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확정 후 민주당 15건 국민의힘 21건, 후보 가족들도 고발 대상…“정치의 사법화로 갈등 악화” 우려
국민의힘은 2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인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공무원 채용에 대해 허위 해명 등을 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와 배 아무개 전 경기도청 5급 사무관, 박찬대 박주민 민주당 의원,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과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등이 피고발인 대상에 올랐다.
이외에도 김용민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고발됐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검찰청 특수활동비를 정치자금으로 유용했고, 윤 후보 부친이 부정청탁의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의원은 윤 후보와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특수한 이익관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2월 10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및 신남성연대 관계자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들이 ‘신남성연대’를 설립해 ‘언론정화팀’이라는 댓글부대팀을 운영했고, 선거 기사 댓글을 조작했다는 게 민주당 측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에 따르면 2월 3일 대선 후보 토론 전후로 피고발인들이 댓글 추천수 조작을 한 기사가 최소 22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2월 11일까지 상대 후보와 정당, 당직자를 대상으로 낸 검찰 고발 건을 확인한 결과 민주당은 총 15건, 국민의힘은 21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고발전의 특이점은 후보를 포함한 가족들까지 모두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 장모 최은순 씨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윤 후보 가족들을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장남 동호 씨의 성매매처벌법 위반과 상습도박 △이 후보 아내 김혜경 씨 의전 논란으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후보자의 ‘아킬레스건’과 관련된 고발건은 수사기관이 수사 중에 있다. 윤 후보의 경우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가 대표적이다. 2021년 11월 19일 민주당은 윤 후보를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관련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민간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에게 거액을 대출하는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입건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백현동 게이트 연루 의혹이 태풍의 눈으로 꼽힌다. 2021년 11월 1일 국민의힘은 백현동 옹벽아파트 개발과정 특혜의혹과 관련하여 이 후보를 고발했다.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설치와 아파트 개발과정에서 4단계로 상승한 용도지역 변경 등’ 특혜에 이 후보가 연관돼 있다는 게 고발장 골자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뇌물수수, 허위사실 공표,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상대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맞불 성격의 고발도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특혜 입원 의혹을 제기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1월 28일 검찰에 고발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 아들이 군 복무 중 장기간 국군수도병원에 장기간 특혜 입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민주당은 1월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고발했다. 김 원내대표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병철 씨 사망을 놓고 이 후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1월 12일 이 씨의 죽음과 관련해 “‘간접살인’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 후보는 진실규명을 위해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고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정책본부 청년보좌역 박민영 씨를 2월 9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발했다. 이외에도 이 후보의 욕설이 담긴 통화 녹음 34건을 공개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 소속 장영하 변호사도 1월 19일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됐다.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2021년 12월 19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선대위를 고발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윤 후보 아내 김 씨가 교수직 지원 당시 복수의 대학에 기입한 뉴욕대 MBA 연수 허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씨가 제출한 이력서에는 뉴욕대와 관련해 '연수'라는 두 글자가 분명하게 적혀 있다고 반박했다. 이력서 학력에 단기 방문을 연수로 쓰는 것은 허위라는 여당과 연수라고 적은 것은 문제가 없다는 야당이 충돌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1월 20일 건진법사의 딸이 윤 후보 아내 김 씨를 수행한다고 주장했던 현근택 민주당 대변인을 고발하기도 했다. 현 대변인은 “건진법사 딸이 김건희 씨를 수행하고 있다, SNS 관리하고 있다, 지금 처남이 윤석열 후보 수행하고 있다라는 게 이미 언론보도에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은 1월 25일 김 씨 주가조작 의혹 제기 등의 발언을 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을 고발했다. 강 의원은 “내사보고서를 통해 김 씨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도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고발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대선도 비슷했다.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보도 논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SBS가 기사 제작 과정의 오류를 인정·사과하고 기사를 삭제했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당시 문 후보와 해수부 간 뒷거래가 드러났다며,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문 후보 측은 준용 씨 채용 특혜 의혹을 수차례 주장한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혹 규명보다는 선거 정국에서 상대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막상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되기 마련이다. 역대 선거에서 선거가 끝난 후에 제대로 수사가 됐던 게 없다. 2007년 대선 때 ‘BBK 논란’도 MB(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후에 얘기가 쏙 들어갔다. 지금은 선거가 있어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시민사회단체 고발 건까지 세면 수사가 상당히 쌓여있을 거다. 선거를 앞두고 고소, 고발로 으름장을 놓는 것일 뿐이다. 선거 시즌엔 수사기관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고발전이 ‘정치의 사법화’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정치 이슈들이 법원 판단에 의존할 경우 사법부의 비대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지속되면 정치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거나 퇴행할 수 있다”면서 “사법적 해결도 안 되고 정치적 갈등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