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해소·자사주 매입 등 반등 발판 마련…램시마 미국 진출·신규 복제약 시장 안착이 관건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대표적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2020년 6월 장 중 최고 31만 9000원을 찍은 셀트리온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반년 만인 12월 장 중 최고 40만 원까지도 기록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의 임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 내내 렉키로나의 수출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등장하고 백신 공급 확대로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마저 감소했다. 주가는 11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 들어서면서 악재가 겹쳤다. 우선 회계 감리 이슈가 불거졌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의 개발비 과대계상(자산가치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록),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후정산 매출 및 매출채권 과대계상 등이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2018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0원에 인수했던 셀트리온 의약품 독점 판매권 중 국내 판권만 떼어 셀트리온에 218억 원에 되팔며 이를 매출로 회계 처리해 영업적자를 겨우 면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가 2018년 12월부터 셀트리온 3사에 대한 감리를 시작했으나 올해 1월에서야 증선위에서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증선위에서 징계논의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거래정지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실질심사(거래정지)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14만 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지난 2월 18일에는 식품의약안전처가 렉키로나의 국내 사용을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승인 권고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렉키로나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쌓여있는 재고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증권가는 렉키로나의 재고자산 재평가 손실 등이 기업 실적에 타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연이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자 소액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2020년 6월 23만 명 수준이었던 셀트리온의 소액 투자자 수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상승세와 함께 지난해 말 약 50만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21년 12월 기준 셀트리온 3사의 소액 투자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약 93만 명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 ‘소액주주 지분모으기 운동’을 통해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공식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이 열흘 만에 1400만 주 이상을 확보했다. 비대위는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대책을 내놓으라며 회사를 압박했다. 대표적인 요구사항이 자사주를 100만 주 이상 매입하는 것이었는데, 기업이 시장에 풀린 자사주를 매입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면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심상찮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셀트리온 3사도 결국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금과 주식배당을, 셀트리온제약은 주식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은 3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주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이어 셀트리온은 올해만 누적 105만 5883주(약 1800억 원)의 자사주를,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130만 3854주(약 9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2018년부터 3년 넘게 지속된 거래정지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등의 시점을 두고 시장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키로나의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과 감리 이슈로 2021년 초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나 렉키로나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반등이 예상된다”며 “올해는 램시마SC(환자 스스로 주사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유플라이마의 성장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4분기에는 아바스틴 시밀러가, 2023년에는 유플라이마와 램시마SC,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침투율이 장기 성장 견인 여부를 결정지을 포인트로 꼽힌다. 램시마SC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유럽에서 팔고 있는 램시마SC 판매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와 미국에 램시마SC 진입이 예정대로 잘 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신규 바이오시밀러들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단기 반등은 기대 가능하지만 이후 펀더멘털이 추세적 반등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라며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 후속 제품들에 대한 매출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증선위 결정을 존중하고 관련 절차 진행할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의 경우, 이미 진출한 제품도 있고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등을 통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