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만 100명·윤석열 5810명 공개 지지…블랙리스트 트라우마·비호감 대선 여파 과거 비해 규모 줄어
이번 대선에서 문화예술인 1만 100명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술 감독 정두홍, 기타리스트 신대철, 배우 이원종 김의성 이기영 김현성 박혁권 김규리, 가수 리아, 개그맨 강성범 등은 이 후보 지지 명단에 올랐다. 작곡가 윤일상, 가수 이은미 등은 K-컬처 멘토단에 합류해 활동 중이다. 가수 이은미는 2월 18일 이 후보와 평소 친분이 있던 윤일상 작곡가의 제안으로 ‘스물 여덟’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작사에도 직접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배우들의 유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박혁권은 3월 1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3·1 정신으로 여는 대한민국 대전환 서울 집중 유세’에서 “한 명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고민을 안해봤다”며 “저는 장점이 처자식이 없다. 밥줄 끊겨도 이재명 하겠다”라고 외쳤다. 배우 이원종도 “아침에 나오는데 사랑하는 아내가 이번만 참으면 안 되냐고 한다”며 “‘여보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제 미래를 감당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맞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8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배우 박일남 독고영재 정동남 임혁 송기윤, 가수 김흥국, 개그맨 김종국 등이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2월 11일 지지 선언문에서 “우리 문화예술계 일부가 정치적으로 타락하고 이념적으로 좌경화됐다”며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지켜 중국의 문화공정에 당당히 맞서면서 신한류를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의 문화국가로 발전시켜나갈 적임자는 윤 후보”라고 했다.
독고영재, 김흥국은 과거 여러 차례 보수 정권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바 있다. 김흥국은 2월 18일 YTN 인터뷰에서 “저 사람(윤 후보)이 약속을 지키고, 저 사람이 3월 9일 좋은 일 있으면 분명 나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는, 그것이 곧 국민의 희망이고 대한민국이 잘되는 길이니까 그래서 선택을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김흥국은 1997년 15대 대선에는 이인제 당시 대선 후보를, 2002년 16대 대선에선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을 공개 지지했다.
소설가 이문열 역시 윤 후보 지지 행렬에 섰다. 이 작가는 2월 16일 대구에서 “이번 정부는 참 나쁜 정부였고, 최악이었다. 특히 여러 가지 일들을 한 번도 제대로 된 동의를 얻지 않고 마음대로 해치웠다는 점에서 독재로 보인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체육인들의 지지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2월 15일 여홍철(체조) 심권호(레슬링) 김영호(펜싱) 김광선(복싱) 등 전·현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등 체육인 100여 명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치열한 현장 행정경험과 과감한 돌파력을 가지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체육계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대통령 적임자”라고 지지했다.
진종오(사격) 이원희(유도) 고기현(쇼트트랙) 박종훈(체조), 프로골퍼 서아람, 프로 복서 유제두 홍수환 등은 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2월 16일 대표 연설을 맡았던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는 “원래 하나인 체육을 엘리트체육 대 반엘리트체육의 진영으로 갈라놓은 게 현 정부 체육의 가장 큰 실패”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체육인을 존중하고 한국 체육의 본령과 가치를 이해하는 윤 후보께서 한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의 밑그림을 힘차게 그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선 유명 가수나 배우, 스포츠 스타 등 ‘셀럽’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 줄었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체부 블랙리스트’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적 성향을 밝혔다가 자칫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명단을 관리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 342곳과 개인 8931명, 문화예술인 총 9273명 등을 불법 사찰한 뒤 각종 국고 지원 대상에서 배제시킨 바 있다. 리스트에 기재된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의 연예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셀럽들의 지지 선언을 정가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셀럽들의 작은 지지가 큰 힘이 된다”며 “이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사건도 있는 데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인데 뚜렷한 정치색을 밝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셀럽들의 지지 선언이 표심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상징일 뿐이지, 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민심과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비호감 대선이기 때문에 지지 선언을 잘못했다가 비호감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꺼려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번 대선에는 본인의 지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양분된 양상이 과열돼 있어 어느 한쪽을 지지했을 때 반대편의 공격을 받는 것이 심한 것”이라며 “연예인들 역시 당연히 정치색이 있겠지만, 보편적인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한 쪽을 공개 지지하는 것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 평론가는 과거보다 공개 선언이 줄어든 것을 두고 “과거 블랙리스트 영향도 있고, 과열 양상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피부로 느끼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