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안 후보가 윤 후보와의 단일화 테이블을 접으면서 일단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이런 상황이 ‘양강’ 후보가 박빙을 보이고 있는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려왔다. 표류하는 중도층 성향 유권자가 안 후보 지지로 옮겨갈 경우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단일화 결렬로 인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표심이 위기감을 느껴 집결할 것이란 반론이 부딪힌다.
정가에선 단일화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란 반응도 적지 않다.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했던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듯, 후보 간 담판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얘기다. 실제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논의를 고려하는 것 같은데 제안이 와도 받지 않나’라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린 경선에 대한 답이 없이 또 어떤 새로운 제안을 하겠나”라고 했다. 새로운 제안이 올 경우 다시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후보 기자회견 후 통화한 윤 후보 선대위 관계자도 “배수진을 친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솔직히 지금 내부에선 다자구도로 가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강조했던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선 단일화가 필요하다. 안 후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들은 윤 후보가 기자회견 당일 오전 전화를 건 것도 이 때문이다. 통화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를 간곡히 설득했다고 들었다. 조만간, 윤 후보가 모두가 놀랄 깜짝 카드를 내밀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긴 한다. 그동안 공을 들였던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후 허탈해했지만, 다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재명과의 단일화는 힘들 것’이란 데에 무게를 둔다. 이 후보로선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야권 표가 분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진보 또는 중도성향 유권자가 이 후보 대신 안 후보에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단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