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섹스투어’ 벌였나
경남 중기청 동서남아 시장개척단은 지난 5월26일부터 6월5일까지의 일정으로 현지 시장조사와 판로개척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와 태국 방콕, 인도 첸나이 등 세 군데를 방문했다. 이들의 하노이 방문 기간 중 베트남 정부 당국이 하노이 시내 호텔 몇 군데에 대해 기습 단속을 벌였는데 당시 한국인 남자 여러 명이 성매매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 중에 당시 하노이에 시찰을 갔던 시장개척단 일행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시장개척단은 해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벤처기업의 대표들로 구성돼 파견되는 일종의 해외세일즈단이다. 주로 지자체나 지역 중기청이 특정 해외지역에 대한 시장개척단 모집 공고를 내고 적정한 절차에 따라 선발된 각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시장개척단에 포함돼 해외에 나가 세일즈와 현지조사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코트라는 이 과정을 총괄하며 코트라 소속으로 해외에 파견돼 있는 각 지역 무역관들이 해외 현지 행사 진행을 맡는다. 현지 바이어와의 수출 상담과 판로 개척을 지원함으로써 국내업체의 수출증진을 꾀하는 것이다.
시장개척단의 해외 방문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는 대부분 국가행정기관이나 지자체의 몫이라고 한다. 코트라 시장개발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개척단이 한 번 나갈 때 보통 세 지역 정도를 방문하게 되는데 한 지역 당 보통 1만~1만2천달러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세 지역을 돌게 되면 3만~3만6천달러 정도를 쓰는 셈이다. 이 중 70~80% 비용은 주관처(주로 지자체나 각 지역 중기청)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각 회사 대표들이 부담한다고 한다.
코트라 인터넷 사이트에 나온 이번 동서남아 시장개척단 모집 요강에 따르면 참가업체들이 부담한 비용이 편도 항공료와 체재비(숙박비) 뿐인 것을 알 수 있다. 상담장 임차비, 통역료, 편도항공료(1사 1인), 현지 시장조사 대행비, 바이어 발굴 및 상담 주선 등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주최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번 동서남아 시장개척단 일행의 성매매 현장 체포 논란은 공금을 통해 해외에 나간 중소기업체 대표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장개척단 일행에 돈을 대준 기관은 어느 곳일까. 코트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면 지난 5월26일부터 6월5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인도 첸나이를 다녀온 시장개척단명은 ‘경남 중기청 동서남아 시개단(시장개척단)’으로 나와 있으며 주관처는 중기청 산하 경남수출지원센터로 적혀있다.
그러나 경남 중기청의 이번 시장개척단 모집과 방문과정을 주관했던 경남 무역관측은 성매매 논란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코트라 본사에 물어보라”며 입을 닫았다. 경남 무역관측은 이번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이 10여 명이라는 것 외에 일체의 신상 공개를 거부했다.
코트라 본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성매매 논란에 대해 “다 지나간 일인데…. 뭐 좋은 일도 아니고…”라며 ‘그런 일’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개척단으로 갔던 분들 중 일부가 (성매매 단속에) 걸려든 것으로 안다. 그 정도 소식만 들었을 뿐 이후 상황은 잘 모르겠다”며 이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번 시장개척단 방문 경비에 대해 코트라 관계자는 “일부는 경남 지자체가 충당하고 나머지는 시장개척단에 참가한 업체 대표들이 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청 관계자는 “이번 동서남아 시장개척단 방문은 우리가 주관한 일이 아니다. 경남 중기청과 코트라 경남 무역관이 주관한 일이다”고 경남도청과 무관한 행사였음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번 시장개척단 일행 중 일부가 베트남 하노이의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됐을 당시는 베트남 정부가 성매매와 도박,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무렵이라고 한다. 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때’ 걸려든 셈이다. 이들 일행이 경찰 단속에 걸려들기 직전 성매매 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경남 중기청 관계자는 시장개척단 일행이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혐의가 없었기 때문에 풀려났다”고 밝히고 있다. 즉, 성매매 현장에서 걸려들긴 했지만 성매매를 하진 않았다는 항변인 셈이다. 이들 일행은 연행된 날 밤 경찰조사를 받고나서 다음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이 성매매 논란으로 현지 경찰조사를 받은 탓에 시장개척단 일정에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경남 중기청 관계자는 “일정 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었으며 성과도 좋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