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달러’ vs ‘페트로 위안’ 신냉전…양 진영 사이 결제수단 역할 가능성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무제한에 가깝게 풀리는 달러에 대한 신뢰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하락하는 달러 가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으로 가상자산이 주목받은 셈이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서방이 경제제재를 가하면서다. 당장 제재를 당한 러시아가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급반등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화가치 하락 이상의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로운 국제금융결제시스템이다.
1974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끌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든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기로 미국과 협약을 맺는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화폐를 금으로 교환하는 것)을 정지시키며 브레튼우즈 체제를 끝내자 달러화 가치는 급락한다. 금과 다름없던 달러였는데, 더 이상 금과 바꿀 수 없다고 하니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사우디에 군사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원유의 달러 독점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후 달러화는 원유의 가치에 기반해 안정을 찾게 된다. 오늘의 기축통화를 있게 한 페트로(Petro) 달러 시스템이다. 이후 글로벌 금융결제도 계속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미국은 달러의 힘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 일부 금융회사들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시켰다.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은 원유와 천연가스다. 이들 자원을 달러로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팔 수 없게 된 셈이다. 변수는 중국이다. 페트로 달러가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이란 점이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미국과 1~2위를 다툰다. 중국이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사주면 ‘페트로 위안’ 체제가 된다. 미국, 즉 달러를 견제하기 위한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다. 위안과 달러의 경쟁은 중국∙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대치하는 신냉전이다. 가상자산은 이 둘 사이에서 결제수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변수는 규제다. 서방은 가상자산이 러시아 등의 제재 회피수단이 되는 점을 경계한다. 중국은 국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위안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를 추구한다. 민간의 가상자산은 불허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각국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국제금융시스템에서 화폐로서 기능하며 자리를 잡는다면 가상자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