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광고 상품 결제 유도 시스템 변화 없어…숙박앱 측 “광고는 선택사항”
지난 2월 23일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광고상품에 포함되는 할인쿠폰 발급비율과 광고상품 노출기준 등 숙박앱 서비스와 관한 중요정보를 광고상품 계약서에 삽입했다고 밝혔다. 야놀자의 경우 숙박업 점주가 계약서의 최종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할 수 있도록 원격 전자 서명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계약 체결 과정을 점검한 후 이뤄진 조치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 측에서 개선 내용과 관련해 점주들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소통 없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계약서 개선과 관련해 정작 점주들 쪽은 아무런 설명도 못 듣고 협상테이블에 참여도 못한 채 일방적 ‘개선 발표’를 수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개선 내용이 발표된 이후에도 아직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숙박업주 A 씨는 “1~2주일 전에 전자 문서로 만든다면서 뭘 새로 쓰기는 했는데 왜 하는지 전혀 안내를 못 받았다”며 “뭐가 바뀌었다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숙박업주 B 씨는 “계약서를 새로 쓴 적도 없고 이에 대해 전혀 들은 바도 없고 안내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계약서 개선이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조치이지만 정작 업주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는 절차 때문만은 아니다. 업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비를 지급해야 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높다. 특히 광고와 할인쿠폰을 붙여서 판매하는 ‘쿠폰 지급형 광고상품’ 자체에 대한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고에 붙는 할인쿠폰이 덤핑 가격을 주도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고액 광고 결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판매하는 쿠폰 지급형 광고상품은 쿠폰 지급비율이 높은 광고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앞서의 숙박업주 A 씨는 “쿠폰이 없는 저렴한 광고를 구매했다간 다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며 “쿠폰이 덤핑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폰 때문에 고액 광고 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박업주 C 씨는 “쿠폰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도 앱 화면에는 쿠폰이 붙어있는 것처럼 노출이 된다”며 “손님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다들 고액의 광고를 산다”고 말했다. 숙박업주 D 씨는 “쿠폰만 따로 사고 싶어도 쿠폰은 광고에만 붙어 있기 때문에 결국 광고를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여기어때 같은 경우 평일에 배정된 쿠폰을 다 소진하지 못하면 다음 날이나 다음 달로 이월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없어지는 구조라서 매달 쿠폰이 붙은 광고를 계속 결제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숙박앱 서비스 사업자들은 광고 서비스 매출로 상당한 이익을 보는 반면 상당수 업주들은 광고를 구매해도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에 따르면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평균 광고서비스 매출 비중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만 2019년 기준 여전히 35%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서 숙박앱 입점업체의 67%가 입점 후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78%가 영업이익에는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숙박업종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광고비 부담은 한층 가중된 상황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 숙박업소 월 매출은 1962만 원에서 2020년에는 1343만 원 수준으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2020년 11~12월 조사 결과에서는 광고비와 수수료 수준이 과도하다고 응답한 숙박업주들 비율은 94.8%에 달했다.
앞서의 B 씨는 “저희는 앱 내 5~6개 카테고리별로 광고상품을 별도 구매해야 하는 데다 여러 플랫폼에 중복 소속돼 있기 때문에 광고비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또한 “키워드마다 광고비를 내야 하는데 예컨대 ‘강남’ ‘강남역’ ‘강남역 2번 출구’가 다 다른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야놀자 관계자는 “저희는 유동인구나 상권 등을 분석해 1~5급지로 나눠 차등으로 광고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광고는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광고를 안 하는 분들도 많고 최저 광고비도 1만 98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영업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