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납치극은 사장의 자작극”
▲ H 골프장 전경.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일요신문>은 최근 윤 씨가 A 법무법인을 통해 지난 8월 12일 검찰에 접수한 고소장 사본과 정 씨의 진술이 담긴 사실확인서 등 몇 가지 문건을 입수했다. 고소인은 윤 씨였고, 피고소인은 윤 씨의 외조카인 강 사장과 김 변호사였다.
윤 씨는 왜 자신과 함께 납치극 공범으로 지목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출소한 김 변호사까지 고소한 것일까. 놀랍게도 윤 씨는 고소장을 통해 2007년 2월에 발생한 강 사장 일행의 납치사건은 강 사장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 변호사와 그의 하수인들이 모의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강 사장과 김 변호사는 윤 씨를 모함하기 위해 윤 씨가 주도해 강 사장을 납치한 것으로 모의한 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방법으로 자작극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윤 씨를 제거하는데 성공할 경우 강 사장으로부터 300억 원을 받기로 하고 그중 100억 원을 사전에 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 2007년 2월 납치됐다 탈출한 강 사장이 경찰관과 동행하는 모습. |
사실확인서는 납치극 공범으로 역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출소한 정 씨의 진술내용을 지인인 최 아무개 씨가 기술한 것이다. 최 씨는 평소 정 씨를 친조카처럼 생각하며 가깝게 지낸 사이라고 한다. 최 씨는 정 씨가 납치사건 문제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수소문한 끝에 정 씨가 출소 후 제주도에서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6월 30일 제주도로 건너가 정 씨를 만났다. 최 씨를 만난 정 씨는 납치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확인서에 따르면 정 씨는 2007년 H 골프장 납치사건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에 무모한 사업 추진으로 생활이 몹시 어려운 처지였다. 이런 와중에 과거 사업을 하면서 가깝게 지낸 김 변호사가 만남을 제의했고, 결국 자작극에 동참하게 됐다. 정 씨는 김 변호사가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강 사장에게서 거액을 받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고, 단순한 역할만 하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건이 그렇게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정 씨는 재판진행 도중에 납치가 아니고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진술하려고 했으나 “일이 끝나면 돈을 주겠다”는 김 변호사의 말만 믿고 몇 번이나 갈등하다 끝내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최 씨가 ‘그렇다면 김 변호사에게 돈이라도 받았을 텐데 이게 무슨 꼴이냐’고 질타하자 정 씨는 “그 일 이후 아직까지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윤 씨는 억울하게 당했기 때문에 강 사장에게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 씨의 진술이 담긴 사실확인서와 윤 씨가 자작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물을 첨부한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2007년 납치사건은 또다시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 같은 해 3월 납치사건 용의자 정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공항경찰대에 들어서는 모습. |
기자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키맨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 변호사의 입장을 듣고자 수소문 끝에 그와 어렵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납치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과연 고소장과 사실확인서에 적시된 대로 납치극 사건의 공범이었던 윤 씨와 정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핵심 당사자인 두 사람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윤 씨는 아무것도 모른 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셈이다. 반면 정 씨와 김 변호사는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돈 때문에 끝까지 사건을 은폐하고 옥살이를 자처한 꼴이 된다.
고소장 접수로 새 국면을 맞고 있는 H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일지 향후 전개될 검찰의 수사 추이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2007년 납치사건의 전말은? ‘인천공항서 피랍…이틀 만에 탈출’ 3공화국 시절 스캔들의 정인숙 씨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 씨의 아기 시절 모습. 경찰은 또 김 변호사와 윤 씨의 지시를 받고 강 사장 등을 납치한 경비업체 직원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정 아무개 씨를 긴급수배했다. 이틀뒤 자수한 정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3공화국 시절 정관계 고위층과의 스캔들 주인공이었던 정인숙 씨의 아들로 드러나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 변호사 등은 같은 해 2월 26일 오후 7시 43분 인천공항 1층 3번 출입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강 사장 등 3명을 흰색 카니발 승합차로 납치해 강원도 인근 펜션에 감금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김 변호사와 윤 씨, 정 씨 등 3명은 사전에 치밀한 공모를 벌여 경비업체를 동원해 강 사장 일행을 납치해 골프장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 골프장을 통째로 빼앗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외삼촌인 윤 씨와 외조카인 강 사장이 골프장 이권을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작됐다. 윤 씨는 1984년 H 골프장 조성 초기부터 당시 회장이었던 강 사장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매형을 도와 골프장이 제 궤도에 오르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2000년 7월 골프장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당시 사장이었던 강 사장의 동생과 호흡을 맞추며 골프장 운영에 참여했으나 2002년 강 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하자 골프장 운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강 사장과 윤 씨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강 사장 일행이 납치되는 사건이 터졌고, 납치 이틀 만에 탈출한 강 사장은 유력한 용의자로 윤 씨를 지목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 씨의 통신내역 조회와 주변 탐문수사 등을 통해 윤 씨가 납치를 사주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그를 검거했다. 검찰의 기소로 법정에 선 윤 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납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끝내 윤 씨 일행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년 여간 치열한 법정공방전 끝에 대법원은 2008년 5월 H 골프장 강 사장 납치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3년, 윤 씨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김 변호사는 2007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철] |
반론보도문 본보는 2011. 9. 4. ‘외삼촌 납치극은 사장의 자작극’이라는 제목 하에 ‘H 골프클럽 강 사장 납치사건에 가담하여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강 사장의 외삼촌 윤씨가 위 납치사건은 강 사장이 아버지의 전 재산을 강탈하기 위하여 김 변호사와 함께 꾸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함으로써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담당 검사는 2012. 7. 13. 강 사장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처분을 하였고, 오히려 2014. 1. 20. 강 사장의 외삼촌 윤씨를 무고혐의로 구속 기소하여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